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무조건 감축은 나중에 후회… 합병으로 경쟁력 찾아야"

Shawn Chase 2016. 5. 19. 17:21

도쿄=최인준 특파원


입력 : 2016.05.19 03:00

- 한때 세계 1위 日조선업… 잘못된 구조조정의 교훈
오카자키 도쿄대 교수 인터뷰


오카자키 데쓰지 도쿄대 교수


"한때 세계 최고였던 일본 조선업이 밀려난 건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과 실기(失期)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조선업은 1970년대까지 세계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오일 쇼크가 터지면서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1978년과 1987년 두 차례에 걸쳐 살인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61개 중소 조선사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생산 설비를 35% 감축해야 했다. 일본 조선업체들의 건조(建造) 능력은 1976년 98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서 1987년 460만CGT로 10년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일본의 대표적 기업 정책 전문가인 오카자키 데쓰지〈사진〉 도쿄대 교수(경제학과)는 "정부가 '일단 살고 보자'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조선업계의 단기 이익률은 좋아졌지만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경쟁력을 잃고 한국에 조선업 주도권을 뺏겼다"고 말했다.

일본은 기회도 놓쳤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기업 합병을 통해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독점 금지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합병은 '제로(0)'에 가까웠다. 1999년이 돼서야 기업 구조조정을 돕는 '산업활력법'이 제정된 이후 조선업 중심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3년 유니버설조선과 IHI마린유나이티드를 합쳐 세계 4위 규모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를 출범시켰다.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LNG선 사업부를 합쳐 MI-LNG도 세웠다.

오카자키 교수는 "일본의 실패 사례를 봤을 때 무조건 노동자와 설비를 줄이는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기업 간 합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별로 잘하는 분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해 질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