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공수처에 통보’ 새 조항···검찰 “독소조항” 비판에 “상호 견제”

Shawn Chase 2019. 12. 26. 23:48


윤지원·유희곤·김원진 기자 yjw@kyunghyang.com

입력 : 2019.12.26 21:19 수정 : 2019.12.26 21:53



4+1 공수처법 수정안 ‘24조 2항’ 거센 논란
검 “사실상 범죄 수사 보고…수정과정 절차적 하자”
법조계 일각 “상호 감시로 과잉·부실 수사 막을 것”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최종 수정안에 담긴 ‘공수처에 대한 통보 조항’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대검찰청은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한다. 공수처를 찬성하는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 기능을 살리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항”이라고 맞선다. 

공수처 수정안 24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공수처에 수사 개시를 보고해야 하는 기관은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이다. 

‘공수처에 통보’ 새 조항···검찰 “독소조항” 비판에 “상호 견제”

■ “수사 컨트롤타워” vs “기우” 

검찰은 24조 2항의 ‘통보’를 사실상 공수처에 대한 ‘수사 보고’라고 여긴다. 대검은 26일 취재진에게 보낸 공식 입장문에서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되어 고위공직자 등의 중요 사안에 대한 수사를 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전국 단위의 검찰, 경찰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님에도 검경의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했다. 

검찰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 정보를 전달받아 사건을 취사선택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문제 삼는다. 검찰은 공수처가 사실상 ‘사건 배당’을 하면서 공수처와 검찰 간 상하관계가 설정된다고 본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모두 수사기관의 수사를 시작 단계에서부터 ‘고’하거나 ‘스톱’할 권한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설립을 찬성하는 법조계 인사들은 과한 우려라고 본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 범죄에 한해서만 통보하게 돼 있다”며 “2300명의 수사검사를 보유하고 모든 범죄에 대한 기소가 가능한 검찰에 비해 인원과 수사 대상이 현저하게 적은 공수처가 상급기관이 된다고 우려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말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늘 수사 주도권을 가져온 검찰이 사건을 배당받는 위치에 놓이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과잉수사” vs “상호 견제” 

대검은 입장문에서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가서 자체 수사를 개시하여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한 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가서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검찰의 이러한 주장은 공수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검찰은 대통령이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는 구조 아래에서 친정부 인사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한 검찰 관계자는 “만약 공수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인계하라고 하면 고발장이 접수된 초기 단계부터 사건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과 공수처 간 상호 감시로 과잉·부실 수사를 막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독점적 수사권한을 가진 검찰이 고위공직자 내사를 하며 생긴 과잉수사의 폐해가 공수처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공수처가 부실수사를 한다면 검찰이 공수처 검사를 수사해 물고 물리는 견제를 하면 된다”고 했다. 

대검은 24조 2항이 수정안에 들어간 과정도 절차적 하자라고 했다. 이 조항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없이 4+1 협의 과정에서 포함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개특위에서 토론도 없이 포함됐다”며 “공수처장이 수사 여부를 정하는 것도 위헌 소지가 많다”고 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공수처는 자체 내사로 수사를 개시하기 어렵다”며 “이 조항이 없으면 공수처는 고소·고발 사건에만 의존하게 돼 고발이 있기 어려운 판검사 비위는 더욱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2262119001&code=940100#csidx132f9fb39039faca50c88e1c1475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