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낮에는 목수, 저녁엔 목축… 이젠 한우 130마리 목장主

Shawn Chase 2016. 11. 29. 00:17

남양주=엄보운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08/2016060800225.html


입력 : 2016.06.08 03:00

[통일이 미래다] [탈북민과 함께 '통일 사다리' 놓자] [4] 농촌 정착탈북민들

- 경기 남양주 목장 대표 김명석씨
축사 지으며 알게된 목장主한테 7년전 소 17마리 빌려서 시작
"믿어주는 이웃 있다는 게 신기"


2007년 탈북해 한국에 온 김명석(39· 가명)씨는 낮에는 축사 신축 현장에서 일하고, 해가 지면 자기 농장의 소를 돌본다. 건축일을 하며 번 돈으로 하나둘씩 사 모은 한우가 이제는 130마리. 어엿한 목장 대표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목장에서 만난 김씨는 "7년 전 일용직 잡부로 이 목장을 지었는데, 지금은 내가 이 목장 주인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북한에서 10년간 군 생활을 하며 익힌 목수 기술로 남한에서 건축일을 하며 차츰 정착했다. 그는 2009년 어느 날 소 축사를 지어주다가 목장 주인이 소를 거래하는 데 수표가 오가는 걸 보고 '나도 소를 키우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수표가 한꺼번에 오가는 걸 처음 봤다"며 "남한에서 잘살려면 목장을 운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탈북민 김명석(가명)씨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 목장에서 키우는 소들에게 건초를 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탈북민 김명석(가명)씨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 목장에서 키우는 소들에게 건초를 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씨는 7년 전 일용직으로 일하며 이 농장을 지었지만, 이젠 이 목장의 주인이 됐다. /이진한 기자


그러나 종잣돈이 부족했다. 탈북 후 받은 지원금과 아파트 보증금까지 털었지만, 목장 운영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소와 축사를 마련할 돈에는 크게 모자랐다. 김씨는 "몇 년 전 축사를 지어주면서 인연을 맺었던 한 목장 대표에게 '소 17마리만 외상으로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도박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김씨 부탁을 받은 목장 대표는 뜻밖에 순순히 '오케이'했다. 목장업은 솟값 변동 등 위험성이 있는 사업이다. 목장 대표는 위험을 감수한 이유에 대해 "김씨가 우리 목장을 지을 때 매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며 "이런 사람이라면 소도 잘 키워서 금방 (빚을) 갚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열심히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생기는 게 정말 신기했다"며 "이런 것이 남한 체제의 진짜 힘 같다"고 했다.

김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자기 소를 먹이고 축사를 청소한 뒤 다른 사람 축사를 지어주는 일로 목장을 키울 돈을 모으고 있다. 주변에선 이런 김씨를 신뢰했다. 자연히 건축 일감이 들어왔고, 목장 운영 자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도 나왔다. 김씨는 "새끼 밴 암소 40마리가 매물로 싸게 나왔는데 돈이 없었다. 이웃 세 사람에게 3000여만원씩 1억원을 빌려 사 온 적도 있다"고 했다. 7년 만에 사육 두수는 130마리까지 늘었다. 김씨는 "어떤 사료를 먹여야 하는지, 소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이 터질 때마다 인근 농가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웃들은 그때마다 선뜻 도움을 줬다"고 했다. 김씨가 먼저 이웃을 도운 덕분에 가능 한 일이었다.

김씨는 앞으로 소 1000마리를 키우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요즘은 자동화 설비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김씨는 "한국 사회에 정착한다는 건 내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라며 "나를 믿어주고 도와준 이웃들 덕분에 나는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다른 탈북민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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