송고시간 | 2015/08/13 05:53
원/달러 환율과 CDS프리미엄 상승폭, 타국보다 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자 아시아 신흥국들의 주가와 통화가 급락하고 부도 위험은 급등했다.
한국은 부도 위험이 한 달 만에 최고로 커졌고 주가와 통화 약세 정도도 다른 국가들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중국경제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13일 국제금융시장과 시장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전날 기준)은 57.56bp(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8일(58.89bp)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전날 부도 위험 지수는 지난달 초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와 중국 주가 폭락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전격 인하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0일보다 4.08% 올랐다.
아시아 주요 16개국 가운데 같은 기간 한국보다 CDS 프리미엄 증가율이 높은 곳은 태국(7.71%)과 말레이시아(3.73%) 뿐이다.
필리핀(2.46%), 인도네시아(2.40%), 사우디아라비아(1.68%), 카타르(1.19%)와 패닉의 진원지인 중국(1.28%)의 CDS 프리미엄 증가율은 한국보다 낮았다.
달러 대비 한국 원화의 가치 하락도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두드러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90.8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1.7원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높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종가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2011년 10월 4일(1,194.0)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이틀간(11~12일)으로 보면 한국 원화는 달러 대비 2.36% 떨어졌다.
원화 가치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아시아 11개국 통화 가운데 중국 위안(-2.84%), 말레이시아 링깃(-2.83%) 다음으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대만(-2.20%), 싱가포르(-2.07%), 인도네시아(-1.83%), 인도(1.49%) 통화는 1% 이상의 하락률을 보였다.
일본 엔화(124.63엔→124.64엔) 가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주가 역시 맥을 추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가 5.67% 하락하며 아시아 11개국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지수(-2.68%)와 홍콩 항셍지수(-2.46%), 대만 가권지수(-2.16%)도 2%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와 베트남 호찌민 지수는 각각 1.99%, 1.67% 내려갔다.
한국 코스피는 '위안화 쇼크'에 이틀간 1.38% 떨어지면서 2,000선을 내줬다.
전날 코스피는 5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가며 1,975.47로 마감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중국 위안화 절하에 충격을 받은 것은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이틀 연속 위안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하한 것이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번 위안화 절하 조치가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소시에테제네랄 야오웨이 연구원은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중국 경제는 여전히 거대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KTB투자증권의 채현기 이코노미스트는 "급격한 위안화 절하 조치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며 "각종 부양책에도 실물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부도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통화 약세도 두드러진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허재환 KDB투자증권 연구원은 "1994년 위안화가 절하된 이후 중국 무역흑자는 확대됐고 한국, 태국 등의 무역수지는 큰 폭으로 나빠졌다"며 "위안화 절하는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자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