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차량·숙소·주차장… 나눌 수 있는 건 모조리 나누는 공유경제의 두 얼굴

Shawn Chase 2016. 6. 22. 22:42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닷컴 열풍'에 비견할 만큼 창업이 활발합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곳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들을 '공유경제(共有經濟·Sharing Economy)' 기업이라고 합니다.

  • 취재=이병태·KAIST 경영대학 교수(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 채민기 기자
  • 편집=뉴스큐레이션팀
  • 입력 : 2016.03.14 08:44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닷컴 열풍'에 비견할 만큼 창업이 활발합니다.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 같은 곳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버는 2009년에 설립돼 현재 6년 남짓 된 기업이지만 기업 가치는 510억달러(약 61조원)로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 GM·포드보다 높습니다. 에어비앤비는 255억달러(약 30조원)로 세계적인 호텔 체인 회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키워드 사전] 공유경제란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인 우버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차량을 호출하는 모습 /블룸버그

    이들을 '공유경제(共有經濟·Sharing Economy)' 기업이라고 합니다. 공유경제란 무엇일까요. 이런 기업이 전통 기업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택시는 회사가 차량이라는 고정자산을 보유하고 운전자를 종업원으로 고용해서 승객에게 이동 수단을 제공했습니다. 소비자는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회사는 그중 일부를 기사에게 급여로 지급합니다.

    우버는 차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다른 고객들이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그 차량을 탈 수 있도록 연결해줍니다. 그 대가로 요금 일부를 받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빈방을 가진 개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방을 빌려주도록 연결해주고 숙박비 일부를 수수료로 받습니다. 이렇게 개인이 가진 차량이나 빈방 같은 자산을 다른 고객과 임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기업을 공유경제 기업이라고 합니다.

    "경제활동 인구 늘려"
    vs.
    "상거래 질서 흩트려"

    ◇차량·숙소·주차장… 개인의 자산 나눠

    공유경제는 차량이나 숙소에 국한하지 않고 사무실, 가구, 주차장 등 개인이 소유한 모든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주중에만 사용하는 회사 구내식당을 주말에는 교회에 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에너지를 이웃과 공유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진짜 有罪일까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은 왜 주목받는 것일까요. 우선 공유경제 서비스가 소비자를 열광시키는 혁신적 요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우버의 경우 고객이 택시회사 전화번호를 기억할 필요도 없고, 스마트폰 앱만 실행하면 금방 차량을 부를 수 있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기사에 대해 남긴 평을 보고 기사가 얼마나 친절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하는 사람인지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차를 타려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요금을 올려서 균형을 맞추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회적 이익'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버가 등장하면서 경쟁이 심해지자 택시들이 전에는 기피했던 지역이나 시간대에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차량 공유가 도입된 지역에서 음주 운전 사고로 인한 사망이 감소해 미국에서만 연간 1조6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5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용 해결책으로 주목
    차량 공유 서비스로 일자리 창출
    뉴욕서 3만명이 기사로 직업 찾아

    더 많은 대중을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해 일자리 해결책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지난 3년간 약 3만명이 차량 공유 서비스의 기사로 새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공유경제가 개인을 직접 연결하는 데서 오는 독특한 가치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숙소 공유 서비스를 통해 여행지 주민의 집에서 새 친구를 사귀며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킥스타터와 같은 온라인 투자 모금(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전 세계의 잠재 고객들이 신생 벤처의 창업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소액 투자를 할 길을 열어줍니다. 자금 조달과 제품 홍보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창업자에게 더 우호적인 환경이 제공됩니다.

    공유경제는 이렇게 교통·물류·교육·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존 산업과 충돌… 공유 의미 퇴색도

    공유경제가 떠오르면서 사회적 논쟁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서 오는 위험이나 사고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우버 기사가 승객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총을 꺼내 승객에게 겨누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불량한 거래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기업에 손해를 청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개인 간 거래에서는 고객이 더 많은 손해를 감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기업에 안정적으로 고용된 게 아니라 자유 계약직이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과 후생이 후퇴할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기업은 종업원에게 급여뿐 아니라 복지, 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공유경제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혜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노동·자본 효율성 높이는 공유경제, 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
    먹구름 낀 공유경제…전 세계에서 제동 걸리는 우버모델

    생계 위협에 반발도
    런던서 우버 퇴출 대규모 시위…
    국내서도 '콜버스' 서비스 논란

    기존 산업과 이해가 충돌하기도 합니다. 우버는 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는 택시 기사 수천명이 우버 퇴출을 주장하며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우버가 허가도 없이 '유사 택시' 영업을 해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겁니다. 국내에서도 심야 시간대에 스마트폰으로 같은 방향의 승객을 모아 태우는 '콜버스' 서비스가 택시 단체와 갈등을 빚은 일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유경제'의 가치 자체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유경제의 핵심 가치는 노는 차, 남는 방과 같은 유휴 자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가 주목받았던 것은 남는 방이 있거나 휴가로 잠시 집을 비울 때, 다른 사람에게 이를 빌려주고 수익을 올릴 길을 열어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에어비앤비 앱을 보면 전문 숙박업소가 등록해놓은 숙소도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개인들이 남는 자원을 서로 나눈다는 본래의 의미가 약해지고 전문 업소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버 기사들이 미국 뉴욕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시위하는 장면. 공유경제의 출현은 빈방이나 노는 차량 등 유휴 자원을 활용해 교통·물류·숙박 등의 서비스를 더 싸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기업과 근로자 간의 전통적인 고용 관계를 허물고 경쟁을 심화해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블룸버그

    밥그릇 싸움 아닌
    '상생' 모색을

    공유경제 서비스는 기존 업체가 제공하지 못한 참신한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상거래 질서나 의무를 깡그리 무시한 채 자기 마음대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 당국이 기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를 양산한다면 더 이상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기 어렵습니다. 업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전체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등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자가용 있어도 하루 평균 61분만 사용… 빌려 타는 게 더 싸고 편해"

    "우버보다 에어비앤비처럼 資産 빌려주는 게 더 많은 소득"


    미국의 우버에어비앤비는 '공유 경제' 개념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놀고 있는 차량과 빈 방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공유경제 기업이라도 어떤 것을 공유하는지에 따라 소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이 조사한 결과 우버처럼 노동력을 빌려주는 사람보다 에어비앤비처럼 자산을 빌려주는 사람이 매달 평균 약 90만원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2012년 10월부터 작년 9월까지 우버·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업체 30여 개에 종사하는 사람 26만명의 수입 내용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기간 노동력에 기반한 서비스에 종사한 사람들의 1인당 월소득 중앙값(median)은 2514달러(약 308만원)였다. 중앙값은 전체 조사 대상 중 딱 절반 위치에 있는 값을 뜻한다. 평균 대신 중앙값을 비교한 이유는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수치로 인해 통계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자산을 빌려주는 서비스에 종사한 사람의 월소득 중앙값은 3218달러(약 395만원)로 노동력 서비스 종사자보다 28% 많았다. 노동력 종사자의 소득은 같은 기간 JP모건에 계좌를 가진 고객 100만명의 월소득 중간값인 2837달러(약 348만원)보다도 낮다. 같은 잉여 자원을 활용하더라도 자본·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개인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은 것이다. ▷기사 더보기

    공유경제 문 두드리는 대기업… 스타트업과 제휴·인수합병 나서


    공유경제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대기업들도 제휴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공유경제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시장에서 충돌하기 쉬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존(共存)하는 방안이 되기도 합니다.

    에이비스·SK·월그린·아마존 등
    수익성 높이는 공존 방안 마련

    미국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는 지난 2013년 차량 공유 스타트업 집카(ZipCar)를 5억달러(약 597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집카는 우버와는 사업 모델이 약간 다릅니다. 소비자가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된 임대 차량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시간당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렌터카와 비슷하지만, 한 시간만 타더라도 하루치 요금을 내고 빌려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시간제로 요금을 받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이비스는 집카가 렌터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대신 인수를 통해 집카의 강점을 활용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쏘카가 집카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지난해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사들였습니다. 지난달에는 차량 경정비 사업을 하는 SK네트웍스가 쏘카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쏘카는 전국의 SK네트웍스 정비 공장에서 신속하게 차량을 고칠 수 있고 SK네트웍스는 쏘카 차량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는 윈윈 모델입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월그린(Walgreens)은 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위해 공유경제 기업 태스크래빗(TaskRabbit)과 손을 잡았습니다. 태스크래빗은 심부름시킬 사람을 찾는 고객과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는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노동력 공유 서비스입니다. 이를 통해 약을 사러 나오기 힘들 만큼 심한 감기에 걸린 소비자들에게 약을 배달해주는 것입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공유경제를 응용한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플렉스'를 선보였습니다. 아마존 직원이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의 자동차로 다른 아마존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주는 것입니다. 시간당 18~25달러(2만1400~2만9800원)의 수당을 받고 자신의 노동력과 시간, 자동차를 다른 사람이 공유하도록 한 서비스입니다./ 채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