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공항

모두 중국으로?…국내 업계 인력 잇따른 중국 이동 우려

Shawn Chase 2015. 9. 11. 23:08

탁상훈 기자

입력 : 2015.09.11 15:10 | 수정 : 2015.09.11 15:27

중국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국내의 고급 인력 이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성장성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해당 업종의 인력을 고액에 스카우트해가는 경우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는 올 들어서만 7월까지 모두 42명이나 됐다. 이는 2013년 한 해틀 통틀어 26명, 2014년 한 해 27명에 그쳤던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가 올해 7월까지 29명으로 파악됐다. 역시 2013년 한 해 24명, 2014년 한 해 31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간단치 않은 증가세다.

퇴사한 한국인 조종사들은 상당수가 중국 항공사행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중국 항공사들이 국내 항공사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조종사들을 스카우트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한해 1억 5000만원 정도를 받는 대한항공 중고참 조종사의 경우, 중국 항공사들로부터 최소 2억원, 많게는 3억원까지의 연봉을 약속받고 전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주택 문제 해결과 자녀 교육 지원, 또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까지 회사측에서 부담하는 혜택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두 배 이상 벌게 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이런 상황은 중국에서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년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는 화장품 산업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경험과 경쟁력이 뛰어난 국내 인력들을 스카우트해가고 있다.

특히 화장품 산업의 경우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관계자들까지 스카우트 대상에 오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1년 사이 국내 화장품 회사로 일하다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로 넘어간 경우가 100명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역시 국내업체에 비해 월등한 보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받던 연봉의 3배까지 제시되며, 경우에 따라 초기 정착금 형태로 추가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팀장급 인사가 중국업체로 이동하면서 그 밑에서 일하던 인력들도 함께 중국 업체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 산업에서도 토종 업체들이 한국 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텐센트 등 대형 콘텐츠 업체들은 국내 게임 개발자들에게 이전의 두 배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개발자 영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그동안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국내 고급 인력 기반이 흔들릴 뿐 아니라 연구 개발 결과물이 해외에 손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전문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