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사흘 만에 하늘길 열리자..발권창구마다 수백미터씩 장사진

Shawn Chase 2016. 1. 26. 00:18

경향신문 | 제주 | 박미라 기자 | 입력 2016.01.25. 22:41 | 수정 2016.01.25. 23:29

 

 

[경향신문] 지난 23일부터 폭설과 한파, 강풍 등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총 7만5000여명이 제주에 발이 묶였었다. 25일 오후 3시 사흘 만에 하늘길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제주공항에는 제주를 떠나지 못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출발대합장이 있는 3층은 출발 정보를 얻기 위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항공사 발권창구마다 대기표를 받기 위한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백m씩 이어졌다.

고모씨(47)는 “대기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공사마다 대기표 줄을 서 발권창구까지 다다르는 데 최소 3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공항 1층과 2층은 여전히 모포와 박스를 깐 채 항공기 탑승 순서를 기다리는 ‘노숙’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공항 주변 역시 일제히 몰려든 렌터카와 버스가 뒤엉켜 몸살을 앓았다.

 

 

제주공항이 폐쇄 사흘째인 25일 운영을 재개하자 수많은 승객들이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발권 창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미라 기자
제주공항이 폐쇄 사흘째인 25일 운영을 재개하자 수많은 승객들이 항공권을 구입하기 위해 발권 창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미라 기자

전면 통제됐던 제주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사흘 만에 열렸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린 지 42시간여 만인 25일 정오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다만 사흘 만에 첫 항공기 이륙은 항공기 제설작업 등이 마무리된 오후 2시47분 149명의 승객을 태운 김포행 이스타항공부터 시작됐다. 오후 3시 출발 서울행 티웨이항공에 오른 남윤정씨(25)는 “지난주 일요일(17일) 어머니와 함께 제주에 여행을 와서 23일 오후 8시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폭설 때문에 3일간 공항에서 노숙했다”며 “23일 공항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은 채 공항에만 있었다. 힘들었지만 천재지변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또 다른 서울행 비행기를 탄 문모씨(38) 역시 “23일부터 공항에서 노숙하면서 첫 대기표를 받았다”며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집에 가게 돼서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는 이날 제주에서 정기편과 임시편 등 150편을 띄워 2만7000명을 수송했다. 국토부는 체류객 수송을 위해 심야에도 제주공항과 김포공항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체류 관광객 모두를 수송하는 데는 빨라야 이틀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집으로!25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지난 23일 오후 5시45분부터 42시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통제된 후 이날 낮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연합뉴스

바닷길도 대형여객선을 중심으로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제주~추자~완도를 운항하는 한일레드펄호(2878t·여객 정원 365명) 등을 포함해 목포 1편과 완도 2편, 여수 1편 등 4편의 여객선이 제주를 출항했다. 다만 소형여객선은 운항을 재개하지 못했다.

제주에는 이날 오전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147㎝, 진달래밭 133㎝, 어리목에 101㎝ 등 눈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24일에는 7년 만에 한파주의보가 발효됐고 32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제주 |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제주 ‘엑소더스’]항공사, 문자로 탑승 통보…임시편, 23일 결항 승객 우선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ㆍ밤샘 운항까지 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들은 25일 오후부터 항공기 이착륙을 재개해 밤샘 운항에 나섰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2시47분 이스타항공 ZE236편이 제주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정기편 37편과 임시편 68편 등 총 105편, 2만1000여석을 공급했다.

이날 여객기를 모두 결항 처리했던 대한항공은 임시편을 투입했다. 오후 3시 B747기 김포행을 시작으로 제주→김포 30편 7134석, 김포→제주 21편 5078석을 공급했다. 이 밖에 제주→김해 2편 326석, 제주→광주 1편 138석, 제주→청주 1편 138석도 투입했다. 대한항공 임시편은 제주에서 26일 오전 5시30분 출발해 1시간 후인 오전 6시30분 김포에 도착한다.

아시아나항공도 제주→김포, 제주→인천행 등 정기편과 임시편을 합쳐 총 43편, 9009석을 제공했다. 아시아나항공 임시편은 26일 오전 3시30분 제주에서 출발해 오전 4시3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제주항공도 이날 오후 3시부터 국내선 운항을 재개해 제주→김포 8편, 제주→부산 2편 등 총 10편 1800여석을 운항했다.

항공사들은 정기편의 경우 예약자를 우선 태우고 남는 자리에 대기자를 태웠다. 임시편은 지난 23일 결항한 항공기 승객부터 차례로 태웠다. 승객들에게는 문자메시지로 탑승 순서를 알려줘, 정해진 시간까지 해당 항공사 카운터에서 이름을 말하면 탑승권을 발권해줬다. 공항에서 대기표를 뽑는 방식은 혼잡을 가중시키고 불만이 급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포공항은 소음 때문에 밤 11시 이후 착륙이 금지돼 있으나, 국토부는 이를 한시적으로 해제했다.

 

 

 

       

 

 
 

[제주 ‘엑소더스’]“방 내어드릴게 옵서예” 한파 녹이는 제주 온정

박미라·이성희 기자 mrpark@kyunghyang.com

 

입력 : 2016.01.25 22:33:55 수정 : 2016.01.25 23:04:19

ㆍ공항 ‘노숙’ 관광객들에 무료 숙박 제공 잇따라
ㆍ신라스테이도 1박 무료

폭설로 관광객 수만명이 제주를 떠나지 못하고 공항에서 ‘노숙’한다는 소식에 제주도민들은 무료로 ‘숙박, 숙식 제공’을 자처했다. 제주공항에서 생수 등을 나눠주는 봉사 행렬도 이어지는 등 한파와 폭설 속에서도 제주도민의 정은 따뜻했다.

지난 24일 오후 페이스북에는 ‘사랑의 민박, 무료 민박을 제공한다’는 글이 공유됐다. 이 글은 “숙소를 못 구하고 공항에서 노숙 중인 여행객에게 알립니다. 제공되는 집 위치는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이며, 걸어서 15분 거리입니다. 집을 전면 개방하니 숙소를 구하지 못한 분들은 연락하세요”라는 내용이다. 이 글이 알려지자 방을 제공하겠다는 댓글이 전역에서 잇따랐다.

‘사랑의 민박 운동’은 제주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제주맘카페에서도 이어졌다. 24일 오후 한 회원이 “공항에서 노숙하시는 분들에게 방을 내주실 분 댓글 달아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50여명의 카페 회원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공개했다.

자원봉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있었다. 60대 부부는 24일 오후 직접 삶은 계란과 고구마, 귤을 관광객에게 제공했고 자선단체들은 사흘 내내 앞다퉈 생수와 간식 나눠주기에 동참했다.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제주’는 투숙객들에게 하룻밤을 무료로 제공했다. 신라스테이 제주는 자연재해 등으로 항공기가 결항되거나 지연될 경우 무료 1박과 조식을 제공하는 ‘뜻밖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폭설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은 200여명에 이른다. 메종글래드 제주 호텔도 투숙객들이 한방에 잘 수 있도록 무료로 객실을 업그레이드하고  조식과 공항 셔틀버스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