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국가 안보 기밀 유출한 議員 국회 출석 금지해야

Shawn Chase 2016. 7. 5. 22:30

입력 : 2016.07.05 03:20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정보위원회에서 또 기밀 유출 사고가 났다. 지난 1일 열린 정보기관들의 첫 업무 보고에서 '간첩 용의자 수사'와 관련된 기무사령부의 보고를 여당 간사가 바로 언론에 공개했다. "군 장병 포섭을 기도 중인 간첩 용의자 4명" "모두 민간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간첩 사건은 정보기관 내사를 거쳐 검찰의 수사까지 모두 완료된 후 종합 발표를 통해서나 국민에게 알리는 게 원칙이다. 그래야 간첩과 공범(共犯)들의 퇴로를 막고 여러 추가 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 아예 검거하지 않고 두고 보는 선택도 할 수 있다. 수사 중인 사건을 국회에 보고한 기무사부터가 경솔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을 여당 간사를 맡은 이완영 의원이 시시콜콜 공개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보위에선 잊을 만하면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 이번 경우는 파장이 한정돼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전에는 훨씬 더 심각한 보안 유출 사고가 빈발했다. 2013년엔 야당 의원 여러 명이 우리의 중국 내 국정원 직원 신상을 공개하는 일이 있었고, 2010년엔 여야 간사가 함께 브리핑하면서 우리 측이 북측 통신을 감청(監聽)해서 특정 정보를 얻었다고 밝힌 일까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 감청 장비의 사각(死角)지대와 주요 장비까지 공개됐다.

국정원이나 기무사 같은 국가 정보기관들이 정치 개입 의혹 사건 등으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이것대로 풀어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살벌한 현장에서 취득한 정보를 정치인들이 이렇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거나 무신경하게 취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언제든지 국익을 손상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기밀을 대놓고 유출해도 국회의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처벌받는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2005년 CIA(중앙정보국) 비밀 요원 신원을 부시 대통령 측근이 노출했다는 이유로 부시 대통령이 직접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 지금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국무장관 당시의 업무 이메일 문제로 아직까지도 시달리고 있다. 기밀을 유출하고도 큰소리치는 우리 현실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현재 국회 정보위는 여야 간사가 합의한 내용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匿名) 뒤에 숨어 장난치는 의원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기밀을 유출하는 의원은 반드시 징계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는 나아가 기밀 누설 의원은 일정 기간 관련 상임위 출석을 금지하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