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준전시상태 때 北 군인·주민들 모두 떼죽음 공포에 떨어"… 전력 노후화로 포 옮기는데 트랙터에 여성까지 동원

Shawn Chase 2015. 8. 30. 18:32

강영수 기자

 

입력 : 2015.08.30 17:23 | 수정 : 2015.08.30 17:26

지난 21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준전시 상태 선포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당시 북한군의 실제 전투력은 매우 한심한 수준이어서 전쟁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는 내부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야포를 운반할 견인차가 고장 나 트랙터뿐만 아니라 민간인 여성까지 동원해 포를 운반해야 할 정도였는데 이런 상황 때문에 북한 군인과 주민은 ‘전쟁의 공포’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30일 “김정은이 인민군 최고사령관 명의로 ‘불의 작전 진입이 가능한 완전무장한 전시상태’를 선포했던 지난 21일 강원도 주둔 인민군 제5군단 포부대들이 포대 진지를 제때에 구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26일 강원도에서 돌격대(국가나 지방의 건설 공사를 위해 동원된 인원) 생활을 하는 아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말로는 ‘완전 전투태세’라고 했지만 정작 전쟁이 일어났다면 손쓸 새도 없이 당했을 것”이라고 현지 군인들이 탄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 전연 (전방) 부대에는 ‘전시 상태’가, 후방과 민간에게는 ‘준전시 상태’가 선포되자 세포등판(축산단지) 풀판(초지) 조성 사업에 동원됐던 함경북도 돌격대원도 작업을 중단하고 군인들의 전투 장비 이동을 돕는 데 동원됐는데 야포를 운반할 견인차들이 고장으로 가동을 못 해 돌격대 차량과 협동농장의 트랙터까지 총동원됐고, 움직일 수 없는 포 때문에 병사들은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견인차들에 기름이 없는 데다 갑작스러운 기동 명령에 절반 이상이 고장으로 움직이지 못했다”며 “주변 민간인 차량을 모조리 동원해서야 겨우 견인포들을 옮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RFA에 “이번에 우리가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또다시 연극을 했다”며 “만약 준전시 상태 선포가 전쟁으로 이어졌다면 영락없이 패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현지의 긴박했던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은 “‘전시체제’가 선포된 후 평안남도와 인접해 있는 황해북도 포부대에 3시간 이내에 최전방 진지를 차지하라는 명령이 내렸지만 20시간을 넘겨서야 겨우 진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진지에서 포를 끌어내기 위해 군부대 가족과 주변 협동농장원이 개미떼처럼 달라붙어야 했다”며 “당시 병사들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는데 지금은 작전 명령을 제 시간에 수행하지 못한 군 지휘관들이 처벌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전문매체는 자유북한방송도 당시 북한군의 전력 배치 과정에서 장비의 50% 정도가 노후화 때문에 진지를 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최근 보도했다.

북한 군 소식통은 “이번에 전선 군단에 내려진 ‘준전시 상태 선포’를 통해 군 장비가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온 나라가 ‘전시상태요’ 하면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났어도 적에 대응할 준비조차 돼 있지 않았다”고 실토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소식통은 “전선 군단들의 무기, 탄약, 병기물자가 실전 배치하기에 너무나 노후화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군단 병기과에서는 평상시 정확한 통계 작성과 장악, 관리 취급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갑자기 내려진 준전시 상태에 당황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 견인차에 넣을 기름조차 없어 가족소대 아낙네들과 지휘관의 자녀까지 동원돼 인력으로 포를 진지까지 끌고 갔다”며 “22일 3군단(남포), 7군단(함흥), 8군단(신의주)에서 기동할 수 있는 장비를 전부 동원했지만 완전무장으로 전면전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 "전선 군단의 전쟁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데 대해 최고사령부에서 파견된 작전지휘관들마저 할 말을 잃었고, 부랴부랴 중앙군사위원회 명령으로 26일에는 전군의 무기, 탄약들에 대한 재점검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조만간 전선군단 지휘관에게 전반적인 무기, 전술기재의 관리 사업을 잘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과 추궁이 내려질 것”이라며 “총참모부 병기국 병기검열부에서 군단사령부급 단위는 물론 보위사령부, 호위사령부,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군수동원총국, 중앙당 6처, 1여단 등 직속 단위까지 전투기술기재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준전시 선포를 통해 인민군 전투동원 준비를 지켜본 가족과 인민은 ‘준전시가 해제되기 다행이지 만약 전쟁이 일어났다면 제대로 싸워도 보지 못하고 무리죽음을 당할 뻔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北 "남측이 먼저 잘못 빌어 준전시 상태 해제해줬다" 내부선전


 

입력 : 2015.08.30 11:42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로 '준전시 상태'를 해제한 것과 관련, 주민들에게 "남측이 잘못을 사과해 협상이 타결됐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일본의 북한 전문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 북부 지역의 내부 소식통은 지난 26일 이 매체와 통화에서 "지금 인민반이나 직장에서 미국놈들과 남조선 것들이 먼저 도발을 했지만, 잘못했다고 빌기 때문에 협상이 타결돼 준전시 상태를 푼다고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고위급 접촉 내용을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기가 전혀 오지 않는데 어떻게 TV를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전기는 명절 때나 오고, 불이 와도 변압기로 서로 전기를 끌기 때문에 전압이 약해 TV를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력 사정이 열악해 북한 북부 지방 주민은 고위급 접촉에 관한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할 수는 없다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인민반 회의와 직장에서는 '남한 쪽에서 사죄하겠다고 빌어서 회담을 해줬다', '남쪽에서 사죄한다고 하니까 준전시 상태를 해제해줬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위에서 그런 식으로 교양 사업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남북 고위급 접촉 대표였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2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남북 고위급 접촉 경위와 타결 내용을 밝히면서 "이번 북남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 가지고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 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건 노동당 비서도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이번처럼 북과 남이 원인 모를 사건으로 요동치는 사태에 말려들어 정세를 악화시키고 극단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황병서와 김양건이 지뢰도발 등에 대해 '근거 없는 사건' '원인 모를 사건' 이라고 표현한 것은 남북공동보도문에서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대내(對內) 선전용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軍, 전면전 능력 떨어져… 기습 타격 등 단기전 치중"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전현석 기자

 

 

입력 : 2015.08.27 03:00 | 수정 : 2015.08.27 06:34

[8·25 南北합의 이후] 軍이 평가한 이번 도발로 드러난 북한군 전력

특수부대·잠수함·공기부양정, 유사시 南侵전술 일부 보여줘
잠수함 능력 예상보다 높아… 전차·전투기 등 동원 안돼 전체적인 전력 평가엔 한계
軍 "韓美작계 수정 고려안해"

한·미 양국 군은 이번 북한군의 도발 사태에서 드러난 잠수함정 등 북한군 병력과 장비의 배치 상황 등을 토대로 북한군 전력 및 작전 계획 등에 대한 평가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26일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준전시 상태'를 지시한 뒤 전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의 일부 계획과 실전 준비 태세를 파악할 기회를 가졌다"며 "북한군에 대해 과대·과소평가했던 부분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사태에서 일부 전력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동원 능력을 보여줬지만 전체적인 전쟁 수행 능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했다. 북이 전면전보다는 단기 속결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화로운 北초소와 주민들 - 26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 건너편 북녘 땅에서 북한 군인이 초소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사진 오른쪽). 이 군인은 잠시 뒤 아예 옆으로 드러누웠다. 그 옆을 북 주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날 북한은 준(準)전시 상태를 해제했고, 우리 군(軍)도 최고 경계 태세를 하향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
평화로운 北초소와 주민들 - 26일 인천 강화평화전망대 건너편 북녘 땅에서 북한 군인이 초소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사진 오른쪽). 이 군인은 잠시 뒤 아예 옆으로 드러누웠다. 그 옆을 북 주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전날 북한은 준(準)전시 상태를 해제했고, 우리 군(軍)도 최고 경계 태세를 하향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다만 군 당국은 이번 사태에서 북한의 일부 전력만 투입됐기 때문에 북한군의 전체적인 능력을 종합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전제를 깔고 평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실제로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엔 이번에 동원하지 않은 필수적인 전력들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지상군(102만명)과 4300여대에 달하는 전차, 820여대에 이르는 전투기 등은 이번에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지상군의 경우 후방을 제외하고 DMZ(비무장지대) 인근 전방 지역 병력에 준전시 상태가 발령돼 비상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야포 8600여문, 방사포(다연장로켓) 5500여문 등 우리보다 훨씬 많은 포병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투입되지 않았고, 76.2㎜포 등 구경이 크지 않은 포병 위주로 DMZ 인근에 배치해 확성기 타격을 위협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 상황에서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군사 움직임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완전한 군사 동향이 파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유사시 '포 사격→특수요원 침투→잠수함정을 이용한 후방 침투 및 함정 공격→공기부양정을 이용한 기습 상륙' 등으로 단기간에 속전속결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도발을 할 수는 있지만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전력은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도발사태 중 북한군 주요 전력 투입 여부 정리 표
한·미 군 당국은 특히 이번에 잠수함정 70여척 중 70%인 50여척이 한·미 감시망에서 사라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정들 중 일부가 동굴 기지에 숨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50여척이 모두 출항했다면 선진국보다도 높은 가동률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군 당국은 이번에 북한의 약점도 많이 드러난 만큼 본격적인 한·미 작전 계획 수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심리전이 우리 군의 대북 비대칭 전략 무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끌려 다니지 않고 한국형 비대칭 전력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