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일본·중국·몽골…삼성家 장남 이맹희씨, 해외로 떠돈 내막은

Shawn Chase 2015. 8. 15. 20:33

전도유망했던 장남시절부터 후계구도 밀려난 불운의 은둔시절까지…부친 사망후 경영 전면 안 나서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입력 : 2015.08.14 15:28

 

 

일본·중국·몽골…삼성家 장남 이맹희씨, 해외로 떠돈 내막은

(왼쪽부터)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사진=머니투데이 DB

 

 

'비운의 황태자', '해외 은둔자', '야인'…. 14일 오전 향년 84세로 별세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에게는 이같은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이 전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형,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오빠이다. 삼성가의 장남이지만 후계자로 지명받지 못한 채 그룹 경영에서 밀려났다.

다른 형제들이 삼성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 계열 분리를 통해 범 삼성가로 활발할 경영활동을 펼쳤지만 이 전 회장은 달랐다. 삼성에서 제일제당을 분리해 나온 뒤 기업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전도유망했던 삼성그룹 장남 시절=이 전 회장은 일본 동경농업대학, 미국 미시건주립대 대학원 등 유학 후 1962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에 입사했다. 삼성물산과 미풍산업, 중앙일보 부사장, 성균관대학재단 상무, 삼성문화재단 이사 등 초기 삼성그룹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특히 1966년 고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때에는 이 전 회장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1968년 삼성그룹이 전자사업을 시작했을 당시만해도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부사장으로 그룹의 중심에 있었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불운의 운둔자=하지만 고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 전 회장은 주요 보직에서 밀려났다. 고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맹희에게 그룹 경영을 맡겨보았으나 6개월도 안 돼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1969년 고 이병철 회장의 2남인 이창희씨(1991년 사망)가 청와대에 아버지와 삼성그룹의 비리를 고발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때 이 전 회장도 함께 연루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고 이병철 회장의 눈밖에 났다.

이후 고 이병철 회장은 장남인 이 전 회장에게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제일제당 등 3개 계열사에만 주력하라는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아버지가 경영에서 떠나 있을 때 그룹을 경영한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표하며 이를 거절, 일본으로 떠났다.

◇CJ그룹 경영에도 일절 관여 안해=아버지와 등을 지고 해외를 떠돌던 이 전 회장은 1987년 이병철 회장 작고 당시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한 일화로 유명하다. 이병철 회장 사후 자녀들이 사업을 분리해 독립했지만 이 전 회장은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맏아들이자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제일제당을 분리해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삼성그룹의 유산 분배가 아니라 이 전 회장의 부인이자 이재현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이 보유한 옛 안국화재 지분을 이건희 회장에게 넘기고 대신 제일제당 지분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제일비료를 설립해 재기를 꿈꿨으나 실패한 뒤 1980년대부터는 중국, 몽골 등 해외를 떠돌며 지냈다. CJ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등 자녀들과의 교류도 많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3년전 동생 이건희 회장에 유산소송=해외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이 전 회장은 2012년 2월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고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차명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몰래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4조원 상당의 주식과 배당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상속회복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고 재산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회장은 2014년 2월 상고를 포기했다. 같은 해 8월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내면서 양측이 화해무드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