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02 13:31
[볼프강 매닝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
현재 독일 경제의 위협 요소는 '난민 문제'… 이들이 사회 정착 못할 땐 경제구조 자체 뒤흔들 수 있어
"독일인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를 조작한 것은 소비자에게 사기를 친 것이지만, 경영진이 잘못을 부인하는 것은 사회에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경영진에 대한 분노가 큽니다."
볼프강 매닝(Maenning·55)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독일 내 경제 정책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다. 독일 정부 프로젝트의 각종 자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29일 오전 방학을 맞아 베를린 개인 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번 폴크스바겐 스캔들은 자동차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산될 것"이라며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지배 구조와 정부 정책 문제
"사실 독일인들이 가장 분노를 느끼는 부분은 폴크스바겐 경영진의 대처입니다. 사건 발생 후 마르틴 빈터코른 전(前) 회장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기간 많은 모델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을 그가 정말로 몰랐을까요? 백번 양보해 정말로 몰랐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폴크스바겐은 말 그대로 '국민차'입니다. 이런 차를 만드는 회사의 지도부가 스캔들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감이 큰 상황입니다.
최근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와 독일운전자클럽 '아데아체'는 유로 6(강화된 배기가스 기준) 디젤차를 생산하는 10개사(社) 32개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실제 도로 주행 상태에서의 배기가스 배출을 측정한 바 있습니다. 이때 유로 6 기준에 든 것은 단 10개 브랜드에 불과했고, 22개는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장 농도가 높은 것은 볼보(기준치 15배)였고, 그 다음이 르노였습니다. 당시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은 BMW 정도였습니다.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디젤 엔진이 친(親)환경이라는 주장에 문제가 있었던 셈입니다. 현재 독일 정부는 디젤차에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U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업체 말만 믿고 정책을 지속한 것이지요. 심지어 바로 옆 나라인 프랑스도 대기 오염을 이유로 2020년까지 파리 내 디젤차 운행을 금지시키겠다고 선포하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독일 디젤 엔진 지원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럴 경우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기까지입니다. 현대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삼성폰을 안 살까요? 독일산 제품 문제로 확산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독일 경제의 위협 요소는 '난민 문제'입니다. 독일 정부가 난민을 허가한 것은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때문입니다. 시리아 등에서 독일로 오는 난민들은 나름대로 그 나라에서는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오는 것이라는 '낙관론'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독일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독일 주민들은 그들을 고스란히 먹여 살려야 합니다. 여기에 대해 독일 정부의 비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국제사회 비판을 피하기에 급급해 보입니다. 메르켈 총리 지지율이 최근 50%대 이하로 폭락한 것도 난민 문제 때문입니다. 폴크스바겐은 한 회사의 잘못이고 단기적인 사건입니다. 반면, 난민 문제는 독일 경제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습니다."
[Weekly BIZ] 무결점 '독일 경제 모델' 오염되다
입력 : 2015.10.03 03:04
[Cover Story] 폴크스바겐 사태로 드러난 獨 약점… 현지 긴급 진단
'거짓말은 그만!(No more lies!)'
지난 9월 25일(현지 시각)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도시 볼프스부르크. 이곳에 있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Volkswagen)의 공장 정문 앞에는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의 한 회원이 배기가스 조작에 항의하는 포스터를 들고 서 있었다.
- ▲ AP 뉴시스
문을 오가던 직원들은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현장에 와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부끄럽다." 한 직원이 나지막이 한숨 쉬듯 내뱉었다.
다음날인 26일 오후 폴크스바겐 아레나(경기장)를 'VW'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 메웠다. 이날은 볼프스부르크와 하노버의 분데스리가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분노의 목소리는 이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 20대 직원은 "폴크스바겐에 다닌다는 사실은 내게 '자부심'이었는데, 이제는 '수치심'이 됐다"고 말했다. 한 40대 남자 직원은 "회사가 파산해 실직할까 봐 겁난다"며 "제2의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 도시)가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는 인구 12만명의 작은 도시다. 시골이었던 곳이 1938년 히틀러가 폴크스바겐 본사와 공장을 건설한 것을 계기로 자동차 도시로 발전했다. 독일 내에서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폴크스바겐이란 '국민(volks)+차(wagen)'라는 뜻이다. 독일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독일 전체 GDP의 2.7%를 책임진다.
- ▲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본사에 있는 ‘자동차 타워’ 내부에 차량들이 들어 있다. / 블룸버그
폴크스바겐이 사기 논란에 휩싸이자 독일 국민은 분노를 넘어 박탈감을 느끼는 상태다. 도심 전봇대에는 'VW=Vertrauen Weg!(사라진 신뢰!)'라는 검은색 스티커가 붙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 표지를 노란색 폴크스바겐 '비틀' 자동차에 조화(弔花)를 얹고 장례식을 치르는 사진으로 장식했다. 표지 제목은 'Der Selbstmord'. 자살을 선택한 폴크스바겐이라는 의미다.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은 어떻게 보면 수많은 기업 비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동안 '무결점'으로만 보였던, 그래서 한국이 본받아야 할 모델로까지 칭송됐던 독일 경제의 치부와 약점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고 있다. 물론 많은 전문가는 독일 경제가 이뤄온 성취에 비해 스캔들은 일부일 뿐이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건이 시사하는 것들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고 역시 덧붙인다.
게르만식 경제 모델의 한계인가
폴크스바겐 스캔들을 두고 제조업과 수출 중심 게르만식 경제 모델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과 수출의 성장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데, 사실상 독일은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20년간 임금 동결로 이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홀거 셰퍼 쾰른경제연구소(IW) 수석연구원은 "오랜 임금 동결에 노동자들이 불만을 나타내 기업들이 2년 전부터 임금 인상을 시작했다"며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독일 기업에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프강 매닝 함부르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폴크스바겐의 경쟁 기업은 미국의 GM과 일본의 도요타"라고 동의했다. 그는 "이들이 세계 시장에서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는 상황에서 폴크스바겐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부품비 절감 등으로 생산비를 줄이는 방법이었을 것"이라며 "생산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2007년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세계 금융위기로 금융을 위주로 하는 앵글로색슨식 경제 모델이 사실상 무너졌고 이후 각국이 모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게르만식 경제 모델로 변해가는 도중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의 인기가 높아지자 미국 정부가 과거 도요타 리콜 사태처럼 폴크스바겐 손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 ▲ 그래픽=박상훈 기자
이원화된 독일식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
폴크스바겐 스캔들 과정에서 나온 지배구조의 잡음을 독특한 독일 기업 경영 구조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독일 기업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경영진으로 구성되는 경영이사회(management board)와 대주주로 구성되는 감독이사회(supervisory board)로 나뉘는 이원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서로 견제를 통해 투명 경영을 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경영이사회가 경영을 하고, 감독이사회가 이를 견제하는 방식이다. BMW는 이원화 체제가 잘 굴러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감독이사회의 경영에 대한 간섭이 너무 컸고, 그 과정에서 기업 사유화 논란이 나왔으며,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서로 편을 갈라 줄서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폴크스바겐에서는 올해 그룹 수뇌부가 내부 경영 분쟁으로 연이어 사임했는데, 4월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물러난 자리는 감독이사회 의장이고, 최근 마르틴 빈터코른이 물러난 자리는 경영이사회 의장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6일 "스캔들이 발생하기 전에 빈터코른과 피에히는 모터쇼 같은 공개 석상에서도 서로를 비난하며 싸웠다"면서 "폴크스바겐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다툼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경제가 지금 잘나간다고 만족하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돼'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아주 큰 실수입니다."
작년 말 마르셀 프라처 독일경제연구소(DIW) 소장은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이 초청한 정부 관료 대상 강연 자리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지금 독일 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독일 정계에서는 '위험한 낙관론'이란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 프라처 소장의 주장은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지금껏 취해온 경제 정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이 폴크스바겐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업계였다. 정책들의 한계와 문제점이 폴크스바겐 스캔들로 드러났다.
- ▲ 미국 테네시주 차타누가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중형 세단 파사트를 조립 중인 노동자들. / AP 뉴시스
하르츠 노동 개혁과 불황형 경제 모델의 한계
이번 문제를 하르츠 노동 개혁의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르츠는 2000년대 초반 독일 실업률이 이탈리아와 프랑스보다 높던 시절, 근무 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보존하는 방식의 노동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큰 역할을 했지만,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만 양산해 직원들의 전문성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자동차 기업은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연구개발을 통해 해결했는데 폴크스바겐이 이번에 '꼼수'를 쓴 것은 해결 방법을 찾을 기술자가 없었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독일 경제가 그동안 '유럽의 병자'라는 불명예를 탈출하기 위해 사용한, '아끼고 저축하며 성장률을 높이는' 불황형 경제 모델에도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마르틴 고르니히 DIW 기업시장팀장은 "이 모델은 불황에는 빛을 발하지만, 호황기에는 기업 투자와 내수 성장을 억제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현재 독일 경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독일 경제의 정경 유착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독일 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정경 유착이다. 몇 년 전부터 유럽연합(EU)과 민간단체들이 독일 정부에 디젤차 배출 가스의 문제를 경고했지만, 독일 정부는 기업 말만 믿으며 방치했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것인데, 그 주요 원인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로비와 정경 유착이라는 것이다.
볼프강 매닝 함부르크대 교수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프랑스 등 유럽 일부 나라가 대기오염을 이유로 디젤 차량 판매를 제한하는 상황에서 독일만 디젤차에 친환경 명목의 세제 혜택까지 주며 키우는 건 이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공장이 있는 니더작센 주정부가 지분을 20% 가진 주요주주이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업계보다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말이 나온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부 장관 등이 니더작센주 주총리(도지사에 해당) 출신으로 폴크스바겐 그룹 내 감독이사회 위원직을 역임하기도 했다. 친손자인 포르셰와 외손자인 피에히의 싸움에서 피에히가 이긴 것도, 피에히가 슈뢰더 전 총리와 불프 전 대통령과 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외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자문관이었던 에카르트 폰 클레든과 마르틴 예거는 공직을 떠나자마자 또 다른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 그룹으로 들어갔다.
환경단체 움벨트힐페 위르겐 레쉬 회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는 그동안 실제 배출량을 측정하지 않은 채 업체가 제출한 신고 서류만을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며 "아마 독일 정부도 오래 전부터 자동차 업체들의 서류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럽의 독일 의존
폴크스바겐 스캔들을 두고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유럽 경제 위기까지 거론된다. 유럽 경제의 독일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독일은 현재 낮은 부채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이탈리아나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 위기에 처한 나라들에 막대한 돈을 빌려주며 유럽 경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EU가 재정 위기에 처한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비상 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의 부담 비율이 가장 높은 곳도 독일이다. 독일 경제가 휘청거릴 경우에는 유럽 경제까지 직격탄을 입는다는 것이다.
또한 폴크스바겐 그룹 내 브랜드 공장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유럽 전역으로 흩어져 있다. 폴크스바겐이 흔들릴 경우 해당 국가들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파산을 생각하긴 어렵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폴크스바겐에 남은 것은 법적 절차와 보상 문제다. 독일 검찰은 지난 28일 마르틴 빈터코른 전 CEO를 대상으로 조작 사건을 미리 알았는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조작 행위를 알았을 경우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검찰 수사가 폴크스바겐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나 정치권 관계자 등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등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로부터 벌금과 과징금, 리콜, 민·형사 소송 등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에서만 벌금으로 최대 180억달러(약 21조원)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벌금과 과징금으로 폴크스바겐이 파산 위기에 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문제는 폴크스바겐이 과거 도요타처럼 회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매닝 교수는 "폴크스바겐은 과거에도 GM 등과 산업 스파이 논란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후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며 위기를 이겨냈다"며 "도요타처럼 출시 제품만 좋으면 과거 논란은 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젤 엔진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많은 자동차 전문가가 분석했다. 디젤 엔진 차량이 가솔린 엔진 차량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상황에서 유가도 낮은데 굳이 환경에도 나쁜 것으로 판명된 디젤 엔진 차량을 소비자들이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 내에서는 디젤 엔진에 주어지던 친환경 보조금이 전기차 쪽으로 옮겨질 경우,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29일 "폴크스바겐 사태의 진정한 의미는 디젤과 가솔린 연료로는 기술 발전의 한계에 도달했으며 새로운 세대의 기술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화석 연료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시대"라고 말했다.
☞배기가스 스캔들
폴크스바겐이 미국 환경 기준을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 배출 소프트웨어(SW)를 조작한 사건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48만2000여대의 디젤 차량에 대한 리콜 명령을 받았다. 폴크스바겐은 차량 테스트 중에는 배기가스 배출 억제 시스템을 가동하다가 일반 주행 중에는 억제 시스템이 꺼지도록 SW를 조작했다. 폴크스바겐의 조작은 연비(燃費) 향상이 주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르츠(Hartz) 개혁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대표적인 노동 개혁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03년 개혁 추진 당시 독일은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 독일의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총리 정부가 폴크스바겐 이사 출신인 페터 하르츠를 기용해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했다. 노동 능력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않고 복지 혜택만을 누리려는 실직자를 줄이는 게 개혁안의 골자. 일괄 지급되던 실업급여 지급액을 근로 능력 유무에 따라 차등화하고, 시간제·한시적 일자리를 대거 도입하는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했다.
☞게르만(German) 경제 모델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을 가리키는 말이다.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낫다는 앵글로 색슨 경제 모델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앵글로 색슨 경제 모델이 무너지자 제조업 중심의 게르만 경제 모델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Weekly BIZ] '메이드 인 저머니' 큰 타격… 성장률 악영향 미칠 중요한 사건
입력 : 2015.10.03 03:04
[마르틴 고르니히 독일경제연구소 팀장]
폴크스바겐 사태, 독일산 제품 전체로 확산 가능성… 아웃소싱 공장 있는 동유럽 경제까지 영향 받을 수도
- ▲ 마르틴 고르니히 독일경제연구소 팀장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독일산)'는 완벽한 품질과 안전성, 신뢰를 상징했습니다. 이번 폴크스바겐 사건은 독일만이 갖고 있는 '브랜드'에 큰 타격을 준 것입니다."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있는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독일에서 가장 큰 경제 연구소다. 1925년 '베를린 경기 예측소'로 설립된 후 독일 내 경제성장률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독일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폴크스바겐 사태에 대해 상대적으로 숨죽이는 다른 연구소와 달리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다.
지난달 29일 오후 DIW 내 도서관에서 만난 마르틴 고르니히(Gornig·55) 기업시장팀장은 "메이드 인 저머니'의 타격은 자동차를 넘어, 부품 등 자동차 업계, 이후 독일산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며 "이는 독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저머니'의 타격
"2010년 유럽연합(EU)은 유럽 내에서 만드는 제품을 '메이드 인 EU'를 달아서 내보내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독일 정부는 거절했습니다. '메이드 인 저머니'는 곧 '프리미엄'을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독일 제품 전반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이 사기를 쳤다'고 생각합니다. 신뢰에 금이 가면, 브랜드 위상에도 금이 가고, 결국 국가 신뢰도까지 하락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건이 폴크스바겐만으로 그친다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BMW나 벤츠 등 다른 자동차 업체로 번진다면 독일 경제뿐 아니라 EU의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 독일 함부르크 항구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전경. 지난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독일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독일 최대 항구 함부르크항(港)은 수출 컨테이너가 계속 몰려들고 있다. / 블룸버그 제공
독일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은 주요 산업입니다. 독일인 7명 중 1명이 자동차와 관련된 일자리에서 일합니다. 독일 수출액 중 20% 가까이를 자동차가 차지합니다. 자동차와 관련된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사업까지 합치면 더욱 커집니다. 유럽 경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독일 내 공장에서 조립만 할 뿐, 생산은 대부분 다른 EU 국가나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 공장이 있는 동유럽 경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는 독일인에게 부의 상징이었고 경제적 안정감이었습니다. 독일인의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자부심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사실 독일 기업이 전 세계적 사고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벤츠 A클래스의 기술 결함도 있었고, 도이체방크가 이자율로 사기를 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독일이 자부하는 제조업에서 발생했고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이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독일식, 즉 '게르만 경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하는 시각도 있는데, 일부는 맞는 말입니다.
마르셀 프라처 DIW 소장은 지난해에 발간한 '독일 경제의 환상(The Germany illusion)'이라는 책에서 독일 경제의 약점으로 많은 비정규직, 비(非)무역 서비스업의 경쟁력 저하, 투자 격차 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금 독일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도 같습니다.
또 독일식 경제 시스템은 사실상 기업을 믿고 '자기 조절(self-control)'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프랑스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규제가 적은 대신, 지원도 적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좀 더 강화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Weekly BIZ] 철저하게 외부 수요에 의존하는 獨경제 외부 충격에 취약
입력 : 2015.10.03 03:04
[한스 쿤드나니 獨싱크탱크 마셜펀드 수석연구원]
노동자 실질소득 매년 4.5% 줄어… 독일 제품 가격 경쟁력 급증한 건 생산성 증가 아닌 노동비용 하락 때문
- ▲ 한스 쿤드나니 마셜펀드 수석연구원
"폴크스바겐 사태에 대한 독일 정부의 민감한 반응이 독일 경제의 약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독일 민간 싱크탱크 마셜(Marshall) 펀드의 한스 쿤드나니(Kundnani·43)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독일 경제의 약점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온 사람이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에 있는 독일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출간한 책 '독일의 역습'에서도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 경제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분석이 연이어 나오면서 그의 주장도 크게 재평가받게 됐다. 그는 "독일 경제는 내수가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수출에 의존해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제 약점 보여준 사건
"폴크스바겐이 지급할 수 있는 잠재적인 벌금은 180억유로(약 24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폴크스바겐 사태로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고 다른 산업에도 여파가 미치면서 독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3%에서 2010년에는 48%까지 올랐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 경제 전체의 축소판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통일 무렵 독일은 자동차 생산량의 거의 절반 정도를 수출했는데, 2000년대 들어와서는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을 수출하게 됐습니다. 독일 경제는 그간 성장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너지기 쉬운 취약점을 가지게 된 셈입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렸습니다. 마르크화 가치가 높았던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이 상황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추진한 '하르츠 개혁안' 덕분에 독일 경제가 부활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독일 제조업체들이 중·동부 유럽에서 아웃소싱 제작을 시작한 것입니다. 냉전이 종식되고 독일이 통일되자 2000년대 후반 독일 제조업체들은 체코·헝가리·폴란드·슬로바키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폴크스바겐은 체코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고, 독일에서는 제품을 조립만 합니다. 이 지역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것입니다. 기업들이 해외의 싼 노동자들을 이용하면서 독일 내 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은 하락했습니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2000년대 독일 노동자의 실질소득은 해마다 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 결과 독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올라갔습니다. 이는 생산성 증가 때문이 아니라 단위 노동 비용 하락 때문입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덕을 많이 봤고, 폴크스바겐이 이 중에서도 혜택을 받은 가장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지 못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애덤 투즈(Tooze)가 지적했듯이 독일 내의 순투자 규모는 대공황 기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낮습니다. 게다가 독일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2050년이 되면 독일보다 인구가 적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의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독일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실상은 내수가 워낙 부진하기 때문에 이 지표가 좋아 보이는 겁니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 개선은 주로 임금 억제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대다수 독일인은 경제 성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독일 경제는 철저하게 외부 수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부 충격에 그만큼 취약합니다."
[Weekly BIZ] 듀얼교육 시스템 과거엔 빛 발했지만 저출산 시대엔 경쟁력 약화 요인
입력 : 2015.10.03 03:04
[홀거 셰퍼 경제연구소(IW) 수석연구원]
10년 전만 해도 하르츠 노동 개혁 필요 했지만… 노동시장 유연화는 결과적으로 전문성 없는 인력만 양산
- ▲ 홀거 셰퍼 경제연구소(IW) 수석연구원
"독일 하르츠 노동 개혁과 듀얼 교육 시스템(Dual System·초등학교 고학년 때 대학 진학반과 취업반을 나눠 별도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큰 공을 세웠지만, 우수한 엘리트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독일 서부 쾰른에 위치한 경제연구소(IW)는 DIW와 함께 독일 양대 경제연구기관으로 꼽힌다. DIW와 반대로 보수적인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29일 쾰른 IW의 베를린 지사에서 만난 홀거 셰퍼(Schaefer·46) 수석연구원은 "이런 시스템은 과거 고(高)실업률 상황에서는 빛을 발했지만, 최근 저출산으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독일 노동 시스템의 문제
"독일 경제 기적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히는 듀얼 교육 시스템과 하르츠 노동 시스템은 외부의 시선과 달리 독일 내에서는 비판적인 여론도 많습니다. 듀얼 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대학 교육을 받을 학생과 직업 교육을 받을 학생으로 나누는 시스템입니다. 이 때문에 독일 내에서의 대학 진학률은 50%도 되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독일 교육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독일 내에 대학 교육을 받은 엘리트층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듀얼 교육 시스템은 젊은층의 실업률을 낮춘 효과가 있습니다. 모든 직업군에 대학 교육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은 문제로 지목됩니다.
이는 하르츠 노동 개혁과 맞물리면서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하르츠 노동 개혁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실업률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보다 높았습니다. 독일이 유럽 경제의 '병자' 취급을 받던 시기입니다. 당시 정부가 하르츠 노동 개혁을 추진할 때만 해도 내부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할까'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충분했습니다. 하르츠 노동 개혁으로 독일 GDP는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개혁으로 인한 노동 시장 유연화는 전문성이 없는 단순한 직업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독일의 자랑이었던 '숙련된 전문가'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출산율 저하까지 겹쳐지며 고급 노동력 부족 현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기업들의 저투자도 독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올해 독일 내 2900개 기업 중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30%에 불과합니다. 작년 초 44%보다도 14%포인트가 줄어든 것입니다.
반면,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은 15%에서 25%로 증가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려면 의미 있는 투자가 발생해야 합니다. 올해 2분기 산업의 총설비투자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수출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투자를 늘려 내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아직 돈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Weekly BIZ] 배기가스 조작 뒤엔 어둠의 역사… 경영진 끊임없이 분쟁
입력 : 2015.10.03 03:04 | 수정 : 2015.10.03 18:19
78년 폴크스바겐 복잡한 지배 구조
올해로 설립 78주년인 폴크스바겐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전쟁을 겪고 지분 상속 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면서 지배 구조가 복잡해졌는데, 이번 배기가스 조작 사건 역시 복잡한 지배구조가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①체코인 창립자
폴크스바겐 그룹의 창업자는 페르디난트 포르셰다. 그는 1875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보헤미아 지역 북부 마터스도르프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체코 영토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 무너질 때, 체코슬로바키아 국적을 선택했고 이후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살면서도 체코 국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정권에서 일하며 독일 시민권을 선택했다.
포르셰는 독일 다임러에서 수석 설계자로 일했다. 1926년 다임러와 벤츠가 합병되는 과정에서 회사를 나왔다.
②첫 회사 '포르셰'
실업자가 된 포르셰는 193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명예 공학 박사 F 포르셰 유한회사, 자동차 및 엔진 개발 연구소'라는 긴 이름의 첫 회사를 세웠다. 이것이 포르셰의 전신이며, 폴크스바겐 그룹의 시작이다. 그는 경주용 고성능 엔진 개발 등에 성공하며 엔지니어로서 두각을 드러낸다. 구(舊)소련의 스탈린이 수석 자동차 제작자로 스카우트 제의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독일 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회사는 경영난에 처했다.
- ▲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1938년 5월 26일 니더작센주에 새로 들어선 폴크스바겐 자동차 공장 개장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히틀러는 폴크스바겐에 ‘국민차’ 비틀(Beetle)을 만들라고 지시한 장본인이다. / AP 뉴시스
③후원자 히틀러
포르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경제적 지원을 한 것이 나치당 당수 시절 히틀러다. 이후 히틀러는 1933년 포르셰에게 독일인이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소형차를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폴크스바겐' 프로젝트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volks)과 차(wagen)의 합성어이다. 1938년 포르셰는 히틀러의 지시로 '국민차' 제작에 성공했고, 그 차가 '비틀'이다.
비틀을 생산하기 위해 히틀러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다. 대량생산을 위해 포르셰는 미국 포드 공장을 수차례 방문했는데, 당시 포르셰는 대량생산 시스템만큼이나, 사장인 헨리 포드가 직접 커피를 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④두 나라 두 회사
포르셰에게는 딸 루이제와 아들 페리, 1남 1녀가 있었다. 루이제가 페리보다 네 살 많은 누나다. 평소 아들 중심의 경영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던 루이제는 제2차 세계대전 도중 자기 지분을 챙겨 오스트리아에 따로 회사를 차렸다. 이후 포르셰는 '독일 포르셰(생산 및 기술 개발)' '오스트리아 포르셰(독점 수입 판매)' 시스템으로 이원화돼 운영된다. 창업자인 포르셰는 '루이제와 페리에게 재산을 동등하게 나눠준다'는 유언 외에 차기 후계자 지명 없이 사망했다.
⑤20% 지분 니더작센주(州)
폴크스바겐은 2차대전 후 처음엔 프랑스로 그다음엔 영국으로 경영권이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포르셰와 아들 페리, 사위 안톤 피에히는 전범(戰犯)으로 프랑스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이후 폴크스바겐 공장은 정부 간 협상에 따라 독일 정부로 넘어오게 되고, 독일 의회는 1960년 특별법에 따라 폴크스바겐을 주식회사로 전환한다. 그 과정에서 20% 정도는 공장이 있는 니더작센 주정부가 보유하고, 나머지는 일반인에게 공모하는데, 이 지분을 포르셰와 피에히 가문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다시 대주주 자리를 찾았다.
⑥경영권의 난
되찾은 대주주 자리로, 2세인 루이제와 페리, 3세인 그들의 자녀 총 8명은 각각 지분을 나눠 갖고 포르셰(독일과 오스트리아)와 폴크스바겐을 공동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3세들이 성인이 되면서 후계자 선정을 놓고 분쟁이 일게 되고, 이를 지켜보던 페리 포르셰는 1970년 오너가(家) 전원 경영진 사퇴를 선언한다. 오너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강력한 후계자였던 루이제의 장남과 페리의 삼남은 회사를 떠났다.
⑦친손자 vs. 외손자
시간이 지나면서 포르셰는 친손자인 볼프강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은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가 맡는 형식으로 분리된다. 하지만 이 둘이 다시 합쳐진 것은 2005년 포르셰가 폴크스바겐 인수를 시도하면서부터다. 당시 카이엔의 성공으로 30억유로에 달하는 현금이 생긴 포르셰는 폴크스바겐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뒤 주식 매입에 들어간다. 그러나 2008년 9월 세계 금융 위기가 발생하고, 포르셰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미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 오히려 2009년 7월 폴크스바겐 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⑧피에히 확장 전략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회장은 폴크스바겐 외형을 키우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포르셰에서 일하다 오너가 전원 사퇴로 회사를 떠난 후 1972년 아우디 기술 담당으로 재입사해 아우디를 럭셔리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이다. 1988년 아우디 회장에 선출됐고, 1993~2002년 폴크스바겐 그룹의 회장을 지냈으며, 올해 4월까지 폴크스바겐 그룹의 감독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냉철한 성격으로 '지옥의 사자' '신들의 아버지' 등의 별명을 얻었다. 피에히는 외할아버지와 페라리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가 친했고, 본인도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주지아로와 친해 이탈리아 브랜드 인수에 공을 들였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셰, 스코다, 벤틀리, 부가티, 세아트, 람보르기니, 스카니아, 만 등 10개가 넘는 브랜드를 아우르는 성장을 이뤘다.
⑨빈터코른 쿠데타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폴크스바겐 회장은 원래 피에히 사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경영 스타일을 두고 갈등을 빚게 되고, 이 과정에서 피에히가 빈터코른을 내보내기 위해 이사진에게 '빈터코른이 나를 죽이려 한다' '그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내가 보유한 주식을 적들에게 팔아버리겠다' 등의 강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사회는 그의 경영 능력과 판단력에 의심을 품게 되고, 빈터코른의 손을 들어주며 피에히를 내보냈다. 포르셰의 친손자 볼프강 포르셰가 빈터코른 편에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⑩피에히의 저주
이번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빈터코른은 5개월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피에히 쪽 사람으로 분류되는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스포츠카 사업 부문 대표가 신임 회장직에 앉게 됐다. 이번 사건을 독일 내에서는 '피에히의 저주'라고 부른다. 폴크스바겐 그룹 수뇌부는 "브랜드별 개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Weekly BIZ] 막대한 돈만 낭비하고… 유럽의 클린 디젤 전략은 최대의 '실패한 환경 정책'
입력 : 2015.10.03 03:04
온실가스 줄이는 데 도움 된다던 디젤 엔진
알고 보면 해로운 물질 더 많이 나와
폴크스바겐 스캔들을 듣고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거대한 회사가 220억달러를 날려버릴 수준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고객을 속인 폴크스바겐은 엄청난 벌금과 기업 가치 추가 하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폴크스바겐이라는 한 기업에 국한된 사건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스캔들을 예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으로 불거질 수 있는 2차 스캔들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은 독일과 유럽의 규제 기관이 지나치게 무능했던 게 아닌지 혹은 이들이 제조업체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 역시 폴크스바겐과 같은 행위를 해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럽의 규제 기관은 무엇을 알고 있고, 언제 알았을까? 테스트 중에만 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일종의 꼼수 역할을 하는 '차단 장치(defeat device)'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규제 기관은 정확한 테스트 결과를 위해 엔진 시스템을 다른 모드로 바꿔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차단 장치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실제 자동차 주행 시에만 주행 모드를 설정했고 테스트 받을 때는 테스트 모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규제 기관은 가스 배출량을 검사할 때 테스트 모드로 설정해 놓는 것이 문제이고, 여기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들어본 일이 없다. 테스트 모드에 대한 감독이 지나치게 느슨해 부정행위를 할 여지가 생긴 건 아닐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흥미롭다. 폴크스바겐의 회복은 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불거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스캔들은 더욱 치명적이다. 바로 유럽 자동차 제조 회사들을 이렇게 이끈 경제·환경 정책이다. '클린 디젤' 전략은 정부 주도 정책이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사태가 일어나기도 훨씬 전에 이 정책은 상당히 큰 비용만 낭비한 실패였다고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1990년대 중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 때문에 유럽 정부는 가솔린 엔진에서 디젤 엔진으로 바꾸는 정책을 주도했고, 상당 부분 성공했다. 현재 유럽에서 디젤 자동차는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정책을 가장 먼저 시도한 프랑스에서 디젤 엔진은 모터 소비량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탄소가 더 많다. 하지만 디젤 엔진은 연료를 더 적게 태운다. 이런 까닭에 디젤 엔진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디젤 엔진 사용은 환경에 더 치명적이다. 온실가스가 나오는 비율은 낮지만, 미세 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은 더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오로지 온실가스만 줄이겠다며 다른 유해 물질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어줬다. 이 때문에 디젤 엔진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디젤 엔진 전환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정부가 세금을 덜 받으면서까지 디젤 자동차의 소비를 늘리자,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자동차를 이용하게 됐고, 온실가스는 더 늘어났다. 디젤 수요가 늘면서 러시아에서는 더 많은 디젤유(油)를 공급했고, 에너지 소비 사슬은 더 많은 탄소 배출로 이어졌다.
쉽게 말해 클린 디젤 전략은 결국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패했고, 엄청난 비용 낭비였다. 한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이 정책은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심화시켰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모르겠지만, 폴크스바겐은 디젤 자동차를 미국에까지 도입하려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 기관은 그리 너그럽지 않았고, 더군다나 미국 정부는 디젤을 옹호하는 정책을 펼치지도 않았다.
반면 유럽은 자동차 산업에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 자동차 제조업체(폴크스바겐)는 위기를 맞았고, 유럽의 많은 도시는 질소산화물이 늘어나는 공기 오염에 직면했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발생했을 때 크게 할 말도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폴크스바겐이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사기를 저질렀다고 본다. 사기를 칠 환경을 만들어준 유럽의 클린 디젤 전략은 역사상 최대의 '실패한 환경 정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Weekly BIZ] CEO에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獨기업 이사회
입력 : 2015.10.03 03:04
독특한 지배구조
노동자·지방정부·채권자도 참여, 폴크스바겐 이사회 절반은 노동자 대표
勞·社 공동 결정 방식 통해 강력한 단결심
- ▲ 독일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의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의 건물 옥상에 폴크스바겐 로고가 새겨진 설치물이 놓여 있다. / 블룸버그 제공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독일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의 감독이사회는 지난 23일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의 사표를 수리했다. 감독이사회는 이를 발표하며 빈터코른 전(前) CEO가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칭송했다. 회사가 370억달러(약 43조원)에 달하는 현금 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그의 재임 중 일어난 사기 사건에 대한 보상금으로 날릴 판인데도 말이다. 독일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광경은 독일의 기업 지배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폴크스바겐 감독이사회는 "빈터코른 전 CEO는 배출가스 데이터 조작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발표했다.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폴크스바겐이 특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후 회사가 그 짧은 시간 동안 빈터코른 전 CEO가 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규명할 방법이 있었을까? 폴크스바겐 감독이사회는 올해 4월 빈터코른 전 CEO와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이사회 의장의 권력 다툼 당시 빈터코른 전 CEO를 지지했었다. 폴크스바겐의 주가가 지난달 18일 이후 28%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독이사회는 빈터코른 전 CEO에게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이는 독일 산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안슈 자인 도이체방크 공동 CEO는 지난 6월 사퇴했다. 당시 도이체방크는 잇단 거액의 벌금과 자인 전 CEO가 주도한 잘못된 구조조정 계획 탓에 주가가 올 4월의 연중 최고치보다 17% 하락한 상황이었다. 이때도 폴 아흘라이트너 도이체방크 감독이사회 의장은 폴크스바겐 감독이사회가 빈터코른 전 CEO를 향해 말했던 표현 그대로 자인 전 CEO를 치켜세웠다.
2013년에는 독일 재계 순위 5위인 지멘스의 감독이사회가 피터 뢰셔 전 CEO의 사임을 발표하며 "뢰셔 전 CEO의 리더십 아래 지멘스의 실적과 수익성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는 뢰셔 전 CEO 재임 중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연기됐고 한심한 전략적 실수도 많았다. 뢰셔 전 CEO의 전임자인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전 CEO 역시 뇌물 스캔들로 물러나면서도 감독이사회로부터 "클라인펠트 전 CEO의 리더십 덕분에 지멘스는 큰 성장을 이뤄냈다"는 칭찬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덕담의 문제가 아니다. 수년간 폴크스바겐과 도이체방크, 지멘스에서 벌어진 부정행위와 경영진의 책임감 결여가 독일의 기업 지배구조 시스템에 깊숙이 박혀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독일 기업의 지배구조는 일반 주주 말고도 노동자나 지방정부, 채권자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의 이해가 반영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독일 법에 따라 폴크스바겐 이사회의 절반은 직원들이 뽑은 노동자 대표들로 구성된다. 더군다나 20명의 이사 중 2명은 니더작센주(州) 대표들이다. 빈터코른 전 CEO가 4월 권력 싸움에서 승리한 데는 노동자 대표와 지방정부의 지지가 한몫했다. 노동자 대표들은 지멘스와 도이체방크 이사회의 의석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경영진과 노동자,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은 '공동 결정(co-determination)'이란 방식을 통해 밀접하게 엮여 있다. 독일 기업에서는 강력한 단결심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깨끗한 기업 문화 형성에 유익하지만은 않다. 데이비드 헤스 미시간대 교수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지멘스의 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독일 법은 외국 정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는 쪽으로 바뀌었지만, 독일 기업들은 계속 뇌물을 건넨다. 이는 직원들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정 행위 스캔들이 터지면 모든 회사는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 폴크스바겐은 부정 행위가 입증된 직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도이체방크와 지멘스는 반(反)부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약속이나 프로그램이 효과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도이체방크는 벤치마크(기준지수) 조작과 돈세탁 사건을 조사한 후 러시아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브라질과 이스라엘, 그리스 등에서 발생한 예전 뇌물 스캔들의 여파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 기업들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려면 외국 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모양이다. 폴크스바겐과 지멘스 사건은 미국 환경보호청의 조사로 밝혀졌다. 도이체방크의 부정행위도 미국과 영국 금융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독일 기업들은 폐쇄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아늑한 시스템을 외부인이 (불법 행위 적발로) 뒤흔들게 되면 주주 이익은 곤두박질치고 여파는 수년간 계속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여년간 독일 사회를 가치 중시 사회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독일 기업들은 쉬운 먹잇감이다. 독일 매체에 실린 한 칼럼은 빈터코른 전 CEO가 아무런 제재 없이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을 두고 "가치 있는 자동차는 기업이 가치를 중시할 때만 만들어진다. 이제 관건은 폴크스바겐이 언제 다시 가치를 되찾을 것인가다. (빈터코른 전 CEO의) 사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쓰기도 했다.
독일 사회는 20세기에 저지른 잘못을 적극적으로 속죄하고 있지만, 독일 기업의 지배구조는 이런 움직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독일 기업들이 스스로 바뀔 수 없다면, 투자자에게 더 큰 역할을 주고 다른 회사 관련자들에게 더 큰 목소리를 주는 쪽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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