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野圈 경제전문가들이 말했다 "무작정 반대, 野에 도움 안돼"

Shawn Chase 2015. 12. 18. 08:29

정녹용 기자

김은정 기자

 

 

입력 : 2015.12.18 03:00 | 수정 : 2015.12.18 06:22

["야당, 경제법안 들어줄 건 들어줘라… 그래야 집권도 한다"]

경제법안 전향적 타협 주문

"서비스법 때문에 健保체계 무너진다는건 틀린 얘기
노동개혁 반대하는 것은 민노총 지지 골수세력 탓
합리적 대안 내놓고 與와 국민앞에서 따져봐야"

야권(野圈)의 경제 전문가들은 17일 정부·여당이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경제 활성화 및 노동 개혁 관련 법안과 관련해 "야당이 무작정 반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야당도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법안 처리를 위해 본격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여권(與圈)이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도 안 되지만 야당 역시 대안 없이 반대만 하지 말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전향적 태도로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야당이 계속 반대만 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여당과 다른 것도 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야당도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여당과 함께 어느 것이 맞는지 국민 앞에서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야당의 정책 역량도 문제지만 당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정책적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기 힘든 구조"라며 "대안을 만들기 힘들다고 반대만 하는 편한 길로 가서는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의원은 "우리 당도 정부의 경제활성화법에 대해 모든 것을 반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해줄 것과 반대할 것을 분리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도 집권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장 의원은 "우리 당은 정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해 무조건 발목 잡기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도그마(독단)에 갇혀 있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여권이 경제활성화법으로 규정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유망 서비스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의 서비스법에 대해 야당은 '의료 분야를 포함시키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기업 구조조정 규제를 간소화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는 내용의 원샷법에 대해선 '재벌 특혜 법안'이라고 반대한다. 야당은 그러면서 서비스법은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하면 합의해줄 수 있고, 원샷법은 '30대 대기업'을 제외하면 처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야권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반대는 야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대중 정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전 의원은 "야당이 서비스법에 대해 '의료 영리화'를 말하면서 병원의 공익 법인 체제가 무너진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이미 많은 병원이 현실적으로 영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비스법 때문에 영리 병원이 양성화되고 국민의 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병준 교수도 "'의료 민영화'라는 말 자체가 이미 틀렸다. 동네 병원은 이미 다 민영화돼 있지 않으냐"며 "자극적인 말로 마치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지듯이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 우리 경제가 제조업 부진으로 서비스 산업이 아니면 고용 창출이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야당이 이를 반대하려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내놓고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 개혁에 대해서도 야권 경제통들은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노무현 정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전 의원은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 경제의 긍정적 전기를 만들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라도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게 우선 문제지만 야당도 잘못하고 있다"며 "야당은 여당이 건드리기 싫어하는 재벌 개혁과 함께 노동 개혁을 하자고 요구하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강봉균 전 의원은 "야당 내에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골수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노동 개혁에 협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야당은 노동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크게 손해가 없고, 오히려 자기 지지 세력을 더 공고하게 하는 것으로 믿는다. 하지 만 이는 장기적으로 야당의 집권 가능성을 점점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좀 더 유연성을 갖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장병완 의원은 "내가 당 정책위의장을 할 때 여당과 타협을 해주려 하면 가끔씩 당내에서 견제가 들어왔다"며 "나를 타협주의자로 보면서 '야당이 공격하면 됐지 왜 타협을 하려 하느냐'는 식이다.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