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요구와 원정출산설 제기 등 잇단 공격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높여 황교안·나경원 '투톱' 당 지도부 체제를 흔들고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투톱 체제의 대안으로 본인을 두각시키려 한다는 시선과 공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것이라는 시각이다. "왜 자꾸 내부에서 총질을 하는 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홍 전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핵심은 다른 사항도 있지만 원정출산 여부"라며 "조국(장관) 자녀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형평상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사건이 됐다"고 밝혔다. 또 "서울에서 출생했다는 말로만 하는 것보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며 "예일대에 재학 중인 아들이 이중국적인지 여부만 밝히면 논쟁은 끝난다"고 했다.
22일에는 "한국에 살면서 불법 병역 면탈이나 하는 한국 특권층들의 더러운 민낯이 바로 원정출산"이라며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한 글을 올렸다. 지난 4일과 12일에는 원내대표 자리를 내려놓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원정출산 의혹에 대해 <월간조선> 10월호 인터뷰에서 “아들이 한국국적이며 원정출산을 하지 않았다”고 했고, 최근 당 장외집회에서는 “부산에서 살 때 친정이 있는 서울에 가서 원정출산 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자녀, 조국 자녀, 황교안 자녀, 나경원 자녀까지 다 같이 특검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와 나 원내대표 두 사람의 악연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홍준표 대표였고, 나 원내대표는 당시 당 최고위원이며 재선(再選) 의원으로 의원직을 버리고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오세훈 시장의 자진사퇴로 벌어진 이 선거에서 나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후보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겨루다 선거 막판에 ‘1억 피부과’ 의혹으로 큰 타격을 받고 낙선했다. 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로 호흡을 맞춰야 했던 두 사람은 이 선거 이후 사이가 완전히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며칠 사이 홍 전 대표의 측근 A씨와 나 원내대표의 측근 B씨를 각각 사석에서 만났다. 홍 전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9월 12일) 후였다. 두 사람의 사이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A씨와 B씨 모두 “두 사람(홍 전 대표-나 원내대표) 사이는 매우 좋지 않다”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오해가 쌓여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의 얘기다.
“홍 전 대표 입장에서는 나 원내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게 해 줬고, 후보 개인적인 사유(편집자주:1억 피부과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패배했는데 그런 점은 인정하지 않고 배은망덕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B씨의 설명은 이렇다.
“나 원내대표는 어려운 선거인줄 알면서도 홍 대표의 간곡한 부탁에 당을 위해 나섰고, 어차피 우리편(오세훈 전 시장)측 사유로 벌어진 선거인 만큼 이기기는 힘들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 전 대표가 ‘어차피 안 될 선거니 대대적인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당 지도부 중 한 사람이 후보에게 직접 해 준 얘기다. 심지어 중앙당 차원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성명을 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전한 나 후보로서는 섭섭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A씨는 “홍 전 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원정출산을 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거 사령탑이었는데 그런 사실을 모를 수가 있겠느냐”고 했고, B씨는 “원정출산설은 모두 추측에 의한 것이고 정치권에 나 원내대표가 판사시절 어디서 출산했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만약 원정출산을 했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밝혀지지 않았을 리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