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9.27 03:00
이정현 "의장 사퇴할 때까지 단식"
초선 등 40명, 100만원씩 갹출키로… 의원들, 릴레이 '1인 시위'도 돌입
국회 정상화 위한 퇴로를 너무 일찍 막았다는 우려 나오기도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겠다"고 밝히고, 외교 일정 오찬을 마친 후 곧바로 단식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거야(巨野)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고 정 의장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저는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고 했다.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 마련된 단식농성장에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가치·국회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이 놓였다. 의원들은 이 대표를 찾아 포옹하며 "이정현 파이팅"을 외쳤다.
새누리당은 이날부터 정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도 들어갔다. 첫 순서로 직전 당대표를 지낸 김무성 의원이 '의회 파괴자 정세균은 물러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어 원유철·정진석·정갑윤·정우택·조원진·이장우·강석호 의원 등이 동참했다. 새누리당은 또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당 지도부를 '정세균 사퇴 관철을 위한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단식투쟁에 들어간 이 대표를 대신해 친박(親朴)계의 조원진 최고위원이 맡기로 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전국에 정 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 등 40여 명은 이날 100만원씩 사비를 갹출해 해임 건의안의 부당함과 정 의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광고를 중앙 일간지 등에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보이콧을 넘어 단식과 1인 시위 등을 시작한 것에 대해 "당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많다. 정치권에선 애초 집권 여당이 국정을 파행으로 몰고 간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하루 이틀 국감에 불참하다 국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나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라며 단식에 나서자, 야당에선 "야당과 전면전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반응과 함께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가 단식 카드까지 꺼낸 것은 야당의 의도가 정국 주도권 싸움 수준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해임 건의안 처리의 부당성을 부각함으로써 야당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공세도 '거대 야당의 횡포' 구도로 만들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퇴로를 너무 일찍 막아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 일각에선 "대야 투쟁을 하더라도 국정감사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 대표의 단식이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19대 국회 때인
2014년 10월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집단이 국회의원"이라며 "선거제도가 정착된 나라들 중에서 단식투쟁하는 의원이 있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하고, 여기에서 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회자됐다. 이 대표가 스스로 '특권의 시작'이라고 지적한 단식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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