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62만원 vs 340만원 … ‘노인 양극화’ 가장 큰 사회문제로

Shawn Chase 2015. 11. 6. 08:33
[중앙일보] 입력 2015.11.06 02:47 수정 2015.11.06 03:29

 

 

 

손국희 기자

 


‘62만원 vs 340만원’.

궁핍한 노년 vs 즐기는 노년
63%가 평균소득 절반도 못 벌고
기초수급자 노인 비중 30% 넘어
2040년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공적연금 보호망 더 촘촘히 짜야”


 2015년을 살고 있는 어느 두 노인의 월 소득이다. 은퇴 후 일을 하지 않고 여생을 보내는 두 사람의 소득 격차는 무려 5배를 넘는다.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궁핍한 노인과 여유 있는 노인 사이의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혀 다른 노년을 보내고 있는 노인 세 명을 만났다.

 #“40년 피운 담배도 끊었어.”

 서울 종로구에 사는 한기성(73·가명)씨는 최근 담배를 끊었다. 40년 넘게 하루 한 갑씩 피우던 애연가였지만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이 흡연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씨는 다세대주택(월세 30만원)의 좁은 방이 답답해 잠잘 때 빼고는 거의 밖에서 지낸다. 아침을 거른 뒤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나면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저녁은 한 그릇에 7000원 하는 식당이나 설렁탕집에서 해결한다.

 매달 한씨가 손에 쥐는 돈은 기초연금 등 총 62만원. 최근 잔병치레와 우울증 등으로 약값이 나가면서 생활은 더욱 빠듯해졌다. 그는 사업에 손을 대는 족족 실패하면서 빈털터리가 됐다. 부인과 이혼한 데 이어 15년 전부터는 자녀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한씨는 “취미생활도 여유 있는 노인끼리 하는 거지…요즘 부쩍 외롭다는 생각에 우울하다”고 했다.

 #“남은 인생 즐기고 베풀며 살아야죠.”

 정명운(72·가명)씨는 최근 주말마다 농사짓는 일에 푹 빠졌다. 서울 외곽에 전원주택을 지어놓은 정씨는 아내(67)와 함께 호박·고구마 등을 가꾸며 휴일을 보낸다. 고등학교 교장을 지낸 정씨는 퇴직연금을 포함해 월 340만원을 받는다.

 정씨는 은퇴 후 한 해에 서너 차례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가끔 지인들과 골프 모임도 갖는다. 4년 전부터는 기부단체를 통해 빈곤국 아이들에게 매월 20만원씩 보내고 있다. 그렇게 살아도 한 달에 60만원가량을 저축할 수 있다. 정씨는 “젊은 시절 못 해본 취미나 여행을 원 없이 하고 봉사활동 하는 게 여생의 목표”라고 했다.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 쏟아부어 음식점 차렸지만….

 제조업체에서 24년간 일하고 10년 전 퇴직한 조한섭(67·가명)씨. 조씨는 퇴직금 9000만원에 그동안 모아둔 돈, 대출까지 합쳐 경기도 이천에 고깃집을 차렸다. 아내까지 도왔지만 매출은 신통치 않았다. 인건비와 재료값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은 월 120여만원. 조씨에게 ‘노년의 여유’는 사치다. 조씨는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중산층이란 안도감이 있었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삶이 각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세 사람의 현실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고해 주고 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2006년 52.3%였던 상대적 빈곤율은 2014년 62.5%로 늘었다. 올해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37만9000명(30.6%)으로 사상 처음으로 30%선을 돌파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2040년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양극화보다 노인들 사이의 ‘신(新) 양극화’가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손국희 기자, 이지현(서울여대 국문4)인턴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