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文 정권 무능의 또 다른 피해자, '교육'과 '학생·학부모

Shawn Chase 2019. 10. 25. 23:09

조선일보


력 2019.10.25 03:20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교육 관계 장관들만 따로 불러 대학 입시 개편안 회의를 주재한다고 한다. 22일 국회 연설에서 "정시 모집 비율 상향을 포함한 입시 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관료들은 대통령 발언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 민감한 관심사인 대학 입시 제도 문제를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무능한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들이 입시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혼자서 이런 결정을 내리나.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교육부는 대통령 한마디에 곧 '정시 확대' 방안을 보고한다고 한다. 이 정부의 어이없는 정책 결정 과정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지만 어떻게 중대한 정책을 관계부처와 조율조차 하지 않나. 전화 한 통화 하기가 힘든가.

교육부장관은 문 대통령 연설 바로 전날 국회에서 "수능(정시)은 창의적인 교육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역시 "정시·수시 비율 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국민은 그런 줄 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입시 문외한들이 권력을 가졌다고 멋대로 기존 정책을 180도 뒤집고 있다. 교육 정책을 10년, 20년 뒤를 내다보고 다듬지는 못할망정 이토록 즉흥적으로 조변석개할 수 있나.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돌출 발언은 현 정권 교육 정책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것이 즉흥이다. 워낙 갈팡질팡하니 지금 있는 정책이 언제 없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교육 정책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애매하다. 자사고를 선별해서 폐지할 듯하더니 그게 막히자 시행령을 개정해 전국 모든 자사고를 한꺼번에 없애겠다고 한다. 느닷없이 던지는 폭탄 테러 같은 행태다. 국민 세금 2조원이 드는 고교 무상교육을 불쑥 발표했는데 예산 담당 부처는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투표권이 있는 고3부터 한다고 한다. 교육이 아니라 정치고 매표다. 고교 학점제를 2022년부터 한다더니 슬그머니 미뤘다.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은 금지와 철회 사이를 너무 오락가락해 지금 어디쯤인지도 헷갈린다. 대입 개편 방안을 하도급, 재하도급을 주면서 허송세월하더니 이제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정시 확대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발표하겠다고 한다. 이럴 거면 그동안 국민 세금 쓰면서 회의는 무엇 하러 했나.

지난 10년간 학종을 비롯한 수시 전형은 꾸준히 확대돼 왔다. 그런데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의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은 갑자기 "대입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씨 딸의 부정 입학 문제를 마치 제도적 문제인 것처럼 물타기 하려 한 것이다. 그 후 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여론조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능한 정권이 경제 실험, 안보 실험도 모자라 교육을 아예 주머니 속 공깃돌 취급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4/20191024034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