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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7500km 인도, 위기의 韓 조선업계 돌파구 될까

Shawn Chase 2015. 8. 4. 00:27

해안선 7500km 인도, 위기의 韓 조선업계 돌파구 될까

  • 유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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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5.08.03 13:00 “인도는 한국에게 ‘제2의 중국(next China)’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지난 20년 동안 중국시장 덕분에 성장했다면, 앞으로 20년은 인도시장이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겁니다.”

    세계 경제에서 인도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며 기업과 돈을 끌어들이던 중국도 성장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상승세를 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낮춰 잡았지만, 인도 경제에 대해선 올해 7.5%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인도의 2015년 성장률을 7.8%, 2016년 성장률을 8.2%로 전망했다. 인도 정부의 기업 친화적인 전략이 효과를 내 투자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인도대사는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면 한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인도대사는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면 한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2015년 7월 기준 인도의 인구는 약 12억5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주민등록 같은 공식 집계에서 누락된 인구를 더하면, 최소 13억명 이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인도가 중국 못지 않게 매력적인 소비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는 각국 정상들의 ‘구애’공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일본, 중국, 미국 정상을 연달아 만난 모디 총리는 일본과 중국으로부터 각각 350억달러(약 40조7800억원), 2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모디 총리와 처음 만났고, 올해 5월에는 모디 총리가 방한했다.

    모디 총리는 빈곤 척결과 투자 활성화 등 인도의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외적으로는 주요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평화로운 이웃(Peaceful Neighbor)’이란 전략을 세웠다.

    비크람 도래스와미(Doraiswami) 주한인도대사를 서울 한남동 주한인도 대사관에서 만나 인도의 경제 정책과 개혁 추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부임한지 석 달된 도래스와미 대사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을 포함해, 한국 기업의 상황을 꿰고 있었다.

    “인도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입니다. 인도와 중국의 무역규모는 700억달러 이상이지만, 한국과의 교역액은 170억달러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인도시장에서 중국 기업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더 적극적으로 인도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는 인도 정부가 크게 5개 부문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조선, 전자, 자동차, 방산, 사회기반시설(인프라스트럭처) 등이다.

    ―인도는 해안선 길이가 길어 선박 수요가 많은 것으로 안다. 한국 조선업체와 협력할 여지가 있을까?

    “인도의 해안선은 7500km에 달하고, 전 세계의 중요한 해상 무역로가 인도양을 지난다. 소말리아 해적 등 해상 안전 문제 때문에 인도는 해군의 규모가 크다. 선박의 95%가 상업용인 한국과 달리 인도 선박의 85~90%는 군용이다. 선박 수요가 큰 인도는 조선업 규모도 400억~500억달러에 달하지만, 인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선박의 비중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의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선박 수요를 충당하고 조선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 조선업체들과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인도 조선사가 합작기업을 세우거나 공동으로 선박을 건조하고, 장기적으로는 인도에서 선박 부품과 배를 생산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 ‘빅3’는 2분기에만 4조7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는 올해 하반기 임원 감축과 부서 통폐합,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해안선 7500km 인도, 위기의 韓 조선업계  돌파구 될까

    ―전자, 자동차 등 분야에선 한국 기업과 어떤 식으로 협력할 수 있나.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다. 아직 인구의 대부분이 피처폰(스마트폰보다 성능이 낮은 기본 휴대전화)을 사용한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데 적극적이다. 폭스콘도 새로운 부품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잠재력이 큰 인도 스마트폰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인도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동차산업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현대자동차 판매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인도시장은 그동안 경차 중심이었지만, 최근 BMW와 메르세데스 같은 고급 브랜드 판매량이 늘고 차종도 세단 같은 대형차로 바뀌고 있다.

    인도 국민의 30%는 전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인프라 분야에선 발전소 건설에 관심이 많다. 태양광 발전의 전력생산량을 연간 1.5기가와트로 확대할 계획이고, 이미 발전시설의 절반은 지어진 상태다. 한화큐셀이 인도업체와 제휴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50%는 화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원자력발전의 비중은 3% 내외다. 원전 생산 비중을 앞으로 10년 안에 10%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한국의 건설 업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다.

    자동차용 배터리 같은 전력저장시스템도 중요하다. 인도에선 도시마다 수천 대의 툭툭(릭샤·소형 엔진을 장착한 3륜차)이 달리는데, 그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버스 등 대중교통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선 자동차용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주요 협력 대상이다.”

    ―인도 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무엇인가.

    “자동차부품과 정보기술(IT), 방산산업 등이다. 자동차부품은 인도에서 생산해 독일 등 유럽권에 수출하고 있다. 인도는 IT 인재가 많기로 유명하다.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같은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다. 방산산업에선 인도기업들이 광학기술, 다이렉트휠시스템, 항공 분야에 강하다.”

    ―인도 정부는 한국 기업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인도 정부는 한국 기업에게 융통적이고 협상 가능한 조건을 제공하려고 한다. 기업마다 업종마다 원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토지 제공은 주(州)정부 소관이지만, 모든 주가 한국 기업을 유치하고 싶어한다. 법인세 경감을 포함해 세제 혜택도 기업들과 논의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줄 것이다. 한국 기업의 투자와 관련된 협의 내용은 총리에게 직접 보고서가 올라간다.”

    ―포스코가 지난달 오리사주(州) 철강공장 건설 사업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지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고 알려졌는데.

    “토지 문제보다는 철강산업 동향이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안다. 공장 부지용 토지를 매입하는 문제는 합의가 거의 끝났다. 포스코그룹도 오리사 철강공장 건설 사업에 많이 신경을 쓴다. 전 세계 철강산업이 침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포스코그룹도 투자 시기를 조정한다고 (포스코그룹 쪽에서) 얘기했다.”

    모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현재 인도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로 ‘신분증 발급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에선 출생신고를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신분증이 없으면 은행 계좌도 만들 수 없고, 여권도 발급받지 못한다. 농민들은 휴농기가 되면 도시에서 배달 같은 저가 서비스 노동으로 흘러든다. 신분을 증명할 수단이 없고 은행 계좌가 없기 때문에 고급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정부의 복지 지원금은 은행 계좌가 없으면 받을 수 없고, 미수령 지원금을 빼돌리는 부패 문제가 뒤따랐다.

    5년 전 인도 정부는 신분증이 없는 인도 국민의 지문과 홍채 등 신체 정보를 이용한 신분 확인 수단을 도입했다. 그동안 650만명이 신체 정보를 등록했다. 올해 추가로 시작한 계좌 개설 캠페인을 통해 6개월 만에 계좌 5000만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복지 지출의 질도 높일 예정이다. 많은 아시아권 나라들이 그렇듯, 인도에서도 남아 선호 사상이 있다. 여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딸을 가진 가족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주려고 한다.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깨끗한 인도(clean India) 운동’도 진행한다.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하다. 우선 곳곳에 화장실을 지어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가 협력해 복잡한 하수처리시설 없이 환경친화적인 화장실을 도시와 지방 곳곳에 보급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