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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돌아왔지만… “실속은 없어요”

Shawn Chase 2016. 5. 20. 12:34


메르스 사태 1년 맞은 명동


메르스 첫 환자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19일 활기를 되찾은 서울 명동 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명동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보다는 노점의 값싼 먹거리를 더 많이 찾는 등 주머니를 활짝 열지 않아 상인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1분기 유커 전년 대비 15% 증가

자유여행객 위주 ‘큰손’은 日로

“값싼 먹거리 外 주머니 안 열어

매출 마이너스… 면세점만 호황”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전인 작년 1분기보다 올해 1분기 손님이 더 늘었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예전에 중국인 관광객 1명이 평균 10만원을 썼다면 이젠 8만원 정도밖에 안 써요.”(서울 명동의 화장품 가게 사장 A씨)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한 2014년 7월 정점을 찍었고, 메르스 사태 전까지만 해도 수익이 났어요. 메르스가 잠잠해지면서 회복은 하고 있지만 매출은 메르스 이전의 40% 수준입니다.”(명동의 옷 가게 사장 B씨)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이 흐른 19일. 중국인 관광 1번지 명동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160만3,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늘었다. 덕분에 올 1분기 롯데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나 급증했다. 그러나 유커의 귀환 효과는 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 상인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불황’이다.

명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중국인들이 좀체 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번에 수십만~수백만원씩 싹쓸이 쇼핑을 하던 유커들은 옛날 얘기라는 것이다. 화장품 판매점 사장 A씨는 “자유여행으로 한국에 온 유커들은 소비 패턴이 합리적 구매를 하는 쪽으로 변하면서 예전처럼 시원하게 주머니를 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화장품 가게 사장 C씨는 “명동 번화가의 화장품 가게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반면 임대료는 계속 올라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대부분 안테나숍(소비동향 파악을 위해 화장품 업체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점포)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테나숍 역시 수익은 안 나지만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포를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면세점에 속속 입점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것이 원인이다.

명동의 대표적인 식당인 한 비빔밥전문점은 지난 3월부터 주메뉴를 비빔밥에서 불고기로 바꿨다. 그런데 18일 오후 7시 한창 대목인 시간에도 이 식당은 테이블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이 식당 관계자는 “그래도 오늘은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저가 단체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명동에서 30년째 옷 가게를 운영 중인 D씨는 “저가 단체관광으로 오는 대부분의 유커들은 고궁, 남산 등 돈 안 드는 관광지와 면세점을 한 바퀴 돈 후 명동에 온다”며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가격이 저렴한 경기 지역의 숙소로 관광버스를 타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명동에서 쇼핑을 하거나 식사를 할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명동 상인들 사이에서는 유커를 상대로 돈을 버는 곳은 값싼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나 토스트 가게, 분식점 뿐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면세점을 더 만들어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을 벌 생각만 하고, 볼거리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만드는 데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래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일본에 다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