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YS·DJ 불통이 IMF 못 막은 한 원인… 朴대통령이 野 설득해야 경제·노동법 활로 생긴다"

Shawn Chase 2015. 12. 17. 17:41
  • 선정민 기자
  •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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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12.17 03:00 | 수정 : 2015.12.17 03:44

    ["DJ께 전화하세요" IMF 3일前까지 건의… YS, 끝내 안했다]

    각계 전문가들 제언

    강경식 前부총리 - "野당수 DJ와 통화하라했지만 YS는 '아쉬운 말' 결국 못해"
    김인호 前수석 - "DJ에 강력하게 설득했다면 금융개혁法 통과됐을 수도"
    정세균 당시 재경위 野간사 - "진심 담아 반복해서 부탁 땐 野도 그 뜻 존중하려고 노력"
    전문가들 "압박보다 대화를" - "대통령, 위기의 순간일수록 靑 불러 밥도 먹고 차도 마셔야"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경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재도약으로 나아가느냐, 저성장으로 고착되느냐가 결정되는 이 시기에 비상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국민 경제가 회생하는 데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정치권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회의 때마다 노동 개혁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에 대해 정치권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정치권의 문제에 대해선 100%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역시 말만 하거나 대리인들을 앞세우는 것만으론 곤란하다"고 말한다.

    최근 세간(世間)에선 "지금 상황이 1997년 IMF 직전과 비슷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경제 관계자들은 "그때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더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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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적극적 소통 노력은 막힌 정국을 뚫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 1997년 IMF 직전에도 경제 관료들은 김영삼(왼쪽) 대통령에게 금융개혁법 처리를 위해 당시 야당 총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협조를 직접 구하도록 건의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움직이지 않았고, 금융개혁법 무산 3일 뒤 한국은 IMF 사태를 맞았다. /조선일보 DB

    IMF 사태 직전이던 1997년 11월 김영삼 대통령이 연초부터 핵심 개혁 과제로 추진해온 금융개혁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돼 있었다. 금융노조원 2000여명은 "일자리를 뺏는다"며 서울 도심에서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紙) 등 외신은 "금융 위기 탈출의 가늠자"라며 상황을 주시했다. 당시 IMF 구제금융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금융개혁법 처리 여부는 한국의 자구(自救) 노력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마지막 기회였다.

    야당은 "13개 금융개혁법 중 (논란이 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설치법 2개를 빼고 처리하자"며 반대했다. 여당은 "2개 핵심 법안이 빠지면 금융 개혁의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선을 앞두고 "최대 20만표가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얘기에 겁을 먹었다. 또 1996년 말 노동관계법을 날치기 처리했다가 1년 내내 역풍을 맞은 상태여서 금융개혁법의 단독 처리는 꿈도 못 꿨다.

    금융개혁법 관철을 위해 국회를 뛰었던 강경식 전 부총리는 "그때 '이대로는 도저히 어렵다'고 보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저희가 할 것은 다 했습니다. 이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 당수인) 김대중 총재에게 전화하셔야 합니다'라고 다른 사람을 통해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YS는 DJ에게 결국 '아쉬운 말'을 하지 않았다. 11월 18일 금융개혁법의 재경위 통과는 무산됐다. 한국 정부는 3일 뒤 '빈손'으로 IMF 구제금융을 공식 발표했다.

    강경식 전 부총리, 김인호 전 경제수석(한국무역협회장), 윤증현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본지 통화에서 "YS는 당시 끝내 DJ에게 전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가 발목 잡았던 금융개혁법과 노동관계법은 IMF의 요구로 몇 개월 만에 거의 정부안대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YS가 DJ에게 부탁했더라면 야당이 움직였을까. 강경식 전 부총리는 "당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에 고건 총리까지 나섰는데, 총리가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설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호 전 수석은 "당시 국회가 정치적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에 확실치는 않다"면서도 "현직 대통령이 야당을 강력하게 설득했다면 혹시 통과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이원종 당시 정무수석은 "김영삼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고, 금융개혁위원회를 통해 국민적 논의를 거쳤다"고 했다.

    당시 재경위 야당 간사였던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시 대통령이 '진짜로 어려우니까 이건 꼭 해줘야겠다'고 했으면 결과는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이 진심을 담아 반복해 설득하면 야당으로서는 어떻게든 그 뜻을 존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의 설득은 막힌 정국에 중대한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뿐 아니라 청와대가 국민을 상대로 '여론전'을 할 때도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소통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야당을 상대로 일대일 설득 노력에 나서면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의 활로가 뚫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야당 출신인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은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와대로 불러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전화도 해야 한다"며 "그러면 야당의 면(面)이 서고 야당으로서도 노총 등 지지 세력을 설득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정치학)는 "청와대가 국회의장을 압박하기보다는 대통령이 경제 상황과 관련한 깊은 대화를 주고받으면 좋을 것"이라며 "그러면 의장 입장에서도 야당을 설득할 의지와 명분이 커지게 된다"고 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야당과 대통령의 소통은 가급적 대면(對面) 방식일수록 좋다"며 "눈빛, 표정, 말투, 분위기 같은 모든 측면에서 소통하면서 서로 간에 심리적·정서적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국민이 볼 때도 '대통령이 저렇게 소통에 노력하는구나'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대통령에게 득(得)이면 득이지 절대 실(失)이 아니다"고 했 다. 홍 교수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유화적인 제스처를 조금만 보여줘도 대중에 어필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제는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비판을 줄이고 설득을 늘릴 시점"이라며 "위기의 순간일수록 반대파와의 잦은 통화, 비공개적인 만남, 진심이 담긴 설득 등 '소통의 도구'를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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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