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9.23 18:29
검찰이 오늘 아침 9시쯤 조국 법무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이 자신들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의 자택을, 범죄 혐의의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 수색한 것이다. 그동안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망은 조국 부부를 과녁 삼아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왔는데 거의 정점에 다다른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자택 압수 수색에서 중요한 물건은 컴퓨터와 각종 서류인데, 그중에서도 집 주인의 휴대폰이 가장 핵심이다. 압수 수색 당시 조국 장관은 출근해서 장관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집 주인이 있어야 압수 수색을 하는데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집에 있었는지, 있었다면 정경심 교수의 휴대폰도 검찰이 가져갔는지 수사 초점이 될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검찰에 출두하라고 요구했었다. 그런데 정경심 씨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정씨는 이런 사유를 대고 있다. "관련 자료는 대부분 없고 몸이 아파 당장 출석하기 어렵다." 그러자 검찰은 정 교수가 고의적으로 수사를 지연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보고, 내일 이후에는 체포 영장을 청구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자택 압수수색도 체포 영장을 청구하기 위한 사전 절차일 수도 있다.
고형곤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증거 분석, 관련자 진술 정리 같은 것을 다 끝내고 정경심 소환 조사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검찰에 출석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고 한다. 그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주말인 금요일까지였다. 그러나 정경심 씨는 나타나지 않았고 주말도 넘겨 새 주가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했는데 월요일 아침 전격적으로 자택 압수 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정경심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는 다 알려진 것처럼 표창장 조작 같은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비리, 그리고 웅동학원 운용 비리 등이다.
정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실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대외적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 장관도 딸 입시 비리에 직접 관여했을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 퍼스널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 인권법 센터’의 ‘인턴 활동 증명서’ 파일 2개가 발견된 것이다. 하나는 조국 장관 딸의 인턴 증명서, 다른 하나는 조국 딸을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해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 아들의 인턴 증명서다. 그런데 당시 인권법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를 비롯해서 서울대 법대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인턴 증명서들을 발급해준 사실이 없다"고 입을 모아 진술하고 있다.
게다가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에서 주최한 세미나에 하루 참석한 뒤 2주간 활동 증명서를 받았다. (조국 장관의 딸인) 조씨가 나의 인턴 증명서까지 함께 (가져와) 한영외고에 제출했다." 자, 이 정도면 초등학생도 그때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장영표 교수 아들은 자신의 죗값을 가장 가볍게 하는 쪽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인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인턴 증명서를 위조·조작한 것에는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조국 가족들에게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조국 장관은 인사청문회 등에서 "딸이 보름간 공익 인권법 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관련 세미나에도 참석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이 모두 거짓말쟁이이고 검찰이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게 아니라면, 조국 장관은 청문회에서 명백하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청문회 위증죄, 위증 교사, 공문서 위조, 고려대 입학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조국 장관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본격적인 사법 처리에 시동을 걸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미국 뉴욕에 가 있다. 대통령이 국내에 없을 때가 법무장관 부부에 대한 소환 조사와 체포영장 혹은 구속영장 발부의 타이밍이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3/20190923023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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