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홍성추의 재벌가 인사이드(60):재벌 3세(3)대상그룹 후계구도의 변수, 딸들의 결혼과 이혼

Shawn Chase 2015. 9. 10. 13:01
홍성추
프리미엄조선 객원기자(재벌평론가)
E-mail : sch8@naver.com
30년 넘게 언론인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는 일선기자 시절 주로 기업(산업)분야를 취재했다.서울신문 주간국 기자로 있을 때는 '화제의 창업주'라는 기획물을 연재했고, 편집국 산업부장 재직시에는 재벌가의 혼맥을 분석한 '재벌가맥'이라는 기획을 하기도 했다. 특히 재벌가 분쟁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도시정책학회 이사장 직을 맡고 있으면서 재벌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신문 기자, 서울신문 발행 시사주간지 뉴스피플 편집장, 편집국 기획취재 부장, 산업부장, 이사대우 광고마케팅국장, 서울신문 STV 대표이사 역임
  • 입력 : 2015.09.10 07:16 | 수정 : 2015.09.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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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료 기업으로 유명한 대상 그룹은 창업주가 생존해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다. 임대홍 창업 회장은 우리나이로 96세에 이른다. 한국의 ‘하워드 휴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언론 인터뷰나 대외 활동을 전혀 안한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평생의 한을 갖도록 한 것도 임 창업주다. 삼성 이 회장은 조미료 시장에 진출하면서 당시 최고의 대표 브랜드인 ‘미원’을 꺾으려고 온갖 마케팅을 펼쳤으나 임 회장의 미원을 이기지 못했다. 이 회장은 말년에 자신의 의지대로 안된 것 3가지 중 하나가 ‘미원을 누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 회장이 타계하고 임 회장의 손녀(임세령)와 이병철 회장의 손자(이재용)가 결혼하면서 재계에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돌아가신 이 회장이 손자의 결혼을 통해 임 회장을 눌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10여년만에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확실한 후계자로 자리매김 했고, 임세령 상무는 대상으로 돌아와 사업전략담당 임원으로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임 창업주는 2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이 임 상무의 부친인 임창욱 명예회장이다. 차남은 일찍이 대상에서 분가, 독자사업을 하고 있다.

    2세인 임 명예회장은 아들 없이 딸만 둘이다. 임세령 상무가 장녀이고 둘째가 임상민 기획관리본부 상무다. 임상민 상무는 10여년 전에 대상 경영에 합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임세령 상무가 대상 경영에 합류하기 전만해도 임상민 상무가 대상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임세령 대상 상무(왼쪽), 임상민 대상 상무. /조선일보 DB
    임세령 대상 상무(왼쪽), 임상민 대상 상무. /조선일보 DB
    주식 지분율을 보더라도 임상민 상무가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36.71% 지분을 갖고 있는 임상민 상무다. 언니 임세령 상무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20.41%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외 임창욱 명예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상문화재단이 3.8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임창욱 명예회장과 박현주 부회장 내외가 각각 3.32%, 3.87%를 보유한 상태다. 임세령 상무가 상성가(家)와 혼인을 맺으면서 주식 증여도 자연스럽게 동생에게 많이 주어진 결과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후계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미혼이었던 임상민 상무가 결혼을 발표한 것이다. 임 상무의 결혼 상대는 국균 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경영자문위원의 장남 국유진(30·미국명 크리스 국)씨다. 국 씨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서울외국인학교를 다녔고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와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JP모건체이스를 거쳐 현재 사모펀드사인 블랙스톤 뉴욕 본사에서 근무 중이다. 임 상무는 결혼후 뉴욕에 신접 살림을 차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측도 임 상무를 뉴욕지사로 발령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분간 국내 대상의 경영엔 임세령 상무만 관여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후계구도에 변화를 점치고 있다. 차녀인 임상민 상무에서 장녀인 임세령 상무로의 이동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임상민 상무가 대상 홀딩스의 주식 지분율이 높지만 경영권은 장녀인 임세령 상무가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임상민 상무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기 전과 달라진 양상이다. 임세령 상무와 영화배우 이정재씨와의 연애설들이 불거져 나왔지만 결혼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임세령 상무가 경영에 전념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진단이다.

     

    재벌 3세에서 처음 등장할 '진정한 여성 총수'는 누구일까?

     

    입력 : 2015.09.10 07:16 | 수정 : 2015.09.1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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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편에서 계속>
    재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사위에게 경영권을 이양했다가 낭패본 집안이 적지 않은 사실이 말해 주듯 아무리 사위가 유능해도 남은 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들이 없는 동양그룹의 이양구 창업주는 자신이 직접 맏사위를 골라 후계자로 만들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학벌이 좋다고 사위로 삼았다가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은 곳도 더러 있다. CJ그룹의 이미경씨가 서울대와 하버드대를 나온 Y씨와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고시 3관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고승덕 변호사 역시 포스코 박태준 회장의 사위였다가 파혼한 케이스다.

    한국계 미국인인 K씨는 하버드대 MBA출신으로 중견 재벌인 B그룹 N회장의 사위로 들어갔다가 N회장의 눈밖에 나고 말았다. 미국 현지법인을 맡겼으나 경영에 성과를 못보자 경영에서 아웃시켜 버린 것이다. K씨는 현재 국내에 들어와 미국계 법인 최고 경영책임자가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의 이력에는 B그룹의 사위였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다. N회장측 인사는 “학벌만 믿고 사위로 삼았다가 낭패한 경우”라고 K씨를 혹평했다.

    사위를 경영에 합류시키고 있는 재벌 그룹들도 알고 보면 전문 경영인 이상의 대우는 별로 없다고 보면 된다. H그룹의 사위인 J사장은 주력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나 주식이 거의 없고, S그룹의 K사장 역시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을 뿐 핵심 경영인 반열에는 못 끼고 있다. 또 다른 S그룹의 M전무는 한때 잘나가는 사위로 알려졌지만 지난 연말 인사에서 주요보직에서 배제, 사실상 좌천성 직책을 맡고 있다. A그룹의 맏사위인 A사장은 필자에게 “자신은 전문 경영인일 뿐 오너 경영인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A사장은 다른 전문 경영인 보다 실적 부담이나 경영 압박이 강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선일보 DB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선일보 DB
    국내 주요 그룹 중에 경영권을 이양받을 아들이 없는 집안이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모레 퍼시픽 그룹의 서경배 회장 집안이다.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은 슬하에 2남4녀를 뒀다. 현재 모기업인 아모레퍼시픽 그룹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차남인 서경배 회장이다. 서 회장은 대학생인 딸 둘만 있는 상태다. 장녀인 민정씨는 현재 미국 코넬대학에서 MBA과정을 밟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경배 회장은 지주회사인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55.70%, 주력 계열사인 ‘(주)아모레퍼시픽’의 지분 10.72% 등을 보유하고 있고, 장녀인 민정씨가 ‘(주)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26.48%를 갖고 있다. 민정씨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캐시카우로 지목되고 있는 ‘(주)에뛰드’와 ‘(주)이니스프리’의 주식 전부를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아 확실한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재벌가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미국 코넬대학에서 MBA를 밟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3세 후계자는 장녀 민정씨가 될 것이 틀림없다. 민정씨는 현재 미혼인 상태다.

    3세에 이르러 대상그룹과 아모레퍼시픽 그룹에서 여성 총수가 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애경 그룹(장영신 회장)이나 현대 그룹(현정은 회장) 대신증권 그룹(이어룡 회장) 등은 여성 총수가 이미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재벌가 ‘안방마님’으로 있다가 남편이 사망하면서 그룹 총수가 된 케이스다. 애경 그룹 장영신 회장은 남편보다 회사를 더 크게 확장, 창업주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기는 하다. 남편의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맡았다가 실패한 ‘안방마님’들도 더러 있다. 대한전선 그룹이나 한진해운 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경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3세 여성 경영인들은 2세나 창업주 ‘안방마님’과 달리 일찍부터 경영에 참여, 기업의 생리를 파악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이들이 3세 여성 총수로서 화려한 족적을 만들어 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재벌 3대에 이르러 창업 1세나 2세와 달리 여성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는 점이 재벌가의 달라진 풍속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