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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가볍게 날아오른 수백억짜리 제트기… 엔진 소리는 안 들렸다

Shawn Chase 2015. 11. 1. 00:01

권순완 기자

입력 : 2015.10.31 03:00 | 수정 : 2015.10.31 03:41

걸프스트림 최신 제트기 타보니
비즈니스하려면 방음 중요… 동체 곳곳 빈틈없이 막아

761억원짜리 자가용 제트기는 이륙도 우아할 줄 알았다. 곧 이륙이라는 기내 방송에도 다리를 꼬고 앞에 마주 앉은 사람과 대화를 이어갔다. 십수 초 뒤 비행기 앞부분이 들리자 꼰 다리가 저절로 풀리고 등이 시트에 빠져들었다. "어, 어…" 소리 나오는 고각(高角)이었다.

 

 

걸프스트림 최신 제트기 타보니
걸프스트림의 최신 소형 제트기 G650ER은 최고 5만 피트(약 15㎞) 상공까지 올라 마하 0.925의 속도로 비행한다. 아래는 제트기 내부 모습. / 걸프스트림 제공

 

 

지난 14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세계 1위 자가용 제트기 회사 걸프스트림(Gulfstream)의 최신형 18인승 제트기 G650 ER을 타 본 소감은 한마디로 '가볍다'는 것이다. 우선 가볍게 날아올랐다. 활주로에서 가속한 뒤 뜨기까지 달린 거리가 약 1700m. 고개가 젖혀지는 데 20초도 안 걸렸다. 대표적 여객기인 보잉747은 이 거리가 3000m가 넘고 시간도 두 배 이상이다. 소형 제트기는 뜨는 각도도 가팔랐다. 국내 대기업에서 비즈니스용 걸프스트림 제트기를 5년째 전담 조종하고 있는 17년 차 파일럿 제임스 장(39)씨는 "일반 여객기는 이륙 각도가 보통 8도 정도인데, 이 기종은 12~14도까지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참 치솟아 오른 뒤에는 미끄러지듯 순항했다.

느낌이 가벼웠던 것은 실제로 비행기 무게가 가볍기 때문이었다. 동승한 허먼 차이 걸프스트림 아시아 지역 부사장은 "G650ER은 우리 제품 중 가장 크고 무겁지만 전체 길이 30m에 무게는 24t밖에 안 나간다"고 말했다. 보잉747과 비교하면 각각 2분의 1, 8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가볍고 작은 동체를 독일 BMW와 영국 롤스로이스가 공동 제작한 제트 엔진이 최고 5만피트(약 15㎞) 상공까지 올려놓는다. 걸프스트림 비행기의 국내 도입사인 듀발앤컴퍼니 심정훈 대표는 "고도 5만피트는 성층권(成層圈)"이라며 "일반 여객기가 운항하는 고도 3만~4만피트의 대류권(對流圈)에 비해 대기가 안정되고 공기 저항이 약해 비행 때 동체 흔들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철벽 방음에 커다란 창문들
걸프스트림 최신 제트기 타보니  

 

기내 뒤편에 있는 소파는 옆에 있는 터치식 버튼을 누르면 침대로 변신한다.

 

기내는 비행 내내 조용했다. 동체 뒷부분에 달려 있는 제트 엔진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았지만, 차폐(遮蔽)가 잘돼 있어 엔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심 대표는 "일반 여객기는 엔진 부근 좌석에 앉으면 소음이 심해 책을 읽기 불편할 정도"라며 "비즈니스 목적의 자가용 비행기는 방음이 생명이기 때문에 동체를 빈틈없이 막아 탑승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승객석 내부에도 버튼으로 여닫을 수 있는 격벽이 2군데 설치돼 있어 한쪽에서 여러 명이 회의를 해도 다른 쪽에서는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었다. 차이 부사장은 "자체 소음 측정 결과 소음이 대형 여객기의 15분의 1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기내 인테리어도 아늑하고 편안했다. 둘이나 넷이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게끔 배치된 좌석도 있었고, 혼자 문을 닫고 좌석에 앉아 쉴 수 있는 1인용 미니룸도 있었다. 벽에 배치된 가죽 소파는 침대로도 변형 가능했다. 가로 71㎝의 큰 타원형 창문이 동체 좌우로 16개 달려 있어 창밖이 시원하게 내다보였다. 기내 화장실에도 창문이 있어 '일'을 치르면서 수만 피트 상공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전용 공항 시설로 자가용 비행기 업계 비상할까

현재 국내 자가용 비행기 업계는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 등록된 자가용 제트기는 2013년 기준 1만9000대가 넘는다. 한국에는 8대뿐이다.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자가용 비행기의 운항 횟수는 약 2500만회로 여객기 운항 횟수의 두 배였지만, 올 초부터 지난 23일까지 김포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가 이·착륙한 횟수는 952회로 여객기의 0.9%에 불과하다.

김포공항은 현재 공사 중인 자가용 비행기 전용 운항 지원 사업 시설(FBO·Fixed Base Operator)을 내년 4월 완공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의 FBO가 완성되면 자가용 비행기 탑승객은 일반 여객기 탑승객과 따로 출국 절차를 밟아 공항 도착시부터 빠르면 15분 만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까지 FBO에 따른 면세점 수입과 관광 수입 등 직·간접적 경제 효과를 170억원으로 예상했다. 심 대표는 "자가용 비행기는 수백억원대의 고가인 만큼 직접 판매하기보다는 공동 소유나 (일반 여객기 일등석 가격으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10억~20억원 가격의 '평생 회원권' 분양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