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0.03.15 16:13 수정 2020.03.15 16:33
“애초부터 공수처에만 목을 맸던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고 싶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여야 모두 비례정당을 만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훼손됐다며, 그 우선 책임을 집권 여당에 돌렸다.
강 교수는 2018년 바른미래당 당 대표 출마를 준비 중인 손학규 전 대표에게 연동형 비례제를 권유했다. 그해 7월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개최한 토론회에는 직접 발제자로 나와 연동형 비례제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에 이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까지 생겨나는 현재 상황을 두고 그는 "기득권 정당 간 거래와 다툼으로 변질됐다. 군소정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비판했다.
- “지역주의에 의존한 폐쇄적 양당 구조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적대적 양당 구조 때문에 계층간 문제, 지역 불균형 등 주요한 사회적 갈등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 “영남과 호남에서 경쟁 없는 선거가 지속하다 보니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양당 구조를 깰 새로운 정당이 등장하기 어렵다. 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리고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자연히 다당제가 되면서 각 정당은 유권자의 의사를 더 존중할 수밖에 없다. 개헌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해도 선거제가 현행대로면 의미는 반감된다. 반대로 선거제가 바뀌면 개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 연동형 비례제지만 의원 수는 늘지 않고 ‘연동률 캡’(30석)이 도입됐다.
- “책임은 민주당에 돌리고 싶다. 민주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하고 싶었을 뿐 선거제 개혁에 관심이 없었던 거다. 공수처 도입에 다른 정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로 선거제를 활용했던 거로 보인다.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지 못하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부담을 지지 않으려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기괴한 선거제(준연동형 비례제)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비례성 강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차원에 의미를 두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비례위성정당 대결) 됐다.”
- 연동형 비례제는 민주당 진영에서 먼저 제기했던 건 아닌가.
-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나왔다. 당시엔 ‘독일식 정당 명부’라고 했다. DJ 취임 이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나온 어젠더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제 개혁을 (당시 야권에서) 받아준다면 대연정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진정성이 있었다. 지금 민주당은 최소한의 명분조차 버리고 기득권 쟁탈을 하고 있다.”
-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기회를 열겠다는 의미는 사라졌다. 기득권 정당 간 거래와 다툼으로 변질됐다. 군소정당들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지난해 가을쯤 정준표 영남대 교수가 정당학회에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때만 해도 ‘엄청난 상상력이다’ 정도로 생각했다.”
강 교수는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대해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지만, 소탐대실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음 21대 국회가 되면 선거제 개혁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강원택, 비례정당 대결에 "공수처만 목매던 여당탓···다 속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