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한화, 삼성 화학社 인수 1년 만에 본전 뽑아

Shawn Chase 2016. 5. 19. 17:22

류정 기자



입력 : 2016.05.12 19:30 | 수정 : 2016.05.13 13:59


불을 환히 밝히고 가동 중인 한화케미칼의 전남 여수 공장. 한화그룹이 지난해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의 실적이 크게 호전되면서 두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한화케미칼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한 1428억원을 기록했다./한화케미칼 제공



한화그룹이 지난해 4월 삼성그룹으로부터 1조309억원에 인수한 화학 회사 두 곳의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면서 1년 만에 인수 자금보다 많은 돈(약 1조1000억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인수 대금을 현재 70%인 7000억여원 낸 상태로, 번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도 남는다.

삼성은 최근 2년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그룹의 비주력 분야인 화학 업체들을 한화와 롯데에 모두 팔았다. “우리가 1등을 할 수 없으면, 1등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에 팔겠다”는 취지였다. 평가는 ‘삼성의 취지대로 윈윈(win-win)했다’와 ‘성급히 팔았다’로 엇갈리고 있다.

◇인수한 화학 회사, 한화의 보물단지로

2014년 11월 ‘삼성·한화 빅딜’로 한화가 1조309억원에 가져간 한화토탈·한화종합화학(옛 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총 1조2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화토탈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7973억원)을 냈다.

1분기에도 실적 호조는 지속됐다. 두 회사를 자(子)회사로 거느리게 된 한화케미칼은 올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한 1428억원에 달했다고 12일 발표했다. 한화토탈이 올 1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의 3배인 3000억원 이상 올리면서 연결 실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한화그룹이 가져가는 이익은 보유한 지분(한화토탈은 50%, 삼성종합화학은 76%)만큼이므로, 한화그룹은 인수 종료(작년 4월 말) 이후 2개사의 영업이익 중 약 1조1000억원을 가져간다.

한화는 이 과정에서 위상도 달라졌다. 2014년 자산규모 38조원으로 재계 12위였던 한화는 지난해 자산이 55조원으로 늘어 8위로 껑충 뛰었다. 삼성에서 인수한 화학 회사 두곳이 벌어들인 작년 영업이익은 한화그룹 전체 50여개 계열사가 2014년 벌어들인 이익의 약 2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요즘 삼성에서 인수한 화학사 덕분에 한화 재무 담당자들이 웃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고 말했다.

◇삼성, 괜히 팔았나, 잘 팔았나

한화의 인수 성공은 업황 변화와 관련이 깊다. 삼성이 화학 회사를 매각한 2014년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화학업의 경영 환경이 바닥을 칠 때였다. 삼성은 전자·금융 등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화학 계열사 매각을 추진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당시 업황이 바닥인지, 무릎까지만 왔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도 위험을 안고 인수했다”며 “삼성과 빅딜을 진행한 직후 유가가 떨어지고,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가격 경쟁력도 커져 이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인수·합병으로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 등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며 “아직까진 우리 업체들 기술이 앞서 있긴 하지만 한순간에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 회사를 인수한 한화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부에서는 삼성이 불확실한 사업을 단호하게 빨리 정리했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다. 실제로 삼성이 롯데그룹에 지난달 매각을 완료한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사들은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삼성의 화학 회사 매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앞으로 삼성이 매각 대금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잘했다는 최종 평가를 받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