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㉓ 화덕 장인 찾아 이탈리아로 떠난 건물주…세한홀딩스 광화문 에스타워

Shawn Chase 2016. 10. 16. 15:01

고성민 기자


입력 : 2016.09.06 15:20 | 수정 : 2016.09.06 15:53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새문안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미래에셋생명 광화문빌딩, 금호아시아나빌딩, 흥국생명빌딩, LG광화문빌딩 등 2000년대에 지어진 대형 오피스 빌딩의 외벽 유리가 각각 햇빛을 반사하며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유리 외벽의 빌딩 사이로 이들과 사뭇 다른 갈색 빌딩이 눈에 띈다. 에스타워(S-타워)다.

 에스타워 전경. 뒤편으로 금호아시아나빌딩이 보인다. /고성민 기자
에스타워 전경. 뒤편으로 금호아시아나빌딩이 보인다. /고성민 기자

1990년대 지어진 에스타워는 새문안로에서 흔치 않은 오피스 빌딩이다. 외관에서부터 느껴지는 ‘옛 건물’의 모습 탓에 때때로 새문안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런 건물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또 다른 느낌이다. 건물 소유주인 세안홀딩스가 설계·시공과 이후 관리까지 21년간 도맡아 하면서 애정을 잔뜩 쏟은 모습이 건물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 ‘장인의 화덕’ 찾아 이탈리아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에 있는 에스타워는 지하 7층~지상 22층, 연면적 4만2283.42㎡의 건물이다. 일반적인 오피스 건물들은 자산운용사나 기업이 빌딩을 소유하고, 카페나 음식점 등 리테일(상업 시설)은 임차를 놓지만, 세안홀딩스는 로비의 카페와 지하층에 있는 모든 음식점을 직영하고 있다.

김호 세안홀딩스 이사는 “에스타워를 준공하고 한동안은 지하에 임차 상인을 받았는데, 광화문 일대가 주말에 장사가 안되다 보니 몇 달 가게를 운영하다가 나가기가 일쑤였다”며 “차라리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없더라도 제대로 된 식당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접 리테일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르네스토 가문이 시공한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 모습. /고성민 기자
에르네스토 가문이 시공한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 모습. /고성민 기자

세안홀딩스가 직접 빌딩과 리테일을 운영하면서 생긴 독특한 일화도 있다.

에스타워 지하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이용할 화덕을 구하기 위해 박석훈 세안홀딩스 대표와 김호 이사는 ‘화덕 장인’을 찾아 직접 이탈리아로 향했다.

김 이사는 당시 이탈리아 화덕 장인들과 세안홀딩스 사이에 긴장감이 넘쳤다고 그때 분위기를 전했다. 화덕 장인인 에르네스토 가문에 “한국에 와 달라”고 요청한 세안홀딩스의 연락에 에르네스토 가문은 “오라 한다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며 맞서며 필요하면 이탈리아로 찾아오라고 요구했다. 박석훈 대표가 이탈리아로 찾아가 “제대로 된 피자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에르네스토 일가가 한국을 찾아왔다. 이렇게 화덕을 만드는 데에만 1억원의 비용과 한 달 동안의 시간이 들었다.

화덕을 찾아 이탈리아까지 가는 수고스러움에서 읽을 수 있듯, 세안홀딩스는 에스타워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세안홀딩스는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사무실 내부 층고를 높이고, 1층 로비의 면적을 넓히는 등 관리에 힘을 쏟기도 했다. 입주사 임원들에게는 발렛파킹(대리주차) 서비스도 제공한다.

◆ 최고층엔 사무실 공유하는 버텍스코리아 위치…남산이 손에 잡힐 듯

에스타워 21~22층에는 세안홀딩스가 직접 운영하는 사무실 임대 전문업체 버텍스코리아가 있다. 단기사무실이 필요하거나, 해외나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 서울에 거점으로 삼을 사무실이 필요한 기업들이 버텍스코리아의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21~22층의 일부 공간을 대여하거나 주소를 빌려 쓰는 개념이다.

버텍스코리아 사무실에 들어서면 창문을 통해 광화문 일대의 전망을 조망할 수 있다. 에스타워 서쪽은 금호아시아나본관, 동쪽은 미래에셋 광화문빌딩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탓에 잘 볼 수 없지만 북쪽과 남쪽의 전망은 즐길 만하다.

 에스타워 남쪽을 바라보면 덕수궁과 남산타워가 보이고 크고 작은 오피스들도 보인다. /고성민 기자
에스타워 남쪽을 바라보면 덕수궁과 남산타워가 보이고 크고 작은 오피스들도 보인다. /고성민 기자

에스타워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덕수궁이 보이고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타워도 손에 닿을 듯이 가깝게 보인다. 덕수궁과 남산타워 사이로 크고 작은 오피스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과 한화빌딩, 서울시청 을지로별관, 삼성생명 태평로빌딩, 삼성 본관 등이 눈에 띈다.

 에스타워 북쪽을 바라보면 대우건설 사옥이 왼쪽으로 보이고, 그 옆에서는 새문안교회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고성민 기자
에스타워 북쪽을 바라보면 대우건설 사옥이 왼쪽으로 보이고, 그 옆에서는 새문안교회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고성민 기자

반대편인 북쪽을 바라보면 왼편으로 대우건설 사옥이 보인다. 대우건설 본사 옆으로는 새문안교회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새문안교회는 내년 12월 연면적 2만9352㎡에 지하 5층~지상 13층 건물로 완공될 예정이다. 새문안교회 공사 부지 뒤편으로 보이는 하얀색 건물은 지난 1981년 입주를 시작한 신문로맨션아파트다. 신문로맨션아파트 뒤편으로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