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울산시장 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하명(下命) 수사’ 의혹에서 시작됐던 검찰 조사가 ‘후보 매수’ ‘선거공약 개입’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국면이다. 그 중심엔 모두 청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하명 수사, 후보 매수, 공약 뒤에 모두
청와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당초 검찰 수사는 청와대가 여당 후보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 후보인 김기현 전 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 내 후보 경선 과정에서 청와대 측이 송 시장의 경쟁 후보들을 불출마하도록 회유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출마 준비 중 청와대 측이 ‘다른 자리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오사카 총영사로 가고 싶다고 했더니 고베 총영사를 권했다”고 말했다. 이후 임 전 위원은 “청와대의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고, 불출마 조건도 없었다”고 했지만, 당시 대화 상대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을 거론했다. 현지 교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총영사가 무슨 무마용 자리라도 된다는 얘기인가.
검찰은 청와대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공공병원 등 송철호 시장의 공약 수립을 지원하면서 김기현 전 시장의 공약인 산재 모(母)병원 설립에 제동이 걸리게 했다는 것이다. 송 시장 측이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과 만나 공공병원 공약을 논의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반면 산재 모병원은 선거를 16일 앞두고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불합격 발표로 백지화됐다. 송 시장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일지’엔 ‘산재 모병원 좌초되면 좋음’ ‘임동호 제거’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모든 의혹이 하나같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의혹의 중심 인물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고, 관련 사안들은 어김없이 현실화됐다. 정치권에선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송철호 시장 당선을 목표로 청와대가 전력을 기울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된 청와대 인사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 등을 하게 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위해 ‘몰아주기’를 한 게 사실이라면 국가기관이 공정 선거를 정면으로 훼손한 범죄가 된다. 정권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선거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만 되뇔 때가 아니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3대 의혹으로 번진 울산시장 선거, 진상 낱낱이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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