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대차, 중고차시장 '메기'로…온·오프라인서 직접 인증판매

Shawn Chase 2022. 3. 7. 18:31

 

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출 선언

적합업종 협의 지연에 공식화
200개 품질검사 통과車 선별
자체 중고차 정보포털도 구축
점유율 2024년 5.1%로 제한

기존업체 "신차이어 독점강화"
대선뒤 생계형 업종지정 변수

  • 원호섭이새하 기자
  • 입력 : 2022.03.07 17:31:23   수정 : 2022.03.07 17:33:36

현대자동차가 7일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공개했다. 이르면 10여 일 뒤 개최될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향배가 주목된다.

현대차는 '직접 등판'을 통해 중고차 시장에 만연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내고 품질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익성보다는 자사 차량에 대한 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인증 중고차를 선보인다. 출고 5년 이내의 차량 중 주행거리가 10만㎞ 이내인 현대차 차종을 대상으로 200여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해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평가해 적정한 판매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시한다. 이를 위해 정밀진단과 인증검사를 진행하는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도 구축한다. 그만큼 가격은 기존 중고차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현대차는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연구소)'을 구축해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털에는 중고차 성능과 상태를 확인하고 허위·미끼 매물을 걸러주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자신이 구매한 차량의 사고 유무, 결함·리콜 내역 등도 파악할 수 있다.

현대차는 모바일 앱 기반으로 온라인 가상전시장을 만드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와 출고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전국 주요 거점지역에 대규모 전시장과 함께 '딜리버리 타워'를 순차적으로 구축한다. 특히 딜리버리 타워는 무인으로 운영될 예정이어서 고객은 자유롭게 차량을 구경하고 인수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업계 반발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했다. 5년·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할 뿐 아니라 인증 중고차 대상 이외의 매입 물량은 기존 매매업체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 연도별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시장점유율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제시했다. 다만 전체 판매량 기준을 놓고 현대차와 업계 간 이견이 있는 상태다. 대략 2.5%일 경우 5만~8만대, 5.1%일 경우 15만~20만대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방향 발표에 대해 중고차 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중소 매매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병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전남조합장은 "상태가 좋은 중고차는 현대차가 가져가고 남은 물량을 경매로 팔아 이익을 보겠다는 것"이라며 "국산차 시장의 90% 이상을 현대차·기아가 독점하는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 독점도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제시한 '출시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차량은 한 해 판매되는 현대차·기아 중고차의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업계는 또 소상공인 위주인 기존 매매상사 대부분이 대기업과 경쟁하면 밀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매매업체 수는 6301곳, 종사자는 3만5813명이다. 이들 매매업체 10곳 중 9곳이 종사자가 10명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을 산정하고 판매하는 모델은 쉽게 모방할 수 없다"며 "현대차가 뛰어들더라도 큰 영향은 없고 오히려 전체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원천 차단됐다. 6년 만인 2019년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대기업의 진출이 가능해졌지만 중고차 업계가 정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다. 중기부는 심의 절차를 마치고 올해 1월 생계형 적합업종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대선 이후인 3월로 회의를 한 차례 연기했다. 이르면 다음주 중기부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호섭 기자 / 이새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