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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선 ‘미쓰비시 크루즈 쇼크’…한 척에서만 2조5000억원 손실

Shawn Chase 2016. 5. 8. 22:58

조지원 기자

  • 입력 : 2016.05.08 08:36 | 수정 : 2016.05.08 13:59 한 때 세계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한국 조선업계와 일본 조선업계가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현대중공업 (105,000원▼ 6,000 -5.41%), 대우조선해양 (5,100원▼ 300 -5.56%), 삼성중공업 (9,830원▼ 220 -2.19%)등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 3사는 최근 2년 동안 해양 플랜트에서만 7조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선박 5척을 수주하는 등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이웃 일본 조선업도 선박 수주가 끊겼다. 올해 1분기 일본 조선소 수주량은 214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12년 만에 최저 수준인 한국 조선소(2759CGT)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 미쓰비시중공업 나카사키 조선소 전경 /미쓰비시중공업 홈페이지
    미쓰비시중공업 나카사키 조선소 전경 /미쓰비시중공업 홈페이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의 간판 조선업체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이 크루즈선 건조 과정에서 엄청난 손실을 내면서 일본 조선소들도 급속히 위축됐다.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가 한국 조선소들을 대규모 적자로 몰고 갔다면, 일본 조선소들을 위기로 몰고 간 주범은 크루즈선 건조다.

    ◆ 크루즈선 한 척에서 2조5000억원 손실…일본 조선업계 ‘미쓰비시 쇼크’

    미쓰비시중공업은 2011년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Carnival Corp) 소속 아이다 크루즈(Aida Cruises)사로부터 크루즈선 2척을 수주했다. 12만5000GT급으로 최대 330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선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02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건조 도중 전소되는 사고를 겪은 뒤로 여객선 산업에서 손을 뗐지만, 한‧중‧일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크루즈선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신 기술과 유행에 민감한 크루즈 산업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마지막으로 크루즈선을 건조했던 2000년대 초반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객실 설계 단계부터 선주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2013년 마무리 예정이던 선박 설계가 2015년 완성됐다.

    자재 조달에도 시간이 걸렸다. 일본은 크루즈 산업 기반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재 대부분을 수입했다. 레스토랑에 쓸 타일 하나를 고르는데도 유럽에서 전문 장인(匠人)을 불러야 했고, 선주가 지정한 수입품을 사용해야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크루즈선 ‘아이다 프리마(AIDAprima)’ /아이다 홈페이지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크루즈선 ‘아이다 프리마(AIDAprima)’ /아이다 홈페이지


    미쓰비시중공업은 2013년 이후 매년 크루즈선에서 손실을 봤다. 2013년 641억2600만엔, 2014년 659억3400만엔, 2015년 1~3분기 530억6100만엔의 특별손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추가 손실은 없을 줄 알았지만, 선박 건조를 마치고 인도를 앞둔 상황에서 문제가 연달아 터졌다. 주요 기기에 결함이 발견되고, 해상 시운전 과정에서 소음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사항이 나왔다. 화재 사고까지 발생했다.

    결국 미쓰비시중공업은 4월 25일 2015년 4분기에 크루즈선 납기 지연으로 508억5000만엔의 특별손실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3월 인도 예정이었던 1호선은 1년이나 늦은 2016년 3월 16일 인도됐다. 2호선은 2016년 3월 인도 예정이었지만, 아직 건조 중이다. 추가 수주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1000억엔에 수주한 크루즈선에서 2375억엔(2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아직 2호선 인도가 남아 있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크루즈산업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손실을 내면서 일본 조선업계는 ‘미쓰비시 쇼크’에 빠졌다. 크루즈 산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분위기다. 최근 크루즈 산업에 새롭게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츠네이시조선(常石造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나온다.

    미야나가 슌이치 미쓰비시중공업 사장은 “크루즈선 사업으로 손실이 대거 발생했지만 간신히 수습하고 있다. 여객선 사업을 계속할 지는 여름이나 가을쯤 결정하겠다”고 했다.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조선일보DB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조선일보DB


    ◆ ‘설계 역량 부족, 납기 관리 미흡, 안전사고’ 한국 조선과 일본 조선은 ‘닮은 꼴’

    미쓰비시중공업이 크루즈선 건조 과정에서 2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는 동안 한국 조선 3사도 해양 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줄줄이 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박 수주가 감소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양 플랜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해양 플랜트는 원유를 탐사, 시추, 생산, 처리하기 위한 설비를 말한다.

    조선 3사가 조(兆)단위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하자 해양 플랜트는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보였다.

    하지만 조선 3사는 해양 플랜트에서만 7조원의 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골리앗(Goliat)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프로젝트, 대우조선해양은 극지용 반잠수식 시추선 송가(Songa) 프로젝트, 삼성중공업은 에지나(Egina) FPSO 프로젝트, 이치스(Ichthys) CPF(해양가스처리설비) 프로젝트 등에서 조 단위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송가 반잠수식 시추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송가 반잠수식 시추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한국 조선 3사와 미쓰비시 중공업은 설계 능력 부족, 자재 조달 난항, 납기 관리 미흡 등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해양 플랜트 기본 설계 능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는 선주의 설계 변경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핵심 기자재 대부분 수입하면서 자재 조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선 3사간 출혈 경쟁이 이뤄지면서 남발된 저가 수주도 발목을 잡았다.

    안전사고도 연달아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화재사고가 5개월 동안 3차례나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5명의 직원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노르웨이 등 유럽 언론은 한국 조선소를 ‘죽음의 조선소’라고 부르며 잦은 안전사고를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 적자를 낸 국내 조선업은 구조조정 1순위 산업으로 거론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추가 감원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자구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조선 3사는 물량 생산팀 규모 줄이고 블록 생산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해양 플랜트 산업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은 중국 조선소의 물량 공세를 이기기 위해 고부가가치 산업인 해양 플랜트 산업과 크루즈 산업에 진출했지만, 설계 능력 부족, 안전 관리 미흡 등 비슷한 원인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