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② SRA의 인재들...MIT미디어랩 출신이 많은 까닭은

Shawn Chase 2016. 5. 20. 12:41

한동희 기자


입력 : 2016.05.20 06:00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전초기지인 리서치아메리카(SRA)의 임직원 중에는 MIT(매사추세츠공대)미디어랩 출신이 유난히 많다. 파괴적 혁신을 담당하는 싱크탱크팀의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 상무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젊은 글로벌 리더'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천재급 인재로 통한다. 싱크탱크팀원 30명 중 절반 가량이 MIT미디어랩을 거쳤다.

MIT미디어랩은 미국의 미디어 학자로 멀티미디어 개념을 처음 제시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와 인공지능(AI)의 창시자로 불리는 마빈 민스크 등이 1985년 MIT 내에 설립한 세계적인 미디어융합 기술연구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SRA는 삼성 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MIT 뿐 아니라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미국 동부와 서부의 명문대 출신들로 대부분 구성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펼친 '천재급 인재 확보' 경영 시절부터 이들에게 최고경영자(CEO)에 버금가는 특급 대우를 해준 결과다.

SRA 사옥 내 야외 식당에서 임직원들이 식사하고 있다. /SRA 직원 제공
SRA 사옥 내 야외 식당에서 임직원들이 식사하고 있다. /SRA 직원 제공

SRA는 글로벌 조직답게 외국인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핵심 경영진 4명 중에서도 소장을 겸한 김용제 대표이사 부사장을 제외하고 3명이 외국인이다. SRA를 이끄는 11개 랩(Lab·연구실)장들의 배경도 다채롭다. 삼성에 합류하기 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노키아와 같은 경쟁사에서 일했거나 대학 교수나 학회 연구원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국적도 미국과 중국, 인도 등 다양하다.

삼성전자 (1,278,000원▲ 8,000 0.63%)는 SRA에서 배양한 실리콘밸리식 '벤처 정신'을 한국 본사로도 전파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6월에 발표할 '스타트업 컬처 혁신안'의 테스트베드로 SRA를 점찍었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SRA가 실리콘밸리식 조직의 형태는 갖췄지만 본사의 간섭과 한국식 조직 문화를 걷어내야 진정한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 김용제 SRA 소장…"삼성 R&D 30년 외길·특허 100개 등록"

SRA 소장은 김용제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의 R&D 부서에서 30년간 일한 베테랑으로 2014년 세계적인 인물에 관한 인명사전인 '후즈후(who's who)'에 이름을 올렸고, 멀티미디어 신호 처리 관련 1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입사 초기에 멀티미디어 신호 처리 분야를 연구했고, DMC(디지털 미디어 센터)연구소 연구팀장과 B2B 솔루션 팀장을 거쳤다. 서강대를 졸업했으며 아주대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마크 번스타인(Mark Bernstein) 전무는 SRA 2인자로 전략과 개방 혁신 기획을 담당한다. 번스타인 전무는 실리콘밸리에서 30년간 일하며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삼성에 합류하기 전 복사기와 프린터 기업인 제록스(Xerox)가 세운 민간 연구소이자 레이저프린팅, 이더넷 등을 탄생시킨 팔로알토리서치센터(Palo Alto Research Center)의 CEO를 역임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용제 부사장, 마크 번스타인 부사장, 샬롯 팔라 상무, 마크 케첼 상무. /SRA 제공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용제 부사장, 마크 번스타인 부사장, 샬롯 팔라 상무, 마크 케첼 상무. /SRA 제공

SRA의 인사 담당자는 야후 출신의 인사전문가 마크 케첼(Mark Ketzel) 상무다. 실리콘밸리에서 인사정책은 그 기업의 혁신 DNA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인재들이 적재적소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샬롯 팔라(Charlotte Falla) 상무는 SRA의 법률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미국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법률 자문위원과 법무법인 셔터플라이의 부사장을 지냈다. 팔라 상무는 일리노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법대에서 법학박사(JD)를 받았다.

◆ 삼성전자 미래 책임질 핵심 연구원들…MIT 강세

SRA는 11개의 개별 랩으로 이뤄졌다. 각각 연구하는 분야가 다르다. 이들 랩을 이끄는 건 '책임 연구원(research head)'이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SRA의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MIT 출신들이 많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을 지원하는 CX랩과 파괴적인 혁신을 담당하는 싱크탱크팀은 MIT미디어랩을 나온 연구원들이 주축을 이룬다.

MIT미디어랩의 별칭은 ‘꿈의 연구소’ 혹은 ‘상상력 공장’이다. 우수한 두뇌들이 앞다퉈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는 곳이다. 향후 25년간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다양한 발명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월드와이드웹(www), 전자책, 로봇 기술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MIT미디어랩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03년에는 MIT미디어랩과 상호 전략연구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기술 연구, 연구원들간 상호교류 증진, 우수인력 확대 등을 통해 신기술 및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소속 연구원들이 MIT미디어랩의 파견 연구원으로 가기도 한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상무(위)와 마이크 폴리 연구원. /삼성전자 제공
프라나브 미스트리 상무(위)와 마이크 폴리 연구원. /삼성전자 제공

싱크탱크팀을 맡은 프라나브 미스트리 상무와 모바일 프로세서 혁신랩을 책임지는 마이크 폴리 연구원이 MIT를 나왔다. 미스트리 상무는 MIT미디어랩에서도 손꼽히는 천재급 인력으로 통한다. 2009년에 과학기술 전문지 MIT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젊은 혁신가 35명'에 선정됐고, 2013년에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뽑은 '젊은 글로벌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출신의 책임 연구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잡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보안 솔루션 '녹스(KNOX)'의 연구와 운영을 맡은 B2B 연구 랩의 펑 닝(Peng Ning) 책임 연구원은 중국과학기술대학을 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교수를 지냈다. 스탠더드 앤 모빌리티 혁신 랩을 이끄는 찰리 장(Charlie Zhang) 박사는 칭화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의 5세대 통신 시스템 연구를 담당한다.

이밖에 선행 프로세서 랩의 마이클 셰바노(Michael Shebanow) 책임 연구원은 2012년 세계적인 그래픽카드 회사 엔비디아를 나와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그는 엔비디아에서 테슬라와 협업하던 당시, G80, 지포스 68xx 시리즈 개발을 주도했고, 차세대 그래픽과 GPU에 쓰이는 통일된 프로그램래밍 모델을 연구하는 엔비리서치 그룹에 있기도 했다. CX랩의 책임자 크리스 터크스트라(Chris Turkstra)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XP, 엑스박스360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후 애플에서 아이맥 개발에 몸담았다.

한국인 책임 연구원들도 2개의 랩을 맡고 있다. 조정주 책임 연구원은 삼성정밀화학에서 유기 금속 연구를 하다가 2015년 SRA에 합류했다. 조 연구원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연구한다. 모바일 플랫폼 랩을 이끄는 정의석 상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구소 출신으로 에릭슨과 실리콘밸리 벤처회사 등을 거쳤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② SRA의 인재들...MIT미디어랩 출신이 많은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