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4 23:14 | 수정 : 2016.10.15 00:00
각국 대사관이 本國 보내는 한국 정세 보고서는 우리 모습 비추는 거울
그 안의 한국은 위기 탈출 主役도 代案도 없이 떠내려가는 나라
세계 111개 나라가 서울에 상주(常駐) 대사관을 두고 있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대사관 규모는 웬만한 회사 크기다. 외교관 신분증을 발급받고 활동하는 직원 숫자만도 미국 140명, 중국 60명, 일본 50명, 러시아 40명 수준이다. 외교관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정계·관계·재계·학계·언론계 인사와 접촉해 한국 정세를 파악한다. 한국에 주재(駐在)하는 자기 나라 대형 회사 고위 임원들과도 수시로 만나 한국 관련 정보를 교환한다. 이 과정을 거쳐 한국의 맥박·혈압·근력(筋力)을 테스트한 '한국 건강 종합 보고서'를 본국에 타전(打電)한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협력·협상·갈등·대결 국면에서 한국을 상대할 전략을 짠다. 여기에는 동맹국·경쟁국·적성국(敵性國)의 차이가 없다.
제아무리 유능한 외교관도 본국 정세가 어지러우면 힘을 쓰지 못한다. '외교는 나라 밖이 아니라 나라 안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이 뜻이다. 노련한 외교관은 상대 샅바를 잡는 순간 상대 국가 안방 정세를 금방 파악한다. 나라가 정돈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굳은 결의(決意)도 적(敵)에게 먹히지 않고, 아무리 성실한 약속 이행을 다짐해도 동맹국은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각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내는 정세 보고서를 사전 검열(檢閱)할 수는 없다. 회유(懷柔)·압력·위협도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국의 한국 보고서는 때로 부정확하기는 해도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다. 세계는 이 창문(窓門)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을 들여다본다.
1979년 10·26으로 시작한 한국 정치 격동(激動) 기간 동안 언론은 비상계엄하(下)의 사전 검열로 입이 막히고 손이 묶였다. 국민은 검열에서 살아남은 한두 줄 기사로 사태를 더듬는 수밖에 없었다. 10년 후 미국 정부는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한국 정세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 눈길이 청와대 깊은 곳까지 얼마나 속속들이 닿고 있는지, 여당과 야당 속사정, 군부(軍部) 동향을 얼마나 세세히 꿰고 있는지 그때 알았다. 한국은 벌거벗은 나라였다. 오늘 한국은 그때보다 몇 배 더 세계에 노출된 나라다.
리처드 하스는 40년 가까이 백악관과 국무부를 오가며 공화·민주당 출신 여러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보좌한 직업 외교관이다. 그가 몇 년 전 '미국의 대외(對外) 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Foreign Policy Begins at Home)'는 책을 펴냈다. 외교를 업(業)으로 삼아온 자신이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비외교적 저서를 출간한 배경을 '너무 답답한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안보와 번영의 가장 큰 위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한국 국민이 한국 정치인을 향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말을 그가 대신 해주는 느낌이다.
지난 며칠 우울한 뉴스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하나같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식이다. 먼저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다. 이 벼락 한 방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며 25년 동안 쌓아올린 삼성 품질 신화에 쫙 금이 갔다. 세계 최고 수준 임금을 받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연례 파업에 들어간 현대자동차의 엔진 결함 뉴스가 이어졌다.
두 회사 매출액 합계는 한국 GDP의 19.8%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8%로 다시 하향(下向) 조정해 발표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사태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아픈 뉴스는 애플·샤오미·도요타에겐 기쁜 소식이다. 1257조원의 가계 부채까지 떠올리면 앞이 캄캄하다.
김정은의 '계산된 광태(狂態)'는 미국에서 '선제(先制) 공격론'에 이어 '핵 공격' '핵 보복' '죽음'이라는 단어까지 끌어냈다. 한국을 인질(人質)로 '동반 자살'을 위협하는 사태다.
서울의 각국 대사관은 어제 본국에 보내는 한국 정치 정세 보고서에 다음 사항을 추가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26%로 임기 개시 이래 최저점(最低點)에 도달했다. 부정 평가는 59%였다. 60대 이상을 뺀 전 연령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돌았다. 단임제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서 업적을 표(票)로 평가받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신인도(信認度)는 적지 않게 출렁거릴 게 뻔하다. 대안(代案)도 보이지 않는다. 제1 야당 차기 대통령 후보 밥상을 앞당겨 받 은 문재인 전(前) 대표에 대한 선호도(選好度)는 18%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대북관(對北觀)· 안보관(安保觀)을 미심쩍어하는 거부 세력이 여전히 많다는 말이다. 각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내는 최근 한국 보고서에는 '비상(非常)사태'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 한국 정치인만 비상(非常)이 비상인 줄 모른 채 떠내려가고 있다. 이것이 비상사태다.
제아무리 유능한 외교관도 본국 정세가 어지러우면 힘을 쓰지 못한다. '외교는 나라 밖이 아니라 나라 안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이 뜻이다. 노련한 외교관은 상대 샅바를 잡는 순간 상대 국가 안방 정세를 금방 파악한다. 나라가 정돈돼 있지 않으면 아무리 굳은 결의(決意)도 적(敵)에게 먹히지 않고, 아무리 성실한 약속 이행을 다짐해도 동맹국은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각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내는 정세 보고서를 사전 검열(檢閱)할 수는 없다. 회유(懷柔)·압력·위협도 듣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국의 한국 보고서는 때로 부정확하기는 해도 거짓말을 하는 일은 없다. 세계는 이 창문(窓門)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을 들여다본다.
1979년 10·26으로 시작한 한국 정치 격동(激動) 기간 동안 언론은 비상계엄하(下)의 사전 검열로 입이 막히고 손이 묶였다. 국민은 검열에서 살아남은 한두 줄 기사로 사태를 더듬는 수밖에 없었다. 10년 후 미국 정부는 당시 주한 미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한국 정세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 눈길이 청와대 깊은 곳까지 얼마나 속속들이 닿고 있는지, 여당과 야당 속사정, 군부(軍部) 동향을 얼마나 세세히 꿰고 있는지 그때 알았다. 한국은 벌거벗은 나라였다. 오늘 한국은 그때보다 몇 배 더 세계에 노출된 나라다.
리처드 하스는 40년 가까이 백악관과 국무부를 오가며 공화·민주당 출신 여러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보좌한 직업 외교관이다. 그가 몇 년 전 '미국의 대외(對外) 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Foreign Policy Begins at Home)'는 책을 펴냈다. 외교를 업(業)으로 삼아온 자신이 국내 정치 문제를 다룬 비외교적 저서를 출간한 배경을 '너무 답답한 마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안보와 번영의 가장 큰 위협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한국 국민이 한국 정치인을 향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말을 그가 대신 해주는 느낌이다.
지난 며칠 우울한 뉴스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하나같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식이다. 먼저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다. 이 벼락 한 방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며 25년 동안 쌓아올린 삼성 품질 신화에 쫙 금이 갔다. 세계 최고 수준 임금을 받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연례 파업에 들어간 현대자동차의 엔진 결함 뉴스가 이어졌다.
두 회사 매출액 합계는 한국 GDP의 19.8%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8%로 다시 하향(下向) 조정해 발표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사태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아픈 뉴스는 애플·샤오미·도요타에겐 기쁜 소식이다. 1257조원의 가계 부채까지 떠올리면 앞이 캄캄하다.
김정은의 '계산된 광태(狂態)'는 미국에서 '선제(先制) 공격론'에 이어 '핵 공격' '핵 보복' '죽음'이라는 단어까지 끌어냈다. 한국을 인질(人質)로 '동반 자살'을 위협하는 사태다.
서울의 각국 대사관은 어제 본국에 보내는 한국 정치 정세 보고서에 다음 사항을 추가했을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26%로 임기 개시 이래 최저점(最低點)에 도달했다. 부정 평가는 59%였다. 60대 이상을 뺀 전 연령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돌았다. 단임제 대통령은 다음 선거에서 업적을 표(票)로 평가받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신인도(信認度)는 적지 않게 출렁거릴 게 뻔하다. 대안(代案)도 보이지 않는다. 제1 야당 차기 대통령 후보 밥상을 앞당겨 받 은 문재인 전(前) 대표에 대한 선호도(選好度)는 18%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대북관(對北觀)· 안보관(安保觀)을 미심쩍어하는 거부 세력이 여전히 많다는 말이다. 각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내는 최근 한국 보고서에는 '비상(非常)사태'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당사자 한국 정치인만 비상(非常)이 비상인 줄 모른 채 떠내려가고 있다. 이것이 비상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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