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만물상] 4父子 국회의원

Shawn Chase 2020. 3. 18. 23:09




입력 2020.03.18 05:39


일본은 세습 정치의 나라다. 의원 30%가량이 세습했다. 스스로 '봉건국가 같다'는 자조도 한다. 미국에는 케네디가, 부시가 등 대통령과 의원 여럿을 배출한 가문이 있지만 세습 정치에 대해선 우호적이지 않다. 의원 중 2세 비율이 5% 정도라고 한다. 젭 부시가 대선에 출마할 때 의도적으로 성(姓)을 빼고 '젭! 2016'이란 선거운동 로고를 쓴 적이 있다. 우리는 '금수저'라 하는데 영·미에선 부모 배경 정치인을 '푸른 피'(blue blood)라 한다. 노동을 하지 않아 흰 피부에 푸른 혈관이 돋보인다는 야유가 담겨 있다.

▶국회 헌정기념관에 가면 '가족 당선' 기록란이 있다. 부자(父子) 국회의원은 모두 37차례, 부녀 의원은 5차례 있었다. 세습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3대(代) 의원'은 딱 한 번인데 정일형-정대철-정호준 의원이다. '삼형제 의원'도 있었는데 김홍용·문용·성용 형제가 1950~60년대 전남 담양에서 의원을 지낸 기록이 있다. 3부자(父子) 의원은 조병옥과 둘째 아들 조윤형, 셋째 조순형 의원 가족이 첫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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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으로 새 기록이 만들어질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 셋째 아들 김홍걸씨가 민주당 비례 4번을 받아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큰아들 고(故) 김홍일씨는 아버지 지역구에서 15·16대 의원을 지냈고 비례 의원도 한 번 했다. 둘째 김홍업씨는 17대 때 재·보선에 나와 의원이 됐다. 이번에 막내까지 의원이 되면 4부자가 모두 의원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도 아버지가 아들 한 명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4부자 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세 아들은 모두 비리 전과가 있다. 홍업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다. 장남 홍일씨도 나라종금 로비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임기 말 김 전 대통령은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고개 숙여야 했다. 3형제 모두 비리에 연루되고도 빠짐없이 의원을 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인터넷에선 홍걸씨 비례 배정에 대해 '아빠 찬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스물다섯 대학생이 시의원 엄마 치맛바람으로 민주당 비례 번호를 받았다는 '엄마 찬스' 논란도 더해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 세 아들을 불러놓고 "조용히 살 것"을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들들은 아버지 당부를 잘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8/20200318000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