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우리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영구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두·오제세 의원에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의 장남 문석균씨 등 공천 배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자 공개 경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엄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거의 없다. 4년 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 금의환향해 당대표 자리까지 오른 이 대표 자신이 '살아 있는 롤 모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4년 전을 벌써 잊었느냐"며 당시 이 대표가 밝힌 탈당의 변(辨)이 오르내리고 있다. 200자 원고지 6장 분량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하위 50% 중진 의원(3선 이상)'에 들어 컷오프됐다. 그는 격분했다. 그해 3월 15일 "도덕성이든, 경쟁력이든, 의정 활동 평가든 내가 컷오프당할 합당한 명분이 없다"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내세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데 공당(公黨)의 결정은 명분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당과 민주주의를 위해, 앞으로 정치에 몸담을 후배들을 생각해도 이런 잘못된 결정은 용납할 수가 없다"고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당 안팎 후배들은 "이해찬이 제2의 이해찬을 막았다"고 농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총선 1년여 전부터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선언했다. 컷오프 탈락의 경험이 있는 그가 밀실 공천, 측근 밀어주기 관행을 없애고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과 공정한 경선을 통해 전체 현역 의원 20%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 했지만, 공천이 마무리된 지금 '586 운동권·친문(親文) 일색'이라는 평가가 많다. 물갈이의 칼이 주로 비문 의원들을 향한 반면, 친문 의원은 컷오프 후 구제되는 사례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경선 방식 변경, 실세 공천위원이 최대 주주인 정치 컨설팅 업체의 여론조사 등 공정성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탈락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 대표가 4년 전 강조했던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에 대한 요구는 묵살됐다.
이 대표의 4년 전 탈당문에서 새겨봐야 할 대목이 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8/20200318000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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