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㉒ 조선시대 '경제1번지' 운종가 한복판에 우뚝…선조 문화 품은 '그랑서울'

Shawn Chase 2016. 10. 16. 15:02


  • 김수현 기자

  • 최문혁 기자


    • 입력 : 2016.09.05 06:15 운종가(雲從街). 지금의 서울 청진동을 비롯한 종로 일대를 부르는 말로, 조선시대 나라에서 만든 상설시장인 시전행랑이 있어 사람과 물화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지금은 고층빌딩 숲이 우거져 옛 모습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이곳만은 다르다.

      외관에 커튼월(건물 외벽을 유리로 덮는 것) 공법으로 시공한 직사각형의 고층 건물 바로 옆에는 옛 조상들이 썼던 주춧돌 더미가 있고, 오피스 주 출입구 사이 유리바닥 너머로는 조개껍데기와 집터 등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흔적이 보인다(360도 사진). 벽면 한쪽에는 조선시대 6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지표면도 전시돼 있다. 이곳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오피스 빌딩, ‘그랑서울’이다.

      ◆ 현대적 오피스 곳곳에 담긴 옛 조선의 흔적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전경. /GS건설 제공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전경. /GS건설 제공

      그랑서울은 서울 청진 12~16지구를 재개발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2013년 12월 건립됐다. 대지면적 1만4225㎡, 연면적 17만5537㎡, 지하 7층~지상 24층으로 지어진 대형 오피스 건물이다. GS건설 (29,950원▲ 50 0.17%)이 사실상 사업을 도맡았고, 국민연금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조선시대의 ‘경제 1번지’인 운종가가 있던 자리다. 시전행랑이 줄지어 있었던 만큼 이 일대에는 부자 상인이나 인근 ‘정치 1번지’인 육조거리에서 근무하는 중인 계층이 많이 살았다.

      가옥의 크기나 규모가 북촌의 양반집을 넘어설 정도여서, 북촌에 대비해 ‘부촌(富村)’이라고도 불렸던 곳이다. 일반 백성이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해 다니던 골목인 ‘피맛길’도 이곳에 있었다.

      이런 점은 그랑서울 건립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9년 철거 작업과 함께 진행된 문화재 발굴 조사 결과 지표면 아래 4~6m 깊이에 조선시대 600년 동안 켜켜이 쌓였던 건물터와 우물, 도로 등 다량의 유구(옛 건축물의 흔적)가 발견됐다. 고민 끝에 GS건설은 문화재 발굴을 끝내고 남은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주변에 보존된 가옥 터 및 주춧돌. 사진 오른쪽 아래는 그랑서울 타워2 벽면으로, 이곳에서 발견된 문화재 모형과 토사층 등을 전시하고 있다. /김수현·최문혁 기자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주변에 보존된 가옥 터 및 주춧돌. 사진 오른쪽 아래는 그랑서울 타워2 벽면으로, 이곳에서 발견된 문화재 모형과 토사층 등을 전시하고 있다. /김수현·최문혁 기자

      김동삼 GS건설 상업시설PM팀·지엔엠에스테이트 부장은 “가능한 한 과거를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바닥의 집터가 잘 보이도록 유리면과 유리기둥을 설치하고 벽면에는 청진지구의 역사와 토사층을 전시하는 등 옛 유구가 최대한 드러나도록 했다”면서 “그것이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물 설계에도 과거의 모습을 곳곳을 반영했다. 지상1층 판매시설은 전통 골목을 형상화해 길을 사이로 양옆에 점포가 들어서도록 했고, 지하1~2층 판매시설 역시 피맛길을 모티브로 삼아 전통 격자무늬와 기와를 내부 인테리어를 통해 구현했다. 건축물 외관 역시 커튼월 공법을 기초로 삼으면서도 유리창 사이사이에 한옥 창살이 드러나도록 했다.

       그랑서울 지상1층~지하2층 판매시설. /김수현 기자
      그랑서울 지상1층~지하2층 판매시설. /김수현 기자

      김성곤 GS건설 상업시설PM팀·건축사 차장은 “그랑서울 외관에 드러난 창살문양은 전통의 미를 드러내면서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기 위해 협력업체와 정기적으로 디자인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 “임대료 서울 1위”…공실은 거의 없어

      옛 운종가의 한복판이자 중심업무지구에 자리한 만큼 건물 주변 전망도 뛰어나다.

      옥상 위 헬리포트에 오르면 남산과 을지로 오피스빌딩, 종각타워와 멀리 아파트 단지까지 서울 도심이 갖춘 각양각색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360도 사진). 입주사 직원만 옥상 출입을 할 수 있다.

       그랑서울 옥상 헬리포트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김수현 기자
      그랑서울 옥상 헬리포트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김수현 기자

      그랑서울은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로도 손꼽힌다. 빌딩 전문업체인 리맥스와이드파트너스가 올 2분기 서울 오피스 빌딩의 월 임대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랑서울 임대료는 3.3㎡당 14만21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임대료가 높지만 공실률은 2% 수준으로 거의 없는 편이다. 그랑서울은 타워1과 타워2로 나뉘는데, GS건설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동양생명, 나인트리, SK머터리얼스, 아랍에미리트항공, 핀란드대사관 등이 입주해 있다.

      김동삼 부장은 “일본의 대형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인 모리빌딩과 GS건설이 공동으로 합작법인 지엔엠에스테이트를 꾸려 건물 전체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며 “오피스 전용률도 다른 건물보다 높아(57%) 공간 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기업들의 입주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