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돈 빌려 집 사라더니, 1년 만에 뒤집은 정부

Shawn Chase 2015. 7. 24. 02:15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돈 빌려 집 사라더니, 1년 만에 뒤집은 정부

내년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정부 가계부채관리협의체는 22일 ‘가계 부채 종합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받도록 하자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대출 문턱을 더 낮춰 집을 사도록 유도했었다.

입력 : 2015.07.23 07:30 | 수정 : 2015.07.23 13:27

정부가 22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지난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파르게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만기 일시상환보다 분할상환 위주로 개편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1100조원까지 증가한 뒤에 내놓은 대책치고는 부족하다”는 반응과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으려면 이번 대책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DTI 규제 강화 등 근본적인 처방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 적으면 내년부터 대출받기 까다로워진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서는 연간 소득 가운데 빚 갚는 데 쓰는 돈이 60%를 넘지 않는지부터 체크한다. 이 같은 DTI 비율을 계산할 때 은행에서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왔는데, 대폭 강화된다. 지금은 소득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은행이 신용카드 사용액이나 계좌 잔고를 바탕으로 가상의 소득을 심사에 활용한다. 예컨대 카드 사용액이 연간 2000만원이면 소득은 4000만원일 거라고 가정하는 식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이 소득 관련 서류부터 제출을 요구하게 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DTI 규제를 일부 강화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DTI 산정 시 기존 대출이 있을 경우 현재는 이자 부담만 합산하지만, 앞으로는 원금 상환 부담까지 합산한다. 따라서 기존과 빚이 동일해도 앞으로 대출받을 때 빚 부담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DTI 비율 제한에 걸릴 수 있다.


이자만 내는 기간, 1년으로 제한
변동금리·일시상환 방식은 불이익 받을 듯
정부는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 대출과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대출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로 했다.
은행 창구에 가면 통상 3~5년 동안 이자만 내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 대출을 권유한다. 은행 입장에서 이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설사 원금 상환에 실패해도 집을 경매 처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은행 창구에서 거치식 대출의 위험을 상세하게 설명해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분할상환으로 유도키로 했다. 이를 통해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대폭 줄이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주택 가격이나 소득에 비해 대출을 많이 받을 때는 초과분을 우선 분할상환해야 한다. 예컨대 집값의 60%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더라도, 대출 후 5년간 순차적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가 5년 뒤에는 이 비율을 60% 아래로 낮추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역시 LTV 규제를 일부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은행이 자율적으로 예외는 허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근 3~5년의 금리 변동 폭을 감안해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반영해 대출 가능 규모를 산정한다. SC은행 등 일부에서 시행 중인데, 전체 은행으로 확대된다. 사실상 변동금리로 대출받을 때 한도가 줄어들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제2금융권 대출도 억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지난 10년간 은행보다 가계대출 규모가 2배 속도로 늘어났다. 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저축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것이다. 
현재 2금융권에서 토지·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물건 가치에 따라 가액의 최저 60%에서 최고 80%까지 담보로 인정해준다. 예컨대 60%의 담보비율을 인정받을 경우 1억원짜리 토지·상가는 최고 60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해준다. 그러나 토지나 상가의 경우 경매를 거치면서 물건 가치가 급락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담보인정비율의 최저한도를 50%로 낮추기로 했다. 읍·면 단위 토지나 주변부 상가의 경우 1억원짜리라도 최대 대출 가능금액이 5000만원 이하로 제한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아울러 농협·새마을금고 등 예탁금 비과세를 2016년 5%, 2017년 9% 과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으로 저축이 과도하게 쏠려 대출을 남발하는 원인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유한책임대출제’ 올 12월 시범 도입... 일부선 우려도
22일 발표된 가계 부채 종합 관리 방안에는 담보로 제공된 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져도 집만 포기하면 나머지 대출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유한책임대출제도’를 올 12월부터 도입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유한책임대출이란 대출자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책임 범위를 담보로 제공한 집에만 한정하는 제도다. 금융위원회는 각종 요건을 구체화해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시장 반응을 봐가며 시중 은행의 일반 주택 담보대출로도 확대할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유한책임대출이 일반 시중 은행으로 확대될 경우 집값이 폭락했을 때 돈을 갚지 않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시중 은행으로 확대하는 건 여러 장단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해외에서도 고의적인 채무 불이행(돈을 갚지 않음) 사례가 있는 등 단점도 있어 추가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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