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간조선] 첨단무기로 무장한 우리 국군이 2~3$에 불과한 목함지뢰에 전전긍긍하는 이유

Shawn Chase 2015. 8. 30. 18:37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입력 : 2015.08.29 17:51 | 수정 : 2015.08.29 18:05

2010년 7월 31일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민간인 출입 통제지역에서 지뢰가 폭발해 민간인 한모(48)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모(26)씨가 오른쪽 옆구리에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이 지뢰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였다. 두 명의 피해자는 임진강의 지류인 사미천에서 낚시를 하고 나오다 갈대밭에서 목함지뢰를 발견했으며, 한씨가 들고나오던 지뢰가 충격을 받아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지뢰는 당시 집중호우로 북한군이 매설한 게 임진강을 따라 흘러내려 왔다. 전에도 북한 목함지뢰가 유실돼 우리 지역으로 떠내려 온 적은 있지만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었다. 앞서 7월 30일엔 북한과 접경지역인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 대빈창해수욕장 백사장에서도 한 낚시꾼이 북한제 목함지뢰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목함지뢰는 나무상자처럼 보여 무심코 건드릴 가능성이 커 한동안 전방지역에 북한 목함지뢰 비상이 걸렸다. 목함지뢰는 나무상자에 들어 있는 인명 살상용 대인지뢰로, 가로 22㎝, 세로 9㎝, 높이 4.5㎝ 크기다.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폭약 용량은 220g이며 살상 반경은 최대 2m다.

(좌)M-14 대인지뢰, (우)M-16 대인지뢰.

당시 수십 발의 목함지뢰가 회수됐고 이 지뢰들은 지난 8월 4일 발생한 경기도 파주 인근 DMZ(비무장지대) 지뢰매설 사건이 북한군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물이 됐다. 이번에 철제 용수철, 공이 등 총 5종 43점의 잔해가 수거됐는데 5년 전 사미천에서 수거된 목함지뢰와 비교해 보니 일치했다. 목함지뢰는 소나무로 만들어지는데 나무 성분에서 강한 송진 냄새가 난 것도 같았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 안영호 준장은 “2010년에 사미천으로 떠내려 온 북한군 목함지뢰를 군이 가지고 있는데 그 목함지뢰에서도 강한 송진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북한제 목함지뢰는 개당 가격이 2000~3000원에 불과하다. 이런 무기가 첨단무기로 무장한 우리 군을 어떻게 전전긍긍하게 할 수 있을까? 지뢰는 개발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장 비인도적이면서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위협적인 무기로 꼽힌다.

지뢰가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된 기록은 1277년 중국 송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몽골의 침입을 받고 있었던 송나라는 화약을 응용해 오늘날의 지뢰와 유사한 무기를 개발한다. 송나라에서 개발된 지뢰는 이후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건너갔고 유럽에서 성을 공략하는 공성 무기로 활용된다. 성이나 요새를 포위 공격할 때 성벽 밑으로 터널을 파고 성벽 아래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성벽을 무너뜨리곤 했다. 이로 인해 지뢰는 ‘랜드 마인(Land Mine)’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뢰는 그 뒤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을 거쳐 최근 주요 분쟁에 이르기까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지뢰는 사용 목적에 따라 사람을 겨냥한 대인용과, 전차·장갑차를 파괴하는 대무기용으로 나뉜다. 대인 지뢰는 보통 무게 1~5㎏, 폭약의 양은 0.2~0.5㎏으로 반경 10m 내외의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한국군이 쓰고 있는 대인지뢰 중 가장 위협적인 것은 M-14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지뢰탐지기로도 발견이 안 된다. 크기도 군용 손전등 뒷부분(지름 5.5㎝)과 비슷할 정도로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터졌을 때 발목만 날려버린다고 해 별명이 ‘발목 지뢰’다. M-14를 찾아내려면 탐침봉이나 대검으로 일일이 땅을 약 6㎝ 간격으로 쑤시고 다녀야 한다.

M-14보다 큰 M-16 대인지뢰도 있다. M-16은 직경 101㎜, 높이 198㎜로, 밟으면 약 90㎝가량 공중으로 튀어올라 폭발해 사람의 상체에도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반경 50m 이내의 사람을 살상할 수 있고 부상 반경은 100m에 달한다.

 

(좌)북한 목함지뢰, (우)스마트 지뢰.

 

 

대인지뢰 가운데도 클레이모어(Clay-more)는 지뢰 발달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꼽힌다. 보통 지뢰는 땅속에 묻히지만 클레이모어는 땅 위에 설치된다.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 클레이모어는 내부에 플라스틱 폭약과 쇠구슬 700여개가 들어있다. 클레이모어는 폭발하면 쇠구슬이 일시에 한쪽 방향으로 퍼지기 때문에 큰 살상효과를 얻을 수 있다. 1960년부터 미 육군에 배치된 클레이모어는 베트남전 때 미군이 가장 애용한 무기 중의 하나였다. 여러 조건만 맞는다면 클레이모어 1개로 적 1개 소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전방 60도 각도로 폭발해 50m 이내는 즉사하고 100m 이내에선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고 한다. 대무기용 지뢰는 대전차 지뢰가 대표적이다. 폭약의 양은 대인지뢰보다 훨씬 많은 3~10㎏이고, 무게는 10~15㎏가량 되는 것이 많다.

지뢰는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입혀 왔다는 점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로 꼽혀 왔다. 무분별한 지뢰 피해를 막기 위해 각국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스마트 지뢰를 개발하고 있다. 2013년 8월 미 육군의 사용허용 판정을 받은 M-7 스파이더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지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일부 업체도 스마트 지뢰인 원격운용통제탄을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원격운용통제탄은 적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설치해 무선으로 원격조종을 통해 적을 탐지하고 제압한다. 기존 재래식 대인지뢰는 탐지 및 회수가 쉽지 않아 민간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원격운용통제탄은 기존 대인지뢰와 달리 표적을 선별해 공격하기 때문에 설치 자체로는 위험성이 없고 제거나 해체가 쉽다. 회수한 탄은 재사용도 가능해 대인지뢰 관련 국제협약에 저촉되지 않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뢰는 80여개국에 1억6000만개가 묻혀 있다고 추정된다. 이 중 한국에 매설돼 있는 것은 100만개가 넘는다. 이 중 95%가량이 이번에 지뢰매설 사건이 발생한 DMZ와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묻혀 있다. 군 당국은 서울, 부산, 인천, 울산 등 후방지역 방공기지를 중심으로 29곳에 매설돼 있던 지뢰 3만3000여개는 2000년대 초반 대대적인 병력투입을 통해 제거했다. 하지만 대규모 기계화부대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DMZ 등에서 지뢰가 없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