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Shawn Chase 2016. 5. 20. 12:42

한동희 기자


입력 : 2016.05.18 06:00 | 수정 : 2016.05.19 15:41 '발견이 이곳에서 시작됩니다.(Discovery starts here)'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삼성전자의 리서치아메리카(SRA)를 설명할 때 쓰이는 문구다. SRA는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전진기지다. 삼성전자의 새 사업 영역을 발굴하는 개척자 역할을 한다. 800여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 9만명이 넘는 거함 ‘삼성전자’의 나아갈 방향을 정한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삼성전자 기업설명회 '2015 인베스터즈 포럼'. 마크 번스타인 SRA 수석부사장은 "SRA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17개의 스마트카 연구개발센터들과 교류하고 있다"라며 "자동차 분야에선 애플과 구글이 결국 경쟁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의 스마트카 사업 육성 방침을 밝히면서 SRA가 중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RA가 폐쇄적인 내부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나 대학들과의 협동 연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 제품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방향키 쥔 SRA…차세대 기술 연구소 총집합

그렇다면 SRA는 어떤 조직일까. SRA는 11개 랩(lab)으로 구성됐으며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선행 소재(advanced materials) 랩은 차세대 에너지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소재를 개발하고 선행 프로세스(advanced process) 랩은 모바일 그래픽용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담당한다. B2B 리서치 랩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와 보안솔루션 녹스(KNOX)를 연구하고, 컴퓨팅 사이언스 이노베이션 센터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머신 러닝 등의 연구를 맡는다.

UX(이용자 경험) 센터에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연구하는 CX랩과 TV 영상 알고리즘 개발을 맡은 디지털미디어솔루션 랩이 있다. 모바일 혁신 랩과 모바일 플랫폼 솔루션 랩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한다. 모바일 프로세서 혁신 랩과 스탠더드 앤 모빌리티 랩은 스마트홈, 모바일 헬스케어,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책임진다. 싱크탱크팀은 삼성전자의 파괴적 혁신을 실험한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삼성의 파괴적 혁신 이끄는 TTT

"논리를 통해 증명하고 직관(intuition)으로 창조한다." 세계적인 프랑스의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e)가 한 말이다. SRA에는 푸앵카레의 이 유명한 인용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랩이 있다. 인도 태생의 MIT(매사추세츠 공대) 출신 프라나브 미스트리 상무가 이끄는 싱크탱크팀(think tank team·TTT)이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TTT는 연구원, 과학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30여명으로 꾸려진 작은 조직이다. 이들 절반은 MIT미디어랩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 각자가 특정 분야를 책임지는 형태로 디자인, 기획, 순수과학, 기계공학,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TTT의 근무 환경은 실리콘밸리답게 자유로운 분위기다. 자율출퇴근제, 복장 자율은 물론 반려견과 함께 출근하는 것도 허용된다.

TTT는 프로젝트별로 업무를 한다. 구태의연한 서류 보고는 하지 않는다.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에 옮겨 실험하는 데 주력한다. 최근의 성과는 가상현실(VR) 기기용 영상 제작을 위한 360도 입체 촬영 카메라 '프로젝트 비욘드'의 개발이었다. 프라나브 상무는 4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비욘드 출시를 알렸다. 둥근 원형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가장자리의 동그란 베젤(테두리)을 돌려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스마트워치 기어S2도 TTT의 작품이다.

TTT는 대학들과 협업하고 있다. 최근 진전을 이룬 분야는 거미줄에서 영감을 얻은 나노섬유 연구와 자폐아들을 위한 '동반자' 로봇 개발이다. 각각 워싱턴대, 터프츠(Tufts)대와 협력하는 연구다.

◆ 사물인터넷 인프라, 이종산업간 융합 주도

SRA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수억명의 이용자와 수십억개의 기기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IoT의 척추가 될 인프라부터 피와 살 역할을 할 플랫폼 등 생태계를 만들고, 이색적인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전략을 수행한다.

SRA의 스탠더드 앤 모빌리티 이노베이션(표준과 이동성 혁신)랩에서는 LTE(롱텀에볼루션)보다 10배 빠른 5세대(5G) 통신 시스템과 근거리·무선통신, 안테나 등 네트워크 알고리즘 및 기기를 연구한다. IoT 인프라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기기간 연결을 통해 수집된 수많은 정보(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보안 솔루션과 운영체제(OS),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 등 플랫폼을 책임지는 곳은 컴퓨팅사이언스 이노베이션 센터(CSIC)다. 다른 산업, 업체들과의 협력을 위한 오픈소스 생태계 운영도 맡는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이 랩에서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은 삼성전자가 올해 MWC 2016에서 첫 선을 보인 '삼성 커넥트 오토'다. 이 제품을 차에 기본 장착된 온보드 진단(OBD-II) 포트에 연결하면 스마트폰으로 차량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10월 출시한 BMW 신형 7시리즈에 '터치 커멘드 시스템'을 제공했고, 폴크스바겐그룹 소속 스페인 세아트와 '미러링크'를 기반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 선행기술 센터…"차세대 배터리·그래픽 솔루션 집중"

SRA는 '삼성의 미국판 종합기술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신사옥을 짓고 총 17개 연구소들을 한 곳으로 끌어모았다. 또 국내 연구소 지원에서 독자적인 연구소 조직으로 역할을 재정립했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SRA는 이 과정에서 특수 소재 연구 일부를 삼성종합기술원으로부터 이관받았다. SRA의 선행 소재 기술(advanced material)랩은 배터리 이용 시간을 늘리고, 디스플레이의 소비 전력을 낮추는 등
차세대 에너지와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연구한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반도체로 만든 태양광 발전용 솔라셀이 꼽힌다. 용액 형태인 양자점은 입자 크기에 따라 태양광 흡수 영역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고, 생산단가가 낮다는 게 장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량·대면적 공정이 필요한 차세대 태양전지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 랩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소재도 연구한다.

또다른 선행 기술 연구소인 선행 프로세서(advanced processor) 랩의 연구 분야는 모바일 기기의 연산 작업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다. 현재 증강현실(AR)의 대중화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R은 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환경을 융합하는 복합형 가상현실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세계적인 그래픽카드 회사 엔비디아에서 연구원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랩은 모바일 프로세서의 전력 절감을 위한 저전력 회로 디자인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 이용자 경험 책임지는 UX센터…"삼성 10년 숙원 해결"

삼성전자 (1,278,000원▲ 8,000 0.63%)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과 생활가전은 소비자 편의성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하는 제품군이다. UX센터는 사용자 편의성을 연구하는 조직으로 이용자 경험(customer experience·CX)랩과 디지털미디어솔루션 랩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 R&D 전초기지]① 리서치아메리카(SRA) 연구보면 공략지점 보인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로부터 "삼성전자가 10년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마침내 해결했다"고 극찬을 받았던 삼성전자 SUHD TV의 리모컨은 CX랩의 작품이다. CX랩은 단 한 개의 리모컨으로 소비자들이 보고 싶은 영상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방향키와 버튼 몇개로 이뤄진 간편한 리모컨을 내놨다. CX랩은 새로운 센서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탠지블(tangible) UX팀과 소비자 이용 패턴을 조사하는 유저 리서치(user research)팀으로 이뤄져 있다.

디지털미디어솔루션 랩은 TV의 화질 기술을 개발한다. 지난해부터 TV 화질의 지표로 자리잡은 HDR(하이다이나믹레인지) 기술과 초고화질(UHD), 스마트TV 알고리즘을 연구한다. 이 랩은 과거 차세대 디스플레이 솔루션 개발을 책임지던 '넥스트 익스피리어스 디스플레이 랩'을 흡수했다. 이 랩은 공간 연구도 병행한다. TV는 어떤 공간에 놓이느냐에 따라 색감이나 화질이 달라진다. 예컨대 햇볕이 많이 내리쬐는 환경에서 최적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다.

◆ 갤럭시 혁신 선봉장 모바일 연구소…"헬스케어 등 차세대 플랫폼 개발"

SRA에는 다양한 모바일 관련 랩이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혁신(mobile processor innovation)랩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의 시제품을 실험하는 연구를 담당한다. 이 랩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텍사스주에 있다. 텍사스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 있고, IBM 애플 삼성전자 인텔 등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공장과 연구소가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혁신 랩이 최근 집중하는 연구 분야는 새로운 센서들을 지원하는 칩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양산한 체온, 심전도 등 생체신호 정보를 반도체 칩에 통합한 바이오 프로세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제품은 체지방과 골격근량, 심박수, 심전도 등 모바일 헬스케어를 위해 5가지 측정 기능을 내장했다. 현재까지 나온 칩으로는 가장 많은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B2B 연구소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업간거래(B2B) 솔루션을 책임진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와 보안 솔루션 '녹스(KNOX)'를 내놓았다. 이 연구소는 이들 서비스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호환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바일 혁신 랩은 다양한 모바일 기기들을 유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과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했다. 음악 재생 앱인 밀크뮤직이 이 랩에서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