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가전Tech] '한류스타 이민호'도 반한 스타일러…분자가 주름펴고 먼지 떼고

Shawn Chase 2016. 5. 19. 17:16

박성우 기자


입력 : 2016.05.11 14:10 “옷에 생명을 다시 가져다준다(Bring life back to your clothes)”

멋진 정장을 입은 한 노인이 수증기로 가득 찬 방안에 들어서자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 노인은 사라지고 배우 이민호만 남았다.

중국에서 방송된 LG전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광고의 한 장면이다. 미세한 스팀(증기)과 진동을 통해 헌옷을 새 옷처럼 만들어준다는 스타일러의 성능을 노인의 회춘(回春)에 비유해 설명한 것이다.

배우 이민호가 중국 현지에서 열린 스타일러 디너쇼에서 소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배우 이민호가 중국 현지에서 열린 스타일러 디너쇼에서 소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의 스타일러가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4월 중국 시장의 스타일러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월평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배 늘었다고 밝혔다. 의류관리기를 내놓은 가전업체로는 LG전자가 유일하다.

스타일러는 한 번 입고 세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양복, 블라우스, 교복 등을 항상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의류관리기다. 스타일러는 미세한 스팀을 이용해 구김과 냄새를 잡아준다. 또 의류에 묻은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과 집먼지 진드기를 99.9% 제거한다.

◆ 스타일러에 숨겨진 과학은 ‘분자’와 ‘중력’

스타일러의 핵심 요인은 고온의 미세 증기와 움직이는 옷걸이 ‘무빙 행어(Moving Hanger)’다. 제품 하단에서 물 입자 크기의 1600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고온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무빙 행어가 분당 220회 좌우로 흔들면서 옷의 주름이 펴진다.


아메데오 아보가드로 초상화
아메데오 아보가드로 초상화

주름이 펴지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자의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분자는 자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순수한 물체의 최소 단위를 말한다. 1811년 이탈리아 화학자 겸 물리학자 아메데오 아보가드로(Amedeo avogadro)가 최초로 분자의 개념을 제시했다.

주름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종이를 움켜쥐면 주름이 생긴다. 주름이란 물건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무리한 힘을 받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주름을 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자를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으면 된다.

분자는 기본적으로 따듯하게 해주면 움직인다. 탁구공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원래대로 펴지는 것과 비슷하다. 또 물은 분자들이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스타일러가 주름을 펴는데 고온의 미세 증기를 사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분자가 움직일 준비가 됐다면 이제는 힘이 필요하다. 물을 뿌리고 무거운 다리미로 밀면 주름이 사라지는 것처럼 누를 힘이 있어야 한다. 스타일러에서는 중력과 무빙 행어가 힘을 대신한다. 중력이 옷을 아래로 당기는 동시에 무빙 행어가 옷에 빠른 진동을 주면 주름진 옷들의 분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스타일러 작동 과정 /LG그룹 블로그 캡처
스타일러 작동 과정 /LG그룹 블로그 캡처

스타일러의 또다른 주요 기능은 미세 먼지와 세균, 냄새를 잡아주는 것이다. 고온의 증기가 이런 역할을 한다. 옷감의 분자 표면을 감싼 미세한 증기가 건조 과정에서 액체에서 기체로 기화(氣化)하면서 분자에 묻어 있던 먼지, 세균, 냄새 입자가 날아간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타일러의 기술력은 얼마나 미세한 스팀을 방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며 “스타일러에는 LG전자가 그동안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을 만들면서 개발한 컴프레서(공기압축기) 기술 등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 스타일러는 조성진 사장의 부인 작품?…미세먼지 많은 중국서 통했다

LG전자가 스타일러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조성진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장(사장) 부인의 역할이 컸다. 조 사장이 중남미 출장을 갔을 때였다. 가방에 오래 넣어둔 옷의 구김이 심했는데, 호텔에는 다리미가 없었다.

당시 조 사장은 부인은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틀고 수증기가 꽉 찬 상태에서 옷을 걸어 놓으면 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옷에 흡수된 수분이 마르는 과정에서 주름이 펴진다고 얘기한 것이다.

2011년 스타일러 출시 현장의 모습.조성진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장(왼쪽 첫번째)이 스타일러 제품과 광고모델 배우 고소영씨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2011년 스타일러 출시 현장의 모습.조성진 LG전자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장(왼쪽 첫번째)이 스타일러 제품과 광고모델 배우 고소영씨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2002년 처음 스타일러 콘셉트를 기획했고, 2006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다. LG전자가 스타일러를 처음 개발할 때 의류와 관련된 가전제품은 세탁기, 다리미 정도 뿐이었다. 세계 어떤 기업도 스타일러와 유사한 제품을 내놓은 사례가 없어 크기, 형태를 결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또 주름을 펴는 무빙 행어와 관련해 최적의 속도, 진동 간격, 옷걸이 간 거리 등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데만 1년 반 이상 걸렸다. 이후 1000여 벌이 넘는 의류를 테스트하면서 검토한 끝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LG전자는 2011년 1세대 모델을 출시하고 2014년 기존 제품보다 부피를 30% 줄인 2세대 제품을 선보였다. 2세대 제품은 인버터 컴프레서(공기압축기)를 사용해 소음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LG전자가 스타일러 개발 과정을 통해 확보한 기술 특허만 160건에 이른다.

LG전자 관계자는 “미세 먼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서 2세대 스타일러의 반응이 좋다”며 “젊은 신혼 부부나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스타일러의 탁월한 주름, 냄새, 먼지 제거 성능에 대해 입소문이 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