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유서 공유로 통념 바뀌는 車

Shawn Chase 2016. 6. 22. 22:38

한 차량을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9년 벤처기업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SK그룹, 롯데그룹이 뛰어들면서 대기업끼리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입력 : 2016.06.21 08:45 | 수정 : 2016.06.21 08:47


서울 서초동에 사는 영업사원 김영범씨. 갑자기 차가 필요해 스마트폰을 열고 차량 공유 서비스 '쏘카(SOCAR)'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화면에 근처 이용 가능한 차량이 줄줄이 뜨자 300m 거리 오피스텔 주차장에 있는 레이(Ray)를 골랐다. 예약 단추를 누른 뒤 주차장에 가 스마트폰 앱에 있는 스마트키를 작동시키자 차 문이 열렸다. 안에 있는 자동차 열쇠로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가 3시간 정도 이용한 다음 다시 차를 원래 자리에 갖다놨다.

이날 김씨가 3시간 동안 타는 데 든 돈은 1만4880원. 여기에 총주행거리 22㎞를 ㎞당 170원으로 계산, 3740원이 더 붙어 1만8620원을 결제했다.

[키워드 사전] 공유경제란
차량·숙소·주차장... 나눌 수 있는 건 모조리 나누는 공유경제의 두 얼굴


카 셰어링 시장이 급성장하자 SK·롯데 등 대기업이 뛰어들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 고객이 공유 차량을 이용하는 모습 /조선DB

◇10분 단위로 이용하는 렌터카

카 셰어링은 쉽게 말하면 대리점에 가지 않고도 인근 어디서나 쓸 수 있는 '간편한 렌터카'다. 하루 단위로 이용해야 하는 렌터카와 달리 10분 단위로도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렌터카 회사에서 아반떼를 하루 빌리면 사용 시간과 무관하게 9만5000원을 내야 하지만, 쏘카는 하루 6만2000원으로 요금도 쌀 뿐 아니라, 사용 시간에 따라 요금도 내려간다. 3시간만 빌릴 때는 1만8000원이다.


렌터카와 달리 단거리 이용 가능
分단위로 빌려 저렴

이처럼 한 차량을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카 셰어링(car sharing)',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09년 벤처기업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SK그룹, 롯데그룹이 뛰어들면서 대기업끼리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SK㈜는 지난해 11월 업계 1위 쏘카의 지분 20%를 590억원에 인수해 대주주로 참여했고, 롯데렌탈은 최근 2위 '그린카'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쏘카 회원 수는 2012년 3000명에서 2016년 6월 현재 180만명까지 늘었으며, 그린카도 같은 기간 6만5000명에서 150만명까지 급증했다. LG CNS가 운영하는 '씨티카', 코레일이 운영 중인 '유카', LH가 도입한 '행복카' 등을 합치면 차량 공유 서비스 회원 수는 340만명에 달한다.

'쏘카' 공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카셰어링 체험
쏘카 키운 김지만 대표 카풀앱 ‘풀러스’ 창업…“‘승차’ 공유 O2O 서비스"


쏘카 앱으로 차량의 문을 여는 모습 /쏘카 제공

대리점에 가서 계약서를 써야 하는 렌터카와 달리 카 셰어링은 업체에서 여기저기 차를 세워두고 사용자들이 앱만 내려받아 가동하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전국에 카 셰어링용으로 지정돼 있는 주차장은 5000여곳이며 서울 웬만한 지역에서는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카 셰어링은 주로 차를 자주 쓰지 않고 가끔만 필요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쏘카의 경우, 하루 이용자가 1만명에 달한다. 직장인 이지희(30)씨는 "주중에는 차를 거의 쓰지 않는데 차를 사면 매달 할부금에 보험료, 주차비, 세금 등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필요한 시간에만 쓸 수 있는 카 셰어링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경제 바람 타고 확산 중

카 셰어링 모델은 미국에서 2000년 시작된 집카(ZIPCAR)이다. 국내 업체들도 이 모델을 그대로 들여와 운영하고 있다. "차량은 이제 소유하는 게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란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철학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집카가 2013년 미국 렌터카업체 에이비스에 5억달러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쏘카 역시 SK가 참여하면서 기존 SK 주유·정비·렌터카 등 서비스와 결합,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그린카 역시 기존 롯데렌터카, 롯데호텔 사업 등과 연계해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인터넷 기업도 가세했다. 쏘카는 지난해 카카오와 함께 카카오 택시 연계 서비스를 선보였고, 그린카는 네이버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T)·공유경제 바람과 결합한 카 셰어링 시장은 앞으로 자동차업계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자가용 있어도 하루 평균 61분만 사용… 빌려 타는 게 더 싸고 편해"


"영등포시장 근처인 것 같은데 정확한 위치를 잘 모르겠네. 날 좀 데리러 와 줄래."


지난달 29일 오전 3시쯤 서울 봉천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여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다고 했던 친구는 술을 꽤 많이 마신 듯했다. 일요일 새벽이라 바로 뛰어나가도 택시를 잡기는 어려운 상황인 데다 영등포시장 주변 도로를 돌아다니려면 기동성도 필요했다.


이씨는 카셰어링(차량 공유)을 이용하기로 했다. 업체가 전국 곳곳 주차장에 미리 갖다 놓은 자동차를, 소비자가 휴대전화 앱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하고 비용도 내는 신개념 차량 이용 서비스이다. 그는 자신의 오피스텔 바로 옆 건물 주차장에 있던 LF쏘나타를 빌렸다. 이씨는 "그날 한 시간 동안 18㎞를 주행했고, 총 비용은 1만1220원이 들었다"며 "언제든 필요할 때 내 차처럼 쓸 수 있어 차를 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기자

집과 함께 한국인의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군림했던 자동차가 점차 '소유(所有)'라는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다. 차를 사기보다는 필요할 때 빌려 쓰거나 장기간 렌트해서 사용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엔 사람들이 내 차를 가져야 행복하다고 느꼈지만 요즘엔 필요할 때 맘대로 쓸 수만 있다면 내 것이 아니라도 좋다는 식의 '실속형 행복'이 뿌리내리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커지고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차를 '빌려 쓰는' 방식의 확산은 기존 렌터카·리스 시장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요즘 3~4년짜리 장기 계약으로 자동차를 렌트하는 '개인 고객'이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기 렌터카는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다. 201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1위 렌터카 업체인 KT렌탈의 경우, 전체 장기 렌터카 중 개인 비중이 2011년 말 9.5%에서 올 2월 26.7%로 커졌다. 차량 수로는 4072대에서 6배가 넘는 2만4681대가 됐다. KT렌탈 관계자는 "개인 장기 렌터카 부문이 회사의 핵심 사업 분야가 됐다"고 했다.

차를 장기 렌트 또는 리스하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고 유지·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차량을 빌려 쓰는 금액은 전액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개인 사업자에게 절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장기 렌터카와 리스 등이 급증하는 이유도 개인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밀려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차를 자주 바꾸는 것도 '빌려 쓰는 차'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차는 관리하기에 따라 10~20년 이상도 탈 수 있지만, 국내에선 5년 정도 지나면 차를 바꾸는 소비자들이 많다. KT렌탈 관계자는 "몇 년 지나면 차를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빌려 타는 차'에 대한 선호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를 빌려 타면 매년 세금과 보험료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업체가 엔진오일 교체 등 간단한 점검·정비 등을 해주기 때문에 편리한 점도 있다. 모든 게 요금에 다 포함된 '올인원(all in one)'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고 났을 때 보험 처리 등도 포함돼 있다. 홍성태 교수는 "요즘엔 '허·하·호' 등을 붙인 렌터카를 타는 사람이 오히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다"며 "이는 회사에서 차를 줄 정도로 높은 직급에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사 더보기


'차량공유'에 빠진 글로벌 자동차업계…


자동차 회사들이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5월 24일(현지시각)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자회사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TFFS)를 통해 우버에 자금을 출자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소액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도요타는 우버에 차량을 빌려주는 리스(lease)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차량을 빌린 우버 운전자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블룸버그

폴스크바겐도 이날 택시 앱을 운영하는 이스라엘 소재 스타트업 게트(Gett)에 3억 달러(약 3566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게트는 유럽 최대 택시 서비스 업체로 전 세계적으로 10만대의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마티아스 뮬러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폴크스바겐의 목표는 2025년까지 운송 서비스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면서 “게트와의 협약은 이를 위한 첫번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 제조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앨런 바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앞으로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미래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차량 공유나 택시 호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공유'에 빠진 글로벌 자동차업계…신규 투자 잇따라


입력 : 2016.05.25 15:15


블룸버그 제공


자동차 회사들이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24일(현지시각)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자회사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TFFS)를 통해 우버에 자금을 출자하기로 했다.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소액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도요타는 우버에 차량을 빌려주는 리스(lease)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차량을 빌린 우버 운전자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폴스크바겐도 이날 택시 앱을 운영하는 이스라엘 소재 스타트업 게트(Gett)에 3억 달러(약 3566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게트는 유럽 최대 택시 서비스 업체로 전 세계적으로 10만대의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마티아스 뮬러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폴크스바겐의 목표는 2025년까지 운송 서비스 분야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면서 “게트와의 협약은 이를 위한 첫번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 1월 차량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에 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리프트는 3월부터 일부일에 99달러로 차량을 빌려주는 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양사는 연내 자율주행 전기택시의 시범 운행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앞서 애플이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주목을 받았다.

외신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에서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 제조사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앨런 바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차량공유 시장의 성장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앞으로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미래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차량 공유나 택시 호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