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진핑-캐머런 밀월..원전·고속철 경헙 '황금시대' 여나

Shawn Chase 2015. 10. 16. 00:28

시 주석 19~23일 영국 국빈방문..英, 중국측 투자 약속 바라 오스본 재무 "황금 10년 창출 위해 뭉치자" 노골적 구애

 

연합뉴스 | 입력 2015.10.15. 22:09

 

 

 

시 주석 19~23일 영국 국빈방문…英, 중국측 투자 약속 바라

오스본 재무 "황금 10년 창출 위해 뭉치자" 노골적 구애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중국과 영국이 수주일 동안 상호 애착을 표현하는 화려한 수사를 주고받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영국을 방문하는 올해를 양국 관계에 '매우 중요한 해'(big year)로 묘사하고, 영국 관리들은 '황금의 해'(a golden year)로 화답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을 앞둔 양국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과 영국은 이번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이 경제협력의 기반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이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영국이 중국의 '굴기' 견제에 몰두하는 미국과 일본의 명분보다 중국 경제 성장에 기대어 실리를 추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FT는 영-중 우호관계는 불편한 미-중 계와 대조를 이룬다면서 영국이 큰 외교 사안에서 미국에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 시 주석 극진한 환대 준비…노골적 구애

시 주석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청으로 오는 19~23일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 취임 후 첫 방문이다.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으로는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0년 만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공식 환영행사와 환영 만찬과 더불어 시 주석이 여왕 마차에 올라 버킹엄궁에 이르는 거리를 지나는 마차행렬도 준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총리 집무실에서 하는 공식회담 이외 자신의 공식 별장인 16세기 건축물인 체커스에도 초대한다.

중국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시 주석과 편안하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겠다는 캐머런 총리의 의지로 해석된다.

올 들어 영국은 중국에 대한 노골적 구애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 3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중국에 대한 영국의 지속적 순응의 일부"이라고 한 미국 정부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영국의 가입은 AIIB를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WB)의 유력한 경쟁자로 평가할 정도로 '어엿한'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나아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조지 오스본 장관은 영국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떠한 도전이 있든, 우리는 중국에서 멀어져선 안 된다"며 "양국의 황금 10년을 창출하기 위해 함께 뭉치자"고 호소했다.

영국 언론에 낸 기고에선 "우리(영국)는 이 나라에 황금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국과 특별한(golden) 관계를 원한다. 영국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영국이 중국의 최고 서방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00여 년간 지속된 암흑기를 뒤로하고 영국이 중국의 '최고 서방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욕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오스본 장관은 중국 방문 기간 '껄끄러운' 중국 인권 문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대규모 경협 모색…원전·고속철·인프라 투자

캐머런 총리로서는 자신이 내건 '위대한 영국' 건설을 위한 외부 투자가 절실하다. 특히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인프라 투자에서 기대할 곳은 중국밖에 없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6월 영국을 방문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영국은 고속철, 민수용 원자력, 항공, 전신 등 분야에 대한 중국 측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양국이 금융, 부동산, 에너지,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각종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시 주석의 방문을 계기로 남부 힌클리 포인트 원자력발전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안전 논란에도 기존 노후 원전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원전들을 건설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런 방침의 하나로 잉글랜드 남서부 힌클리 포인트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완공시 영국 전체 발전의 7%를 차지하는 대형 원전이다.

그러나 사업규모가 24억5천만파운드(약 4조4천억원)인 이 프로젝트의 주사업자인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가 중국 협력업체들을 유치하려했지만 중국 측의 확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영국 정부는 힌클리 원전 건설에 참여하면 잉글랜드 남동부의 브래드웰에 자체 설계한 원전을 건설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당근을 제시했다.

앰버 루드 영국 에너지장관은 영국은 저탄소 에너지를 얻게 되고, 중국은 자국 원전 기술을 서방에 선보일 수 있는 첫 사례를 얻는 것이라며 양국의 윈-윈을 강조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맨체스터와 요크 등 중부지역 발전을 위한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중국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

오스본 장관은 고속철 HS2(High Speed 2) 건설 1단계 공사를 위한 입찰 개시를 중국 땅에서 발표하면서 중국을 배려했다.

영국 정부는 2023년 개통을 목표로 런던과 버밍엄을 잇는 시속 400km의 HS2 1단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1단계 건설 사업비는 118억파운드(약 21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어 2단계는 버밍엄에서 갈라져 하나는 중서부의 맨체스터로, 다른 하나는 중동부의 리즈로 가는 노선들을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1.2단계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250억 파운드(약 43조원)로 추정된다.

아울러 중부 지역 일대에서 추진 중인 기업혁신도시 등의 건설 프로젝트들에도 중국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맨체스터도 들를 예정이다.

◇금융시장 협력…런던 금융시장, 중국과 국제금융시장 가교?

중국과 영국은 금융시장에서도 윈윈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G2'로 불리는 자국의 위상을 반영해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키우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위안화를 무역결제 수단뿐만 아니라 투자 수단으로 발전시켜 장차 중국 기업들에 해외 자금조달 여건을 마련해주려는 것이다.

영국은 런던 금융시장을 중국과 국제금융시장을 잇는 가교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화답해 시 주석 방문 기간 중국 인민은행이 런던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단기 국채를 발행하는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은 런던과 상하이 증시간 연계 방침도 밝히고 있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