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13 03:03
[글로벌 경제현장] '中 항공산업 崛起' 안용현 특파원 르포
- 자체개발 C919機, 선주문 507대
대학 20곳·기업 200곳 제작 참여, 190석 규모… 올해말 시험 비행
"와이셔츠 8억벌 수출해서 항공기 1대 사던 시대 끝낸다"
- 中, 20년내 美 제치고 최대시장
중산층 증가로 항공승객 급증세, 여객기 보유도 3배 이상 늘것
매년 공항 100곳씩 건설 추진… 49조원 투입, 총 2000곳 확보
- ▲ 안용현 특파원
이달 초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프랑스 방문길에 에어버스사(社)에서 75대의 A330 여객기를 구매했다. 18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다. 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는 보잉(미국)과 에어버스(유럽)는 중국의 항공기 시장이 팽창하면서 판매 실적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미국을 방문할 때는 보잉 기종을, 유럽에서는 에어버스 기종을 어김없이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잉과 에어버스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중국이 자체 제작 중인 대형 여객기 C919기의 사전 주문 대수가 507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중형 여객기 ARJ21-700 기종의 사전 주문도 308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이 직접 만든 민간 항공기가 날아오르면 세계 항공기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란 말이 나온다. 중국 고속철이 국내에서 축적한 노하우(know-how)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휩쓰는 것처럼 중국 항공기도 세계 하늘을 누빌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 "와이셔츠 8억벌 수출해 항공기 한 대 사던 시대 끝내겠다"
리커창 총리는 작년 6월 과학·기술 두뇌 집단인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 학자 1000여명을 불러놓고 "한 외국 정부가 중국에 항공기를 팔면서 실물을 축소한 '모형 항공기'를 내게 선물로 줬는데 무심코 모형의 바닥을 봤더니 '메이드 인 차이나'였다"면서 "대체 우리가 모형 항공기 몇 대를 팔아야 진짜 항공기 한 대를 살 수 있는지 계산이 안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 천펑잉(陳鳳英) 연구원은 "중국은 과거 에어버스 비행기 한 대를 사기 위해 8억벌의 와이셔츠를 수출해야 했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저(低)부가가치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무원(행정부)이 지난 5월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 경쟁력을 독일과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중국산 항공기를 제작하는 상용비행기유한책임공사(COMAC·코맥)는 올해 말 C919 기종의 시험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작년 말 시험 비행이 예정됐지만, 기술적 문제로 연기됐다. 중국은 항공기 생산이 늦어지더라도 안전은 반드시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C919 기종은 에어버스 320과 보잉 737이 경쟁 상대다. 최대 190석 규모로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된다. 중국 20여개 대학과 200여개 기업이 C919 제작에 참여했다. 기종 명칭에 들어간 'C'는 중국(China)과 제작사(COMAC)의 영문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에어버스의 'A', 보잉의 'B'와 함께 세계 항공기 시장의 ABC가 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COMAC은 작년 말 중형 여객기 ARJ21-700 기종(최대 90석)의 시험 비행에 성공한 상태다. 그러나 여객기는 조그만 제작 실수가 대참사로 이어지는 만큼 중국산이 자리를 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매년 공항 100개 건설하는 중국, 20년 내 세계 최대 여객기 시장으로
보잉은 작년 9월 공개된 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20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여객기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년간 중국에서만 6020대의 여객기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금액은 8700억달러(약 985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여객기 보유 대수는 현재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중국이 자체 여객기 제작에 나선 것도 내수 시장이 이처럼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C919 기종의 사전 주문자는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매년 늘어나는 여객 수요도 중국 항공 산업을 뒷받침한다. 2013년 중국 항공사의 여객 운송량은 3억5397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 늘었다. 중국의 항공 여행객은 중산층이 늘면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5월 중국 당국이 민영 항공사 설립 규제를 완화한 것도 지방 및 저가 항공사의 여객기 수요를 자극했다. 또 중국 정부는 저공비행 기준을 올해 3280피트로 낮춘 데 이어, 2020년에는 3000피트 이하로 내릴 예정이다. 이는 개인용 경비행기 수요 확대에 도움이 된다. 중국의 경비행기 수요는 5년 내 1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지난 4월 리자샹(李家祥) 민용항공국장은 "중국 내 대부분 현(縣)을 항공망으로 연결하기 위해 앞으로 매년 100개의 공항을 건설해 2030년 2000여개의 공항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는 400여개의 공항이 있으며 현은 2850여개다. 앞으로 1600여개 공항을 더 짓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현은 우리의 군(郡) 단위에 해당하지만, 인구는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위해서도 비행기와 공항 등 '항공 굴기(崛起·우뚝 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민항국은 인프라가 부족한 서부 지역에 공항 건설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중국 공항의 80%는 동부 연안에 집중돼 있다. 중국은 공항 확장에 2800억위안(약 49조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자본이 공항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중앙이 아닌 지방 정부의 승인만으로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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