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㉑ 조선시대 무예훈련 터에서 연 770만명 찾는 관광명소로…동대문디자인플라자

Shawn Chase 2016. 10. 16. 15:03


  • 우고운 기자

  • 이상빈 기자


  • 입력 : 2016.09.02 15:50 서울의 동대문은 불이 꺼지지 않는 24시간 쇼핑센터로 유명하다. 밀레오레와 두산타워(두타), 롯데 피트인, 제일평화시장 등은 동대문을 대표하는 상가다. 요즘에는 명동과 남산 등을 구경한 중국 관광객들이 동대문까지 보폭을 넓혔다.

    이 가운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DDP는 지난 2014년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전시회를 개최하며 이름을 알린 뒤로 지금은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촬영 장소로 애용된다. 한해 방문객만 약 770만명에 달한다.

    DDP 4층에서 바라본 전경. 유어스상가와 동대문패션비즈센터 등이 보인다. /우고운 기자
    DDP 4층에서 바라본 전경. 유어스상가와 동대문패션비즈센터 등이 보인다. /우고운 기자

    ◆ 무사와 야구인들의 옛터…동대문의 새 랜드마크로

    DDP가 들어선 곳은 원래 동대문운동장(옛 경성운동장, 서울운동장)이 있던 자리다. 과거 조선시대 훈련도감 군사들의 무예 훈련 터이기도 했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리기도 했던 동대문운동장은 이후 1984년 잠실운동장이 건립되면서 제 기능을 상실하고 주차장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이후 2006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을 시정 목표로 내세워 여러 디자인 정책을 추진하던 중, 건축 디자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DDP를 짓기로 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유명 건축가가 지은 미술관에 순수 미술 작품만이 아닌, 디자인 작품을 전시한다는 취지였다. 동대문은 패션 상가로 유동인구 대다수가 젊은층이라 디자인과도 연관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DDP 전경.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본 DDP 전경.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DDP를 짓는데 2016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총 90개월에 걸쳐 4840억원이 투입됐다. 2014년 3월 21일에 개관했다. 연면적은 8만6754㎡로, 지하 3층, 지상 4층, 최고높이 29m에 이른다. 외관 면적은 축구장(90mx120m)의 3.1배다.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와 삼우종합건축사무소가 공동 설계했다. 일반 건축이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DDP는 정교한 곡선과 좌표를 중심으로 설계·시공한 것이 특징이다. 두께 4mm의 얇은 알루미늄 외장 패널 4만5133장을 사용해 3차원 비정형 곡면을 구현했다. 천연 석고보드에 유리 섬유를 보강한 GRG(Glassfiber Reinforced Gypsumboard) 소재와 면으로 된 흡음재 등이 쓰였다. 이른바 ‘우주선’ 형태의 외관과 곳곳의 계단이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많다.

     DDP의 배움터와 살림터 전경. /우고운 기자
    DDP의 배움터와 살림터 전경. /우고운 기자


    자하 하디드는 중동 출신 여성 처음으로 건축 분야의 노벨상격인 ‘프리츠커(Pritzker)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았고 현재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DDP는 건축 도중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2008년 11월 공사 도중 이간수문(二間水門) 및 하도감(下都監) 터가 발견돼 1년간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간수문은 물길이 성곽 밑을 관통해 흘러가도록 한 통로이고, 하도감은 조선시대 왕의 호위를 맡았던 정예부대들이 거처했던 곳이다. 이때 발굴된 유적은 현재 DDP 어울림 광장과 공원에 전시돼 있다.

     DDP의 LED 장미 정원의 모습.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DDP의 LED 장미 정원의 모습.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 패션 상가에 둘러싸인 DDP

    DDP는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바로 연결된다. 사방은 쇼핑센터들로 둘러싸여 있다. 가장 높은 4층(360도 촬영)으로 올라가 보면 동쪽으로 유어스상가와 동대문패션비즈센터 건물이 보인다.

    반대편으로는 두타와 밀레오레, 굿모닝시티, 헬로APM 건물이 있다. 남쪽으로는 에이피엠 플레이스, 북쪽으로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와 제일평화시장 등이 있다.

     디자인숍이 입점해 있는 DDP 살림터 내부. /우고운 기자
    디자인숍이 입점해 있는 DDP 살림터 내부. /우고운 기자

    ◆ 해외 유명 브랜드 전시·이벤트 잇달아

    DDP는 크게 알림터와 배움터, 살림터 세 공간으로 나뉜다. 알림터(4953.48㎡)는 국제회의장을 포함한 콘퍼런스 공간이고 배움터(7928.49㎡)는 간송 미술관과 디자인 박물관 등 전시 공간, 살림터(8206.08㎡)는 디자인숍 등이 있는 쇼핑 공간이다.

    살림터에서는 재치 있고 기발한 디자이너 제품을 살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숍 ‘SUM’도 있다. SM 소속 가수 팬들을 위한 각종 팬시 용품 등을 판매해 인기가 높다.

    DDP에는 이밖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4110.60㎡)과 어울림 광장, 디자인 장터 등이 있다. 살림터에만 45개, 복합 편의공간인 디자인 장터에만 25개 총 70개의 기업이 들어와 있다. 지하 3층에는 350여대의 주차 공간이 있다.

    간송 문화전(위)과 김광석 전시회의 모습. /우고운 기자
    간송 문화전(위)과 김광석 전시회의 모습. /우고운 기자

    개관 이후 현재까지 코코 샤넬과 장 폴고티에, 앤디 워홀 등의 유명 디자이너·아티스트 전시뿐 아니라 롤스로이스, BMW 등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의 이벤트도 열렸다.

    현재는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백남준쇼’와 ‘간송 문화전’이 열리고 있고 구글 플레이 주관의 ‘구글 플레이(Google Play) 오락실’이 열리고 있다. 디자인둘레길에서는 고(故) 김광석 추모사업회가 주최한 ‘내 안의 김광석 wkf tkfwl(자ㄹ 사ㄹ지)?’ 전시회도 개최 중이다.

    간송 문화전은 교육가이자 문화재수집가인 간송 전형필이 일제 치하에 분실되고 빼앗긴 우리 미술품들을 보존해 일반인들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로, DDP 개관 이후 해마다 주제를 바꿔 전시 중이다. 올해는 조선시대 김홍도와 신윤복, 장승업 등이 그린 풍속 인물화를 전시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디자인 박물관에만 지난해 25만7000명이 다녀가 전체 방문객의 약 7%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DDP 사진 촬영 명소로 알려진 계단. /우고운 기자
    DDP 사진 촬영 명소로 알려진 계단. /우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