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부가 60년 살면 회혼례 하듯… 經協도 업그레이드"

Shawn Chase 2015. 10. 17. 23:43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입력 : 2015.10.17 03:00

[韓美 정상회담]

朴대통령, 부통령·재계·싱크탱크 잇따라 만나

-바이든 부통령, 朴 파격 예우
관저로 亞정상 초청은 처음… 도착 전부터 입구서 기다려
-CSIS 연설, 250여명 참석
朴, 한국어로 빠르게 답변하자 통역사 당황, 웃음바다 되기도
前안보보좌관 브레진스키는 이틀전 백내장 수술 받고도 와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부통령, 재계(財界) 관계자, 싱크탱크 한국 전문가 등을 만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제27차 한·미 재계 회의 연설에서 한·미 관계의 재도약을 '회혼례(回婚禮)'에 비유했다. 회혼례는 혼인한 지 60년을 축하하는 기념잔치를 말하며, 한·미 동맹은 올해로 62년이 됐다.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부부가 60년간 함께 살면,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미래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다시 결혼식을 하는 회혼례라는 풍습이 있다"면서 "한·미 동맹이 60년을 지난 지금,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도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행사장 중앙 화면 박 대통령 이름 앞에 붙은‘H.E.’는 영어 경칭‘허 엑설런시(Her Excellency)’의 약어로 우리 말로는 흔히‘각하(閣下)’로 번역한다. /뉴시스
박 대통령은 이어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는 동북아 역내(域內) 평화를 강조하며 "20여년 전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박사는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동북아의 정치적 휴화산이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 박사는 13일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고,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을 인용하자 웃음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CSIS 연설과 질의응답은 한국어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관련 질문에 대해 통역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한국어로 답변하자 당황한 통역사가 "순차 통역(일정 부분씩 끊어서 전달하는 통역)입니다"라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저는 다 이해하시는 줄 알고 열심히 얘기했는데… 좀 억울합니다"라고 답해 회의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선 영어로 말했다.

재계 회의에 앞서 열린 조 바이든 부통령과의 오찬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미국 측이 부통령 관저(Naval Observatory)로 아시아 정상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관저 입구에서 박 대통령이 오기 한참 전부터 기다렸다. 그는 박 대통령과 만나 "집에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서는 손님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야 한다"는 부친의 말을 인용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바이든 부통령이 박 대통령을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언론의 관심을 받는 바이든 부통령은 박 대통령을 기다리는 동안 미국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출마하느냐" "언제 하느냐" 등의 질문에 "출마 여부는 한국말로 하겠다"고 농담을 건네면서도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한 외교소식통은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과 만난 것은 민주당 내 유력 주자로 첫 여성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를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한때 돌았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명했는데,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등 동북아 역내(域內) 국가 간에 더 안정된 관계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며,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한국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부통령에게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가 한·일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으로서는 한·중 관계 발전을 지지한다"는 말도 했다. 이는 한국이 중국 쪽으로 경도되고 있다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의식한 말로 해석됐다.