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한국 기업가 정신 OECD 최하위권…생계형 창업도 높아

Shawn Chase 2015. 8. 18. 23:19

 

[중앙일보] 입력 2015.08.18 16:17 / 수정 2015.08.18 20:10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지수가 OECD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기업가정신 발전기구가 태도ㆍ법ㆍ규제 등을 통해 130여개국의 기업가정신을 평가한 결과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한국 기업가정신의 실상과 과제’ 보고서에서 “OECD 대부분 국가에서 소득이 높으면 기업가정신도 높게 나타났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가정신의 고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세계 기업가정신 발전지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22위에 머물렀다. 전체 대상국 130개국 중 28위에 해당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 대만(8위), 싱가포르(10위)보다도 크게 뒤처지는 순위다. 기업가정신지수는 크게 열망ㆍ능력ㆍ태도 세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제품혁신ㆍ인적자본ㆍ신사업역량ㆍ문화적 지원 등 14가지 하위항목별 점수를 반영한다. 그중 한국은 제품혁신ㆍ공정혁신ㆍ국제화ㆍ모범 자본 등을 포함하는 ‘열망’ 항목에서 가장 낮은 순위(130개국 중 37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비슷한 수준의 경제 그룹으로 분류되는 ‘혁신주도 경제권’ 중 생계형 창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창업활동은 초기 창업자 중 별다른 직업 선택의 여지가 없어 창업을 선택한 경우를 뜻한다. 반면 생계에 쫓기기 보단 ‘더 나은 기회를 위해 창업한 경우’를 기회창업이라 부른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생계형 창업보단 기회 창업의 기업가정신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본·싱가폴 등이 속한 혁신주도 경제권 평균(18.9%)보다 한국의 생계형 창업 비중(36.2%)이 두 배 높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회창업 비중이 높은 나라로는 노르웨이(95.2%)ㆍ스위스(92.7%)ㆍ스웨덴(90.2%) 같은 강소국이 대부분이다.

보고서는 특히 OECD 회원국 중 기업가정신 지수가 높으면 실질국민소득도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요소 사이에는 68% 이상의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탈리아를 제외하고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실질소득이 높은 나라는 모두 기업가정신도 높았다. 황 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더 성장하고 소득을 향상시키려면 반드시 기업가정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한국의 기업가정신 지수가 1970년대 후반 정점을 찍은 뒤 외환위기를 겪으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창업 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욕구를 북돋아주는 제도ㆍ문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