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한·중 사드 갈등보다 우리 내부가 심각하다

Shawn Chase 2016. 9. 6. 16:33

입력 : 2016.09.06 03:14 | 수정 : 2016.09.06 08:39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힌 채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가 북의 핵·미사일 폭주에 대한 방어조치이며 이것이 철폐되면 사드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에 반대한다"고 수긍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동시에 강조했고, 박 대통령도 한·중 소통과 한·미·중 소통을 동시에 강화해 이 상황을 돌파하자고 했다. 한국이 강조하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이 걱정하는 이른바 '미·중 전략균형 문제'를 함께 논의하자는 의미다. 당장 돌파구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한·중 간 사드 갈등이 '관리 가능한 이해 충돌'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중 관계에서 사드는 한 부분일 뿐이다. 두 나라가 교류의 양과 질을 늘려 양국이 한두 가지 문제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무거운 관계로 가야 한다.

중국이 사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경청하되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 이익을 단호하고도 철저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드 갈등의 과정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한·중 관계가 아니라 국내에 있었다. 국내 일각에서는 사드를 배치하면 한·중 관계가 당장 파탄에 이를 듯이 주장해왔다. 마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안보 문제에서조차 눈앞의 위기를 보지 않고 '내 편, 네 편'만 가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게 우리 현실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이날 북한은 보란 듯이 동해로 노동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노동 미사일은 유사시 한·미군의 주요 시설, 미군의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항구 등을 타격하는 무기로 이날 발사는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는 국방비만 북의 수십 배를 쓰면서도 이를 막을 변변한 요격 무기 하나 갖추지 못했다. 북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이렇게까지 증강시켜온 지난 20여년간 이 나라의 대통령과 국방장관, 군 고위 장성들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배치는 북의 위협에 독자적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처지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누구나 알 수 있고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입지(立地)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입으로는 안보를 외치지만 막상 제 이익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날 것 같으면 삭발까지 하고 막아선다. 아무리 전자파 위험이 없다고 과학적 실험 결과를 제시해도 소용이 없다. 기분이 찜찜해 집값, 땅값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주변국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라도 존중하는 상대가 있고 경시하는 상대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