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불황을 모르는 폴란드… 정권 바뀌어도 정책은 뒤집지 않는다

Shawn Chase 2015. 9. 24. 12:44
  • 정지섭 기자
  • 바르샤바=한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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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9.24 03:00

    [잘나가는 나라의 성공비결] [4] 폴란드

    수출 10년간 3배로 늘고 내수 기반도 탄탄한 편
    외국기업 진출 잇따라… 10년간 성장률 OECD 4위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14일 "폴란드 중남부 타히(Tychy)시 공장에 1억유로(약 1321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폴란드 공장에서 '피아트500'과 '란시아 입실론'을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피아트 500'은 방미(訪美)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전 차량으로 제공될 정도로 이 회사의 간판 차종이다.

    (왼쪽 사진)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도심 마천루에 밤이 되자 불이 들어오면서 화려한 경관이 연출되고 있다. 폴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은 나라이다. (오른쪽 사진)폴란드는 수출 호조뿐 아니라 유통·건설 등 내수 경기도 활기를 띠고 있어, 바르샤바 도심 곳곳에서는 쇼핑몰이나 기업 사옥 등을 새로 짓는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 사진)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도심 마천루에 밤이 되자 불이 들어오면서 화려한 경관이 연출되고 있다. 폴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은 나라이다. (오른쪽 사진)폴란드는 수출 호조뿐 아니라 유통·건설 등 내수 경기도 활기를 띠고 있어, 바르샤바 도심 곳곳에서는 쇼핑몰이나 기업 사옥 등을 새로 짓는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 소식에 폴란드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 사이에선 "국가수반이 바뀌어도 폴란드의 경제 정책은 초지일관임을 확신시켜 주는 뉴스"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반(反)EU·반(反)시장 친화적인 공약을 내세워 승리한 안제이 두다 신임 대통령을 바라보던 우려 섞인 시선이 걷혔다는 얘기다.

    정권은 바뀌어도 경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폴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나라이다. 올해 성장 전망치도 3.7~3.8%로, 유럽 최고치이다. 최근 10년간(2005~2014) 연평균 성장률은 3.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4위다. 홍지인 주폴란드 한국대사는 "폴란드라고 하면 외세에 침탈당한 우울한 역사를 떠올리지만, 지난 10여년간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인 번영을 누린 나라"라고 평가했다.

    폴란드 경제가 경제 위기의 풍랑 속에서도 선전하게 한 일등 공신은 정파를 초월해 유지된 시장 친화적 경제 정책이다. 최문석 KOTRA 바르샤바 무역관장은 "폴란드는 우파→좌파→우파로 수시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경제에서는 '친(親)서방 정책'과 '시장 친화적 자유주의'라는 두 원칙이 초지일관 유지됐다"고 말했다. 신임 두다 대통령의 공약 중엔 ▲연금개혁 폐지와 원상복귀 ▲무조건적 EU 추종 노선 탈피 ▲양육수당 지급 같은 좌파·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내용이 많다. 블룸버그 등은 "이번 대선 결과로 경제 노선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난 지금 그런 우려는 기우(杞憂)로 나타났다. 두다 대통령은 자기 색깔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며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추진했고, 공약이던 은행세(연간 자산의 0.39%)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미루는 등 '경제정책엔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수출과 내수가 합작하는 쌍끌이 경제

    폴란드의 EU 주요 국가의 시간당 노동비용 비교.
    지난달 8일 바르샤바의 문화과학궁전 앞. 마천루 사이 곳곳의 공사장에선 골리앗 크레인과 쉴 새 없이 건설 자재를 싣고 나르는 화물트럭의 움직임이 부산했다. 건설 경기 호조에 힘입어 지난달 트럭 신규 등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나 늘었다. '막스앤스펜서', '자라', '세포라' 같은 매장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제고시 쿨레신스키씨는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음침하고 썰렁한 거리였지만,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어 나조차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경제의 또 다른 강점은 수출과 내수의 양 날개가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다. 2004년 690억달러였던 폴란드의 해외 수출액은 지난해 3배 이상(2190억달러) 늘었다. 요즘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독일의 베를린 시내 곳곳에는 폴란드산(産) 버스가 돌아다니고, 수퍼마켓의 식료품, 아기 기저귀 코너, 가구점에서도 '메이드 인 폴란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엘쥬비에타 몬친스카 폴란드 경제협회장은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가구를 많이 생산해 대부분 수출한다"며 "전 세계 여객기는 폴란드 부품이 적어도 하나 이상 들어가 있다"고 자랑했다.

    내수도 좋다. '내수 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명품 시장은 지난해 126억 즈워티(약 4조원) 규모로 7년 만에 2배 이상 커졌다. 올해에만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 30곳이 폴란드에 신규 진출했다. 또 바르샤바에는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서울에 이어 세계에서 넷째로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지원하는 '구글 캠퍼스'가 들어선다. 매킨지 바르샤바 사무소의 보이텍 보그단 파트너는 "수출·내수·유럽연합의 지원 등 거의 모든 동력이 차질 없이 돌아가고 있는 폴란드의 경제 성장은 당분간 탄력을 더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