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다른 분들이 黨籍 내려놓고 나온다면 제3지대서 경쟁"

Shawn Chase 2016. 9. 19. 13:10

최승현 기자



입력 : 2016.09.19 03:00

['2012 大選도전 선언' 4주년 맞은 안철수… 다시 大選을 얘기하다]

'국민의당 외부에서 경쟁' 등 모든 가능성은 열어둬…
兩 극단세력이 번갈아 집권했지만 그동안 달라지는 게 없어
이제 국민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원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18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현 주류 세력들을 제외한 정치 세력들이 연합해서 대선 후보를 세우자는 이른바 '제3지대론'에 대해 "다른 분들이 당적(黨籍)을 내려놓고 나오신다면 어떤 제안에도 모든 것을 열어놓고 공정하게 경쟁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국민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추석 연휴 동안 살펴본 민심은 어땠나.

"이제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 가장 많았다. 더 험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상당했다. 4년 전보다 변화에 대한 열망은 더 강해졌고 분노는 말로는 위로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 (안 의원은 꼭 4년 전인 지난 2012년 9월 19일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 신분으로 "제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다"며 대선(大選)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교체'가 무슨 말인가.

"그동안 이뤄졌던 '정권 교체'는 양 극단 세력이 주인공이었다. 그들이 번갈아 정권을 잡아왔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이들을 배제한 합리적 개혁 세력이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여야의 구시대적 패러다임을 넘어선 통합적 정치로 앞으로를 채워가야 한다."

―양 극단 세력은 누구를 지칭하나.

"지난 대선에서 맞붙었던 두 정치 세력이라고 해두자. 이들은 폐쇄적이며 기득권에 집착하고 늘 자신만 옳다는 독선에 빠져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이자 프레임”이라며 “이제 더 이상 철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이자 프레임”이라며 “이제 더 이상 철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중도 성향 대선 후보를 세우자는 '제3지대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중도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나를 포함해 양 극단이 아닌 정치 세력들은 이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총선을 통해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이라는 제3지대를 만들어주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대선 주자와 공정하게 경선(競選), 아니 경쟁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무대에서 최종적인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당 외부에서 경쟁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모든 가능성은 열어뒀다. 어떤 형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모든 제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경쟁할 분들은 기존 당적(黨籍)은 버려야 할 것이다. 국민의당을 열린 정당으로 함께 만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최근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2차례 만났다.

"'명예를 지켜드리겠다' '공정하게 경쟁할 기반을 만들기 위한 어떤 제안이라도 말씀해주시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전했다. 손 전 고문 말씀을 제가 옮길 수는 없고, 하여튼 고민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반기문·문재인 양강(兩强)' 구도라는 평가도 있다.

"개의치 않는다. 나는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뛰는 중이다. 정치하면서 이루고 싶은 유일한 목표를 말하라고 하면 중산층 복원이라고 할 것이다. 갈수록 커지는 사회 계층 간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중산층이 살아나야 한다. 내 공정성장론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 많은 국민이 나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 평가하자면.

"총체적 위기다. 경제, 외교, 안보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왜 자꾸 실패하는지 대통령께서 귀를 열고 많은 사람 얘기를 들어야 한다. 아직도 정권은 1년 반이나 남았다. 나라가 침몰하지 않게 국정 운영을 잘하셨으면 한다.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최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동물원'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다.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경제는 방향은 맞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이 틀렸다. 중소기업도 실력만으로 대기업이 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 정부는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돈 대주는 일만 하고 있다. 그런데 여권의 어떤 분들은 지엽적인 정치 논리로 제가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있던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급속하게 대체할 텐데 우리 정치는 이에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정치에 들어와 절감한 충격 중 하나는 국회가 급한 일만 하고 중요한 일은 안 한다는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 끄는 것만 급하다."

―더민주와 달리 법인세 인상에 신중한 입장인데.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지출하고 많이 버는 사람의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제가 정확하게 작동한다면 급하게 세금을 인상할 필요가 없다. 조세 저항이 심한 이유는 정부가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中)부담 중(中)복지' 주장은 기존 야권의 복지 정책과 뭐가 다른가.

"나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싶다. 한 번 실패한 기업가에게 도덕적 하자가 없다면 새로운 기회를 준다든지, 맞벌이 부부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식으로 복지 혜택이 생산과 연결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어떤 심경이었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당도 개인도 돈을 받고 선거를 치르지는 않았다는 것은 말씀드리고 싶다. 과거 일반인으로 있으면서, 공익적 정치를 사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권리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에 대해 실망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직후, 사퇴를 고민했고 결행하게 된 것이다."

―호남 민심이 총선 때만큼 안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총선에서 1차적으로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2차적으로 더민주를 심판해주신 것은 우리에 대한 기대 때문 아니었겠나. 아직도 그런 기대는 여전하다고 본다. 앞으로 성과를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