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니 달려와… 주행후엔 스스로 주차

Shawn Chase 2016. 6. 26. 23:19
  • 화성=김기홍 기자
  • 화성=김충령 기자


  • 입력 : 2016.06.26 20:48


    /조선일보DB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기자가 스마트폰에서 ‘호출’ 버튼을 누르자, 약 200m 떨어진 주차장에 서 있던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투싼 한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아무도 타지 않았지만, 사람이 운전하듯 교차로 진입 직전 방향 지시등을 작동한 뒤 잠시 멈추더니 다른 차가 모두 지나가자 우회전을 하고선 기자 앞에 정차했다.

    기자가 차에 올라 스마트폰을 꺼내 ‘탑승 완료’ 버튼을 누르자 호출 때 설정한 목적지인 ‘신정문’을 향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석에 앉은 기자는 운전대 대신 필기구와 수첩을 내내 손에 쥐고 있었다. 투싼은 2.5㎞ 떨어진 목적지로 가는 동안 알아서 방향을 조절하고 신호를 지키며 달렸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땐 알아서 속도를 낮췄다. 목적지 근처 횡단보도에선 행인이 나타나자 20m 앞에서 속도를 줄여 멈췄다가 행인이 횡단보도를 건너자 다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투싼은 탑승자가 모두 내리자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 스스로 주차까지 끝냈다.

    ◇현대차, 자율주행 차 5대 운행… 4월부터 실도로 주행 나서

    이날 기자는 현대자동차가 언론에 처음 공개한 투싼 자율주행 차를 타고 남양연구소 내 도로 약 10㎞를 달렸다. 면적이 347만㎡(약 105만평)인 연구소 내 도로는 곡선 구간과 교차로가 많고 차량과 보행자 통행량이 많아 일반 도로 주행 환경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설명이다.

    처음 자율주행 차를 탈 때만 해도 “과연 믿고 몸을 맡겨도 될까”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시험 탑승을 끝낸 뒤엔 “자율주행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투싼 수소전기차 2대, 쏘울 전기차 2대, 제네시스 휘발유차 1대 등 자율주행 차를 모두 5대 시범 운행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는 남양연구소에서 제한적으로 주행 실험을 했지만,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서 실도로 주행 허가를 받은 이후엔 고속도로를 비롯한 실제 도로까지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 차는 조수석 앞쪽에 개발자용 모니터가 설치됐다는 것만 눈에 띌 뿐 일반 차량과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방 물체의 형상과 차선을 인식하는 카메라는 앞쪽 유리에, 전방과 측면의 물체와 거리 등을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센서 3개는 앞쪽 범퍼에 눈에 띄지 않게 설치돼 있다. 자율주행 차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권형근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우리는 양산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일반 차량과 비슷한 외형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궁극적 목표는 사고 제로화… 센서·인공지능 기술이 핵심

    자율주행 차 개발은 지도, 센서, 인공지능 기술 향상이 핵심이다. 주변 교통량, 도로 정보, 보행자 통행량, 교통표지판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안전 주행을 구현하려면 센서와 인공지능이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차 5대를 부지런히 운행해 2020년까지 특정 지역에서, 2030년까지 모든 지역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임태원 중앙연구소장(전무)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차에 들어가는 센서는 대부분 외부 업체 제품을 쓰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으로는 자동차 업체 간 기술 격차는 크지 않다”면서 “앞으로 도로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해 안전성을 높이느냐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이 무조건 개입해야 하는 ‘레벨 0’부터 사람이 전혀 개입할 필요가 없는 ‘레벨 4’까지 5단계로 나뉜다. 현재 전 세계 완성차 업체는 대부분 ‘레벨 3’ 단계에 와 있다. 이 단계는 카메라·라이다 등을 통해 ‘앞에 차가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넌다’와 같은 ‘단순 정보’만 분석하는 수준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를 구현하려면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위를 살피지 않는다’ ‘반대편 차선의 차가 갑자기 좌회전할 수 있으니 속도를 줄여야 한다’ 등을 자동차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임태원 전무는 “자율주행 차의 궁극적 목표는 운전자 부주의에 따른 사고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려는지 정확히 판단하고 예측하려면, 인공지능에 사람의 관절 움직임과 시선 분석까지 모든 것을 끊임없이 학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정의선 부회장 주재로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전략 회의에서 개발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임원진에게 처음으로 자율주행 차 기술을 시연했다. 현대차는 이어 다음 달부터 남양연구소에 근무 중인 1만1000여 직원이 자율주행 차를 이용하도록 해 이들의 의견을 앞으로 기술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가 운전석에 앉은 본지 김충령 기자와 현대차 관계자들을 태우고 자율주행을 하고 있다. 운전대, 가속페달, 브레이크, 기어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투싼은 도로 상황에 맞춰 2.5㎞를 안전하게 주행했다. 작은 사진은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투싼이 남양연구소에서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모습./김기홍 기자·김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