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최용재 입력 2016.01.29 06:02
한 남자의 아내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지난 22년을 이런 마음으로 보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과 카타르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전이 열리던 27일(한국시간) 새벽에도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밤새 TV를 지켜봤다. 두 손을 꼭 쥐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진심을 다해 한국을 응원했다.
한국이 3-1로 승리하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내자 그 때서야 떨리는 마음이 진정됐다. 승리의 외침보다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왔다.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역사를 일궈내자 그동안의 '불안감'은 '큰 행복'으로 바뀌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자랑스러움에 벅차 잠도 오지 않았다.
일간스포츠는 이 편지 원문을 28일 차씨로부터 카톡으로 전달받았다.
"한 달간의 열정과 땀의 노력이 이제 마지막 점하나만 찍으면 마무리 되어가네요. 온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어깨에 짊어지고 카타르를 떠날 때 왜 이리 맘이 무겁던지…. 그렇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오빠의 중압감은 나에 비했을까."(※아내는 이 편지에서 "'오빠'라고 부르는 게 편한데 이런 글을 쓰려니 '서방님'이라 해야 하나. 그래도 오빠라 불러주면 좋아하니까, 난 오빠~"라고 적는다는 유머 감각을 보였다)
신 감독의 넘치는 자신감이 오히려 아내에게는 불안감이었다. 그는 신 감독에게 "인터뷰를 할 때 너무 자신감 있는 표현은 자제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 할 정도였다. 독으로 돌아올까봐 초조했다.
"언제나 자신감에 찬 오빠를 보면서 그런 모습에 나 또한 든든했어요. 오빠의 자신감 있는 멘트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언제나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런 자신감마저 사치라 생각했어요. 호언장담했지만 혹여나 잘못될까봐 불안하고…. 항상 긍정적인 오빠가 요즘처럼 안쓰러워 보인 적은 없었어요. 애써 태연하고 강하게 보이려는 모습이 때론 두렵기도 했어요."
평탄하지 않은 이런 삶이 그에게는 행복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다. '오랜 기간' 힘든 과정을 거쳐 남편의 영광과 결실이 다가왔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할 수 있는 이런 '짧은 순간'을 기다리면서 산다.
"팬들은 대표팀 승리로 행복하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오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사람들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건 내 욕심일까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던 오빠의 고민, 그 누구와도 함께 짊어질 수 없었던 부담감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아요. 잘 견뎌줘 정말 감사해요. 이런 삶이 저는 행복해요. 역시 내가 택한 남자가 최고란 걸 또 한 번 느꼈어요. 당신은 국민들에게도 최고임이 틀림없을거에요."
이렇게 믿음과 신뢰가 있기에 결실을 기다릴 수 있는 힘도 생긴다. 그는 30일 밤에 열리는 숙적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밤을 지새울 예정이다.
"이제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일만 남았어요. 당당히 리우행 열차를 탔지만 한·일전에서 한 번 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지금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걸요. 어느 누가 뭐라 하고 욕을 해도 우리 가족에게는 오빠가 최고이고 듬직한 큰 산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결승전도 응원할게요. 한일전 멋진 모습 부탁해요."
"신!! 신태용은, 태!! 태어날 때부터, 용!! 용감했다. 빨리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일 하고 싶은 말…. 사랑합니다."
도하(카타르)=최용재 기자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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