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뒷심 내는 건설사들, 해외수주 300억달러 채울까

Shawn Chase 2020. 10. 31. 19:27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 입력2020.10.31 06:01 | 수정2020.10.31 06:0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주에 목말랐던 건설 업계에 연이어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최악의 수주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기록은 일단 넘어섰다. 연간 목표 수주액 300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 초록색 막대는 1월 1일~10월 30일, 파란색 막대는 10월 31일~12월 31일 수주액. /해외건설협회

3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난 30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204억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이 36억달러에 수주한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와 현대건설이 19억9000만달러에 수주한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계약이 아직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통상 계약 체결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통계가 잡혀 다음 달 중에는 통계에 포함될 것 같다"고 했다.

이 통계가 잡히면 올해 총 누적 수주액은 약 260억달러가 된다. 작년 연간 해외수주액 223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 13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액이 최저치를 찍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근 5년 새 가장 좋은 성적표다. 1월 1일~10월 30일 기준으로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6년 215억달러 △2017년 225억달러 △2018년 227억달러 △2019년 177억달러였다.

코로나로 여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달성한 쾌거다. 올 초만 해도 수주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 1~2월 두 달 동안 국내 건설업계 해외수주액은 총 9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수주액(36억달러) 대비 2.5배 수준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알제리에서 각각 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총 35억달러를 수주했다. 같은 달 삼성물산은 16억6000만달러 방글라데시 다카국제공항(하즈라트 샤흐잘랄 공항) 확장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도 2월 파나마에서 28억1100만달러(현대건설 지분 51%) 규모의 도시철도 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3월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3~9월 7개월 동안 수주액은 총 91억달러로, 1~2월 두 달 동안 기록한 성적보다 못했다. 발주국가에서 입국 금지 및 입국·이동 제한이 이뤄지며 해외건설 수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총 9억 달러 규모 싱가포르 크로스 아일랜드 라인(CRL: Cross Island Line) CR101·CR108 프로젝트는 코로나 여파로 수주 발표가 계속 미뤄졌다. 대우건설은 6억5000만 달러 규모 알제리 ‘REB LPG 추출(Extraction)’ 공사와 4억 달러 규모 이라크 ‘WQ1 오일 트레인’ 공사에도 지난해 말 각각 입찰서를 냈는데, 낙찰사 선정이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또 15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정유회사 아드녹이 발주하는 하일&가샤(Hail&Ghasha) 가스전 프로젝트의 상업 입찰 마감일도 코로나 영향으로 계속 연기됐다. 이 프로젝트는 5개의 패키지로 나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2·3·4패키지, 현대건설이 2패키지 수주를 노리는 사업장이다.

이외에도 싱가포르 창이공항그룹은 창이국제공항 T5(터미널5) 발주를 최소 2년 연기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발주 연기·취소가 잇따랐다. 세계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해외 수주도 쪼그라들어 해외수주 300억달러 재탈환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건설사들의 ‘뒷심’은 10월 이후부터 발휘됐다. 현재까지 무려 75억달러 해외수주를 기록, 2018년(321억달러) 이후 3년 만에 300억달러 수주 달성에 가까워졌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발주처가 수주 발표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통상 계약이 연말에 집중되는 경향과 발주국 입장에서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연내 반드시 발주해야만 하는 물량이 있다"면서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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