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달라진 아파트 저층 `위상`…수요 늘고 가격도 오르네

Shawn Chase 2017. 4. 25. 22:02


올해 수도권 1~5층 거래비중 작년보다 5%P 급증한 34%
필로티·복층 등 특화설계 `힘`…로열층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 용환진 기자
  • 입력 : 2017.04.13 17:58:54   수정 : 2017.04.14 11:11:01
과거 주택시장에서 비인기층으로 꼽히던 아파트 저층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부문에서 저층의 비중이 중·고층 등 다른 층보다 훨씬 커지는가 하면 단지에 따라 로열층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저층은 사생활 침해와 범죄 우려, 답답한 조망권 등을 이유로 외면받았다. 하지만 필로티나 단독 테라스 등을 활용해 구조적 측면을 보완하고, 적외선 감지기·첨단센서 등을 통해 보안 문제를 해결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연초부터 이달 13일까지 국토교통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의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아파트 1~5층에 위치한 가구들이 다른 층보다 거래가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층 이하 저층 아파트의 거래량이 1만5342건으로 전체 4만5023건의 34.08%를 차지했다. 이어 △6~10층 28.76% △11~15층 23% △16~20층 9.97% △21~25층 2.88% △26층 이상 1.3%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2016년 한 해 동안 1~5층 거래 비중은 29.07%였다. 올 들어 5%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21층 이상 고층의 거래 비중은 8.73%에서 4.18%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가격에서도 저층부의 달라진 위상이 나타난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자이위시티' 1단지 전용 162㎡의 작년 6월 2층 거래가격이 6억4254만원이었다. 같은 달 10층 가격(6억4267만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층 분양가가 로열층보다 2000만~3000만원 낮은 것을 감안하면 저층의 집값 상승률이 훨씬 컸다는 얘기다.

특히 필로티를 적용해 높이를 띄운 저층부는 로열층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97㎡ 3층은 지난해 9월 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10층은 이보다 낮은 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2011년 입주한 송도의 '더샵그린스퀘어' 전용 98㎡ 2층도 작년 12월 5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 면적의 12층(5억1500만원, 작년 9월), 25층(5억2000만원, 작년 9월), 31층(5억800만원, 작년 7월)보다 높은 가격이다.

청약경쟁률에서도 저층의 반란이 눈에 띈다. 삼성물산이 작년 서울 광진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는 저층 6가구(전용 122~145㎡) 경쟁률이 전 주택형 중 가장 높은 18.83대1을 기록했다.

내부 연결 계단을 만들어 별도 지하 공간을 제공해 녹음실, 스튜디오 등 취미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덕이었다. 이랜드건설이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분양한 '이랜드타운힐스'는 1층과 2층 일부 가구에 복층 설계와 펜트하우스를 적용해 높은 인기를 끌었다.

펜트하우스 9가구는 88.7대1, 복층형 테라스 3가구는 17.3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저층의 인기 상승은 '특화설계' 영향이 크다. 보안과 사생활 보호 문제는 필로티 설계를 통해 보완하고, 1층 가구들에만 별도의 지하창고나 테라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 들어 아파트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된 영향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보니 아파트 매입을 실수요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주거 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매가격이 낮은 저층부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저층 선호도 증가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고, 화재·지진 등 재해 발생 시 대피 시간이 짧은 점, 층간소음 등에서 자유롭다는 점 등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직 분양가는 저층이 상층부보다 저렴하다"며 "수요가 꾸준하다 보니 저층부에서 시세차익도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 변화를 겨냥해 건설사들도 저층부의 매력을 높이는 설계에 나서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달 분양하는 경남 김해시 '힐스테이트 김해'는 전체 단지 1층에 필로티를 적용했다.
효성이 대구에 공급하는 '수성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최상층과 1층을 복층형으로 만들었다. GS건설이 다음달 김포시 걸포3지구에서 분양하는 '한강메트로자이'는 저층 특화설계 중에서도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테라스 설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 <용어 설명>

▷ 필로티 : 건물 1층이 거의 기둥만으로 구성되도록 만든 구조를 뜻한다. 아파트에 필로티가 적용되면 주민이 거주하는 공간은 실질적으로 2층부터 시작하게 된다.

[용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